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홍대 공연장이었다. 사실 공연을 보겠다는 작정은 아니었지만, 장황한 사정 속에 홍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 홀을 찾았다. <34일간의 콘서트! 멋진 음악은 다 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릴레이 콘서트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 공연이었다.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속해 있는 붕가붕가레코드의 레이블 공연은 ‘지속가능한딴따라질 제9탄 지속성장을 위한 신(新)사업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아침’ ‘솔탄 오브 더 디스코’ ‘치즈 스테레오’가 무대에 섰다. 특별 게스트는 ‘브로콜리 너마저’.
클럽 분위기를 살핀 지 오래 되어서 상상마당을 찾은 관객들이 많은 수인지 적은 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장은 나름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리고 2시간30분 가량의 공연 동안 관객들은 시종일관 스탠딩을 유지하며 공연을 지켜봤다. 간혹 공연자들이 바뀔 때의 휴식시간을 틈타 바닥에 주저앉아보기도 하지만, 신발을 벗어젖히며 장시간 스탠딩 자세를 유지하기에 고통스러웠던 나에게는 가히 존경스러울 만한 장면이었다. 공연자들은 하나 같이 ‘기하형님 때문’이라며 당일 공연의 주인공인 ‘장기하와 얼굴들’을 보러 온 이들에게 원망을 늘어놓기도 했으나, 관객들은 웃으며 ‘장기하와 얼굴들’이 나올 시간을 충분히 밴드들과 즐기면서 기다렸다.
아니 공연은 끝나지 않았다.
의미부여는 하지 않겠다. 주최 측의 설명을 몸소 느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굳이 인디음악이라고 경계 지어 문화를 탐식하지 말고, 취향대로 움직이는 게 더욱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른하고, 덥기만 한 봄, 흥을 돋아줄 공연을 즐겨볼 요량이면 눈여겨봐도 괜찮다. 딱 그 정도만이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가량 되는 공연을 스탠딩으로 즐기지 못하는 ‘저질 체력’이라고? 요즘 대세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았다고. 그럼 찬찬히 <2009 인디루트 페스타>의 공연 스케줄을 훑어보라.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적잖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음악계의 ‘7080 콘서트’라 해도 무방한 정도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