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그런 모양이다.

발탁해 키워주고, 심지어 권력까지 쥐어주면서 독립해서 나가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전제를 하나 붙였는데, 그것은 권력을 떼어주는 대신 확실히 분가해서 일가를 이루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분가해서 나간 사람이 그 권력을 들고 일가를 이룬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에게 달려가서 그 권력을 갖다 바치면서 새 주인을 모시는 ‘주구’를 자청했고, 그 새 주인은 ‘주구’하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임채진 검찰총장 ⓒ여의도통신
더 이상 권력의 시녀 노릇하지 말고 당당히 살라며, 분가시키면서 땅값 집값 생활비까지 떼어 주었던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요, 챙길 것 다 챙겨 나오면서 독립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 쓰레기통에 쑤셔넣듯 그 약속을 버리고, 새 주인을 모시면서 그 모든 권력을 헌상한 자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해 지금까지 검찰총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 임채진 검사다.

‘주구?’ 사전적 개념을 찾아보면 이렇다.

주구 [走狗] : [명사]1 달음질하는 개라는 뜻, 사냥할 때 부리는 개를 이르는 말. ≒응견. 2 =앞잡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개가 사람을 물어도 뉴스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정권에 따라 변절을 거듭하며 새 정권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자리보전에 급급한 이를 우리는 ‘주구’라고 하고, 앞잡이라고도 한다.

정치권력이 4·29재보선을 겨냥해서 전 정권의 수장을 향해 흠집을 낼 수 있을 만큼 내게 만들라고 한다고 만드는 자들이 누군가? 세상에 어떻게 어떤 질문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두고 거의 일주일째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정치권력의 이해를 관철·확산시키려는 자들이 누군가?

검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대차게 엉겨 붙던, 소장파 검사들의 그 기개는 어디로 갔는지, 분실신고도 않은 채 사라져갔다. 그 흔한 검찰 내부 게시판에서 검찰총장을 비판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견해’가 올라왔다는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권력의 주구를 자청한 검찰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헷갈린다. 검찰독립을 위해서 임채진 검찰총장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잘못인지, 아니면 천박하고 비루하게 검찰총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임명해 준 임명권자의 등에 비수를 꽂는 임채진 총장의 잘못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둘 다 그 책임선상에서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지경이다.

세상은 이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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