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토요일 KBS <드라마시티> '못생긴 당신'편의 한장면이다.

<드라마시티>가 끝나고 다음회 예고편을 기다리는데 낯선 얼굴들이 등장했다. 세 여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 한다.

"드라마는 위로다."
"드라마는 애인?"
"따뜻한 감정들이 많이 묻어나는."
"혼잣말이 아닌 대화가 되는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예쁘게 봐주세요."

이 여자들의 정체는 <드라마시티> '극본 공모 당선작'에서 선발된 새내기 작가들이다. 방송이 시작되기전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특별한 예고편을 만들었다.

이날 방송은 마치 시청자들에게 단막극의 존재가치를 말하는 듯 하더니 이 예고편으로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못생긴 당신'편을 살펴보자.

여기 아내를 죽인 한 남자가 있다. 법정에서 그는 아내에게 냄새가 많이 나고 못생겨서 죽였다고 말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도 그는 나쁜 남편이었다. 동네 다방 마담이랑 바람이 나서 대낮부터 여관을 들락거렸다. 무능했고, 자식에게도 소홀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암에 걸리자 유산을 노리고 병간호를 하다가, 그것조차 견디지 못했는지 결국 아내를 죽여버렸다.

그에 비해 아내는 너무나 불쌍하다. 생선가게를 하면서 손님에게 100원 한푼 깎아주지 않으며 억척스럽게 일했고, 딸 둘도 똑똑하게 키웠다. 속썩이는 남편만 없으면 사는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자궁암에 걸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남편은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병원에 남편이 바람피웠던 여자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 아내와 남편은 너무 늦게 서로의 사랑을 알았다. 이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의 고통을 멈추게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못생겨서 죽인게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살인을 저지른것이다.

'못생긴 당신'편은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느끼게 했다. 또 머리로 안락사에 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드라마가 작품이 아니라 상품이 된지 오래다. 방송사는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 팔릴만한 상품을 만드는데 애쓴다. 그래서 투자대비 효과가 없는 '상품'들은 외면받는다.

'못생긴 당신'편이 가진 상품성은 언뜻 봐서는 '눈물' 밖에 없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처럼 가족이 병으로 아프고, 병수발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깨닫고 후회하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못생긴 당신'편은 그런 뻔한 공식들을 밟는 듯 하면서도 비켜나간다. 결국 죽음을 맞는 아내 옆에서 오열하는 남편으로 대충 마무리 지어도 될듯하나 정말 살인을 저지렀다. 변호사가 나서서 정황을 설명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남긴 편지를 보면서 울어도 될듯하나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주인공도 중견배우 박인환과 오미연이다. 요즘 중견배우들이 주인공들 결혼을 반대하거나, 식탁에서 같이 밥먹는 역할만 맡고 있는 실정과 비교하면 파격이다.

시청률만 생각하면 젊은 연기자들을 내세웠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줄거리였다. 하지만 어떤 분장을 해도 세월의 흐름이 손과 얼굴에서 오미연처럼 자연스럽게 묻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조승우가 연기를 했어도 박인환처럼 후회의 눈물이 진심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가 이 같은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이제 <드라마시티>뿐이다. 앞서 말한 예고편은 이 척박한 공간에 젊은 피가 수혈된다는 고마운 의미다. 단막극이 역사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세여자를 뜨겁게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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