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본 아이덴티티'로 등장한 제이슨 본 시리즈는 국가에 의해 희생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스토리 구조로 기존의 첩보물인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차별화된 특징을 제공했고, 첨단기기나 물량공세에 의존하지 않고 몸을 활용해 펼치는 박력 있는 액션이 매력 포인트였다.

2007년 '본 얼티메이텀'을 마지막으로 주인공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와 결별을 선언했다. 2012년 제레미 레너를 앞세워 '본 레거시'라는 새로운 본 시리즈가 선보였지만, 맷 데이먼에 대한 그리움만 증폭시켰을 뿐이었다. 결국 맷 데이먼은 9년 만에 본 시리즈를 선택했고, 자신과 본 시리즈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합류하였다. 그들의 케미가 다시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제이슨 본> 스틸 이미지

자신의 기억을 되찾은 본이 과거에 숨겨졌던 또 다른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이 기본 줄거리이다. 아무래도 9년 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기억의 정체를 되찾았으니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 이 영화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혹자들은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9년 만에 부활한 본 시리즈가 새롭게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과거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 시리즈 자체가 과거에 숨겨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기본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런 구조를 벗어난다면 영화는 본 시리즈가 아닌 다른 프랜차이즈 첩보물로 타이틀을 내걸어야 할 것이다.

제이슨 본 특유의 타격 액션은 이전에 비해 강도가 약해 보이지만 카 체이스 씬의 박력으로 아쉬움을 충분히 메운다. 잰걸음으로 여기저기 이동하는 제이슨 본 특유의 동작도 살아있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은 맷 데이먼이 둔탁해 보일까 우려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난다. 역시 본 시리즈는 맷 데이먼 없이 진행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영화 <제이슨 본> 스틸 이미지

기존 영화에서 본을 돕던 조력자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는 희생되지만,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하게 된다. 헤더 리와 본 간에 숨바꼭질 같은 추격전이 다음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유유히 사라지는 본의 모습과 함께 막을 내린다.

본 시리즈는 역시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의 케미가 필요함을 증명한 영화 '제이슨 본'. 앞으로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더불어 첩보물 마니아들을 설레게 할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다시 늘어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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