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떤 근거와 명분을 댈까? 한나라당이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을 신문발전위윈회에 신고하도록 한 현행 제16조 제1항(발행부수, 유가부수, 광고수입, 구독수입의 신문발전위원회에 대한 신고 규정)을 몽땅 삭제하려는 것을 어떻게 합리화시킬까? 무척 궁금했다. 마침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6일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답변을 내놨다. “ABC공사 참여해 검증받는 신문사에게만 정부광고 주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다. ‘ABC공사 제도를 개선해 자율적 신문광고질서 확립을 유도’하겠다는 게 이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스
결론부터 말하면, 문화부가 신문법 제16조 제1항의 삭제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동원한 ABC공사 제도 개선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 ‘조중동’이라는 거대신문들이 주도하는 불공정거래로 얼룩져 있는 현재의 신문시장에 달콤한 당의정을 씌워 문제점을 그대로 온존 확대재생하는 ‘신문고시 폐지’ 방안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운운’이 문화부의 ‘신문고시 폐지’ 추진으로 현실화시키는 ‘짜고 치는’ 팀워크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정가 또는 80% 이상 수금’으로 돼 있는 현행 유료부수 검증 기준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 수준인 50% 이상으로 낮추는 데 있다. 문화부는 유명무실한 ABC공사 제도를 개선하는 주요한 수단의 하나라는 당의정을 여기에 입혔다. 그러나 명분은 “현실에 맞고 명확히 규정”한다는 게 전부이고, 동원되는 근거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료부수 기준가격을 ‘정가의 50%’ 이상 넘지 않게 시행”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국내 신문시장 현실에서 정가의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유료부수 검증기준을 낮추는 것이 왜 “현실에 맞고 명확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찾아볼 수 없고, 해외 주요국에서 그렇게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문화부의 첫 번째 꼼수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 이 꼼수가 국내 신문시장 현실에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ABC공사의 부수검증은 1998년 10월부터 지국유가부수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수 검증을 받는 해당 신문사의 지국들 중에서 표본을 추출해 ‘신문 정가의 80% 이상을 수금하는 부수를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현재 신문 구독료는 월 1만5천원인데 그 80%인 1만2천원 수금이 돼야 유료부수로 인정해 왔다. 이걸 앞으로는 50%인 7500원만 수금돼도 유가부수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간단한 산수에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다. 먼저, 왜 80%를 50%로 낮췄는지부터 따져보자.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문화부의 말을 그대로 믿는 시민은 너무 순진한 분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중앙일보는 최근 신문 판형을 기존보다 크게 줄어든 타블로이드 크기의 판형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이전보다 종이 사용량 등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월 구독료를 1만5천원에서 1만원 이하로 낮추려 한다는 게 신문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1만원으로 낮출 경우, 현행 유료부수 인정 기준으로 하면 8천원만 수금하면 된다. 이에 대해 다른 신문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4천원 많은 1만2천원을 수금해야 유가부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낮은 구독료를 내세워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이들 신문은 아무런 이점이 없고 현상 유지다.

하지만 유가부수 인정 기준이 80%에서 50%로 낮아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앙일보는 5천원만 수금해도 되고, 조선과 동아는 7500원만 수금하면 유가부수로 인정받는다. 이것이 조선과 동아에 갖는 의미는 매우 심장하다. 조선의 한 지국의 독자가 100명이고, 이 가운데 30%의 독자는 6개월 무가지 제공을 통해 확보한 독자라고 하자. 현재 신문고시에 따르면, 신문 정가의 20%가 넘는 무가지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6개월 무가지 제공은 불법이다. 이 지국은 독자 70명한테는 구독료인 1만5천원을 수금한다. 그러나 무가지 살포를 통해 확보한 독자로부터는 구독료를 6개월 동안 받지 못한다. 따라서 총 구독료는 70명에 해당하는 105만원이다. 그러나 유가부수는 70명에 해당하는 70부가 아닌 87부(21만원(105만원-84만원)/1만2천원)가 될 수 있다. 70명으로부터 받은 구독료를 1만2천원으로 계산하면 84만원이고, 105만원에서 84만원을 빼면 21만원이 남는다. 이 21만원을 1만2천원으로 나누면 17명이 나온다. 곧, 불법 무가지 제공을 통해 확보한 독자 30명 중 17명은 구독료를 내지 않았음에도 유가 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것은 80% 기준을 적용했을 때 얘기다.

▲ 한겨레 5월13일치 20면 기사
50% 기준을 적용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70명으로부터 각각 1만5천원을 받아서 나온 105만원의 총 구독료는 유가부수 70부가 아닌 140부(105만원/7500원)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불법 불공정거래를 통해 확보한 독자를 합법적인 유가 독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여지가 지금은 25%(17/70×100)인 반면, 50% 기준을 적용하면 100%(70/70×100)로 4배나 커진다는 얘기다.

결국, 문화부가 유가부수 인정 80% 기준을 50%로 낮추겠다는 것은, 거대신문에 의한 불법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는 신문시장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눈치 빠른 시민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가부수 인정기준 80%를 50%로 낮추겠다고 하는 문화부의 꼼수는 ‘신문고시 폐지’에 해당한다. 현행 유가부수 인정기준인 80%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신문고시에 허용되는 경품 및 무가지 제공의 상한선인 20%를 감안해 설정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50%로 낮춘다는 것은, 현행 신문고시에서 허용하고 있는 불법 경품 및 무가지 제공의 상한선을 구독료의 20%에서 50%로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신문고시의 폐지나 마찬가지다.

이제, 현명한 시민은 분명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가 신문고시를 우회적으로 폐지하는 꼼수를 부린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앙일보를 위해서다.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1만원으로 낮출 경우, 중앙일보는 현행 신문고시에 따라 경품 및 무가지를 제공할 여지가 대폭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연간 3만6천원(1만5천원×12개월×20%)의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1만원으로 낮추면 연간 2만4천원(1만원×12개월×20%)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구독료가 낮아진다는 경쟁상의 이점이 있지만, 조선과 동아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연간 2만4천원의 경품 및 무가지 제공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경품 및 무가지 제공 상한선이 50%로 확대되면, 6만원어치를 살포할 수 있다. 그만큼 불법적으로 확보한 독자를 합법적인 유가부수로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짐은 물론이다.

조선과 중앙으로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신문고시가 사실상 폐지되는 오랜 숙원을 달성할 수 있다. 불법 경품과 무가지 살포를 통해 확보한 독자가 합법적인 유가부수로 인정받는 길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화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의 실상이다. 조중동 면죄부 주기, 이를 통한 정부광고 조중동 몰아주기가 바로 그것이다. 신문고시는 문화부에 의해 사실상 폐지될 운명에 놓였다. 공정거래위는 문화부가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80%에서 50%로 낮추면, 신문고시를 바꿔 경품 및 무가지 제공 기준을 20%에서 50%로 낮추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정말 문화부 관료들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 유인촌 장관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 신재민 제1차관은 이래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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