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이메일, 청와대 이메일, 청와대 행정관, 장자연리스트, 박연차리스트, 언론인 체포, 노무현 전 대통령,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제목만으로도 그야말로 정신없는 대한민국 현주소이다. 잠시 숨고르기인가, 검찰이 요상한 혐의를 뒤집어씌워 1년6개월 구형했던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풀려났다. 1심 법원이 “무죄” 판결했다.

이번 사건으로,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은 국민과 역사 앞에 망신살만 뻗쳤다.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또 어떤가. 지난 1월 초, 미네르바를 체포하면서 이미 검찰은 ‘굴욕’의 예고된 수순을 밟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 하의 검찰이라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선 이해되질 않는 측면이 있다. 바보가 아닌 최고의 수사기관이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첫째, 비슷한 예로 언론사의 경우 저마다의 성향이 있고 편집방향이 있긴 하지만 이따금 “되지도 않고 상식에도 없는”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올린다. 일부 신문사의 경우 평기자들의 의견 반영 없이 편집국장이나 대표이사 맘대로 그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부하 검사 무시하고 검찰총장 각본대로 수사?

둘째, 네티즌들 하는 얘기로 ‘지능적 안티’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인기그룹 빅뱅을 지지하는 척하면서 ‘오버’해서 칭찬하고 비행기 태우는 글을 게재해 비난하는 댓글을 유도하고 안티빅뱅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사실 그(녀)는 동방신기의 팬이었던 것이다. 담당 검사가 안티 이명박 대통령?

셋째, 가정 형편은 어려웠으나 죽자사자 공부해 일류 대학 나오고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한나라당 좋아하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와 혼인한 케이스. 원래 평검사 본인은 서민과 정의의 편이나 ‘성공대로’의 중단을 막기 위해 불의를 보고 눈감는 경우?

넷째, 원래 ‘강부자’ 가정에서 자랐고 고액과외를 통해 공부도 잘했으나 재력 이외의 것이 없음이 못내 아쉬웠고 법대와 고시를 통과해 그것을 성취, 그래서 노 전 대통령처럼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에 도전(?)하는 서민발 권력에 눈 부릅뜨고 칼 휘두르는 케이스?

잘 모르겠다…. 검찰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렵고, 정권과의 관계도 드러난 바는 당연히 없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굴욕’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변명하고 항소해봐야, 아무 힘없는 논객 한 사람 잡아다가 최고위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 선사한 것으로밖에 다수의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수사가 자신들 임무 수행의 주요 부분이라 생각하면 이 땅에 ‘수사기관’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비겁한 권력자.”

위는 몇몇 종류의 이 나라 권력자가 그렇듯 검찰도 피해가기 힘든 아킬레스건이다. ‘청와대’라는 정점의 권력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점은 국민도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사법시험)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자신과 자기 조직의 안위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이제라도 돌이켜볼 문제다.

잠시, 또다른 권력자인 언론의 현주소를 보라. 말로만 서민 서민 하면서 상당수 언론 매체의 관심은 기업과 재벌을 향해 있고 정부를 찬양한다. 비자금과 분식회계, 경영권 불법승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기업광고를 따내거나, 정부의 잘못된 외교·경제 정책 등을 옹호해주고 정부광고를 얻는다. 서민과 알권리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돈·정권과 결탁한 언론사가 호의호식하는데 반해, 그것들의 부정함에 맞서는 매체나 언론인들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된다. 엉뚱한 곳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개인의 비관적 견해를 인터넷에 올린 죄?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 임명을 반대한 죄? 또한 MBC PD수첩 프로듀서들은 정부의 잘못된 쇠고기협상과 미국산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상기시킨 죄?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사와 다름없이 “미네르바,” “노종면 기자,” “MBC PD들”을 잡아가는 검찰의 행태는, 정부와 기업이 언론에 재갈 물리듯, ‘대 국민 길들이기’ 작업에 편승한 결과라 아니 말할 수 없다.

미네르바 구속으로 많은 수의 인터넷 논객이 짐을 쌌다. (허위 보도한 <신동아>는 버젓이 살아 있다.) 노종면 기자를 체포 후 구속했다가 풀어줬다. 그렇지만 구본홍은 계속 YTN 사장으로 남아있다. 겁주기와 길들이기의 효과이다. PD수첩 겁주기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들에 재갈 물리려는 심산이다. 정부로선,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검사들은 무엇을 위해 뼈빠지게 공부하고 지금의 위치에 섰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능적 안티’를 제외한 나머지 셋의 이유로 그러고 있다면 ‘떡검’이나 ‘떡찰’의 오명 씻기 힘들 것이다.

겁주기와 길들이기에 묻혀 중대한 형사 사건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 그게 정부가 바라는 “물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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