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홍대 공연장이었다. 사실 공연을 보겠다는 작정은 아니었지만, 장황한 사정 속에 홍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 홀을 찾았다. <34일간의 콘서트! 멋진 음악은 다 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릴레이 콘서트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 공연이었다.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속해 있는 붕가붕가레코드의 레이블 공연은 ‘지속가능한딴따라질 제9탄 지속성장을 위한 신(新)사업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아침’ ‘솔탄 오브 더 디스코’ ‘치즈 스테레오’가 무대에 섰다. 특별 게스트는 ‘브로콜리 너마저’.

클럽 분위기를 살핀 지 오래 되어서 상상마당을 찾은 관객들이 많은 수인지 적은 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장은 나름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리고 2시간30분 가량의 공연 동안 관객들은 시종일관 스탠딩을 유지하며 공연을 지켜봤다. 간혹 공연자들이 바뀔 때의 휴식시간을 틈타 바닥에 주저앉아보기도 하지만, 신발을 벗어젖히며 장시간 스탠딩 자세를 유지하기에 고통스러웠던 나에게는 가히 존경스러울 만한 장면이었다. 공연자들은 하나 같이 ‘기하형님 때문’이라며 당일 공연의 주인공인 ‘장기하와 얼굴들’을 보러 온 이들에게 원망을 늘어놓기도 했으나, 관객들은 웃으며 ‘장기하와 얼굴들’이 나올 시간을 충분히 밴드들과 즐기면서 기다렸다.

▲ 장기하와 얼굴들 ⓒ 나난
드디어 특별 게스트로 ‘브로콜리 너마저’까지 공연을 마치고, 갑자기 공연장이 들썩거린다. 1시간 전에 비해 관객들이 더 많아졌고, 공연 열기는 후끈 달아올라 공연장은 점차 답답해지며, 숨 막히는 공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하고, 관중들의 몸짓이 더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미미시스터-즈’가 나오자 그녀들과 함께 춤을 따라하며 ‘장교주’와 ‘미미’ 찬양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였다. 장기하는 무대 위에서 격한 점프를 선보이기도 하고, 관중들에게 몸을 날리기도 하다가 결국 안경을 잃어버리기도 하였다. 결국 ‘장기하와 얼굴들’은 두 곡의 앵콜곡을 더 부르고 나서야 그나마 관중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공연장 바닥은 들썩거렸고,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했기에 발, 종아리, 허리, 어깨 등의 통증에 시달렸던 몸이 이상하기만큼 그 순간 새처럼 가벼워졌다. 다른 밴드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 공연은 끝났다.

아니 공연은 끝나지 않았다.

▲ 2009 인디루트 페스타 ⓒ 라이브음악발전협의회 홈페이지
<34일간의 콘서트! 멋진 음악은 다 있다!>의 바통을 이어 오는 15일부터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가 주최하는 <2009 인디루트 페스타>(http://www.livemusic.or.kr)가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인디루트의 주제는 ‘10년 밴드 / 10년 클럽’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스스로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며 활동 중인 인디 1세대 음악인들과 홍대 인근의 라이브 공연장을 운영해오며 인디음악계의 기반이 되고 있는 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한다. 더불어 “최근 대중적인 주목을 받는 신인 뮤지션들을 비롯하여 인디 음악에 관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주목된 시점에 오히려 소규모 공연장과 뮤지션의 감소로 인해 힘든 과도기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현재 지난 인디음악사를 돌아보며 과거를 되집어 보는 일은 더 늦기 전에 이뤄져야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하였다. 인디 음악의 뿌리를 찾는 것이 곧 “인디 음악의 미래를 위한 준비”란다.

의미부여는 하지 않겠다. 주최 측의 설명을 몸소 느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굳이 인디음악이라고 경계 지어 문화를 탐식하지 말고, 취향대로 움직이는 게 더욱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른하고, 덥기만 한 봄, 흥을 돋아줄 공연을 즐겨볼 요량이면 눈여겨봐도 괜찮다. 딱 그 정도만이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가량 되는 공연을 스탠딩으로 즐기지 못하는 ‘저질 체력’이라고? 요즘 대세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았다고. 그럼 찬찬히 <2009 인디루트 페스타>의 공연 스케줄을 훑어보라.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적잖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음악계의 ‘7080 콘서트’라 해도 무방한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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