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책포럼 더불어민주당 시리즈의 일환으로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변재일·이상민 의원의 주관으로 더민주 정책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변재일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정보통신부에 있으면서 방송통신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그런데 여러 현상들이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전했다.

변재일 의원은 "방송의 전송기법이 시대마다 다른 기법이 있음에도 동일한 규제를 받으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밝혔다.

변재일 의원은 "최근 SKT와 CJ헬로비전 합병도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이고 무엇을 막기 위해 불허한 것인가"라며 "이런 것도 목적성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변재일 의원은 "시청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동력 기반도 만들어 나가는 출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소비자, 시청자 아울러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산업체도 다시 한 번 더 발전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전했다.

▲29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IPTV 등장으로 죽어가는 CATV

우리나라의 IPTV를 제외한 매체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유지 또는 감소하는 추세다. 지상파는 10년 째 지속적인 하락을 겪고 있고, 종합유선방송국(케이블TV의 한 종류·SO), 홈쇼핑은 2013년 이후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2016년 3월 통계에 따르면 KT-skylife를 포함한 IPTV의 가입자 점유율이 기존 케이블TV의 점유율을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IPTV가 도입된 이후 케이블TV의 점유율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현재 유료방송의 보급률은 가입자 시장 과포화 상태로 앞으로의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보급율은 이미 주민등록 세대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137.3%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액에서도 IPTV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반면 케이블TV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유료방송사업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했는데 IPTV 매출은 큰폭으로 증가했고, 케이블TV의 매출은 소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IPTV는 매출액이 늘어나고 가입자가 1063만 가구까지 늘어났음에도, 영업이익은 2014년 기준 698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가입자 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과 연동된 경품 및 저가 마케팅으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매출액 규모도 역전됐다. IPTV와 위성 매출의 경우 2조4584억 원으로 SO의 2조2560억 원을 넘어섰다. 방송수신료 매출의 경우에도 2015년 매출총액은 5.9% 증가한 반면, SO 매출은 지난 3년 간 22.1%나 감소한 94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3사는 '공짜마케팅', '현금마케팅' 등으로 불리는 모바일 결합상품으로 방송·인터넷 상품을 무료화·부상품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시장 저가구조를 심화시키고 구조적으로 이동통신 결합상품 구성이 불가능한 경쟁사업자에게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무선시장의 수익을 활용한 과다한 현금지급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조사를 통해 지속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이통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이 78억 원, 2012년 7억7000만 원, 2015년에는 5월에만 10억5000만 원, 12월에는 14억 원에 이르렀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현금마케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서비스의 품질이 아닌, 현금·경품·모바일 결합에 따른 공짜상품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게 되고, 방송통신시장이 서비스 품질경쟁이 아닌 요금 및 경품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영업 방식 이외에도 콘텐츠 사용료 지급 체계의 합리성·일관성 결여도 유료방송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수신료 매출은 감소하는데 콘텐츠 수급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홈쇼핑 프로그램공급자(PP)에 의존도가 높은 SO사업자가 더욱 일반 PP에 대한 프로그램사용료 지급 축소로 이어져, 콘텐츠 산업의 양극화와 질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플랫폼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채널계약은 상업적 계약으로 자율진행이 원칙이지만, 지상파 및 종편의 경우 협상을 통해 SO의 자율적 채널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SO-PP 상생협의체' 논의를 통해 사업자 간 평가 및 대가 산정 기준을 논의하고 있지만, 지상파 재송신료와 종편 PP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에 대해서는 대가산정의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통신시장의 지배력의 방송시장 전이가 더해지면서, 수신료매출(ARPU) 감소가 일반PP 콘텐츠 대가배분을 축소하고, 이는 콘텐츠 투자약화 및 질 저하로 이어지며, 소비자의 비용지불 의사가 줄어들어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결국은 방송시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분석이다.

모 통신사의 유무선 결합 상품 홍보 사진(연합뉴스)

통신시장 지배력의 방송시장 전이…"조치 필요해"

발제자로 나선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더 이상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시장규모가 이대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시장 자체가 과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에서 IPTV3사와 KT-skylife를 합산했을 때 50%를 상회해 시장이 변곡점을 맞이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케이블TV의 위기이고, 어찌 보면 유료방송 전체의 위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호 교수는 "수신료 구조를 살펴보면 저가의 수신료로 콘텐츠는 질적 하락하고,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며 "이용자 후생도 감소하고,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저가 수신료를 해결해야만 구조가 바뀔 수 있다"면서도 "상당부분 적정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간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교수는 "수신료 구조 개선과 적절한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여러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교수는 콘텐츠 사용료 지급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가 산정의 기준이 마땅치도 않고, 지급방식의 일관성도 결여돼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5년, 10년 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선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재 협상 상태에서도 협상자의 힘의 균형도 전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재호 교수는 통신사업자의 공짜마케팅 등에 대해 "결합판매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통신시장의 시장지배력이 방송시장에까지 전이될 것이란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재호 교수는 "결합판매가 가입자의 편익증대가 있다면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현금마케팅 같은 것은 유료방송시장 자체를 괴멸시킬 수 있고, 전체 시장을 약탈경제로 몰아갈 수 있는 극단적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공짜마케팅을 통해 방송은 무료상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은 콘텐츠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금마케팅과 같은 부분은 명확하게 금지하는 조항을 반드시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교수는 "케이블TV는 여전히 방송법이 적용되고 있는 반면, IPTV는 현재 이 규정들에서 빠져있는 상황"이라며 "규제의 형평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TV가 살아날 길은?

토론자로 참석한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유료방송의 '앙꼬'는 양질의 콘텐츠인데, IPTV가 유료방송시장에 들어와서 제대로 한 콘텐츠가 없다"고 지적하며 "결국 통신사업자가 갖고 있는 유·무선 서비스의 결합, 마케팅 능력 이런 것에서 차이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3사는 어차피 고객이 스스로 찾아온다"며 "영업을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도준호 교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다 보니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정신차렸을 때는 이미 저가경쟁이 심화됐고, 사실상 장기적으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까지 등장한 것"이라며 "작년 업계 1위 사업자가 매각까지 했고, 오늘과 같은 세미나가 열리는 상황까지 맞이했다"고 말했다.

도준호 교수는 "KBS 같은 경우는 방송한 것을 VOD로 만들어 올려서 공영방송 정체성을 스스로 흐트린다"며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방송 플레이어 중 공적 플레이어가 누군지 확실히 가려낼 필요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수신료가 60달러인데 우리는 8달러 정도"라며 "수익이 감소하면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투자 재원이 감소하고, 방송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나는 연결고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정민 교수는 "IPTV가 등장해 통신결합서비스로 판매하면서 방송이 무료라는 인식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주정민 교수는 "매출액 수신료 일정 부분을 정률제 개념으로 재정립할 필요성도 있다"며 "8VSB를 도입할 때 아날로그 사업자를 위한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했고, 아날로그에 맞춰서 요금도 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사실 아날로그 서비스에 가까웠는데,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으로 가야한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해서 고가의 수신료 구조로 가면서 재전송료를 제대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정민 교수는 지역채널에 대한 케이블TV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채널은 생활정보 측면에서 지상파가 하지 못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SO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현재의 지역프랜차이즈권을 유지하면서 발전뱡향을 생각하는 것이 다른 서비스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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