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초여름처럼 더워 몸과 마음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숲은 이런 날씨에 어찌 적응하는지 꽃은 피고 여린 순들도 잘 나와 어느새 푸르러졌습니다.

쉬 비가 오지 않을 것처럼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옵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아닙니다.

그동안 어찌 참았는지 모를 비바람이 산중에 몰아칩니다. 푸석푸석한 땅에서 어렵게 양분을 끌어올리던 나무와 풀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비바람입니다.

어제까지 심었던 감자들도 오늘 단비를 흠뻑 빨아들여 새싹을 땅위에 올리겠지요. 배꽃이 활짝 피어 한참을 빛내더니 오늘 흰 꽃잎이 비바람과 함께 흩날립니다.

순백의 흰빛이 멀리서 보아도 빛나는 배꽃은 밤에도 달빛을 받아 빛나는 꽃입니다.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밤이든 낮이든 우아함으로 빛나는 배꽃은 애틋한 마음을 절로 일으키는 님과 같습니다.

▲ 배꽃.
오늘처럼 비바람에 배꽃이 흩날리면 매창의 ‘이화우’가 생각납니다. 애틋한 님과 이별한 애절함을 흩날리는 배꽃에서 찾은 매창의 마음이 흠뻑 느껴집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피고 지는 것이야 절로 이루어지는 일이겠지만 우리 마음은 피고 짐이 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배꽃과 거의 같은 때 피고 지는 꽃이 있습니다. 진달래꽃과 비슷한 빛을 가져 흰 꽃들 속에서 두드러지는 복사꽃입니다.

▲ 복사꽃.
복사꽃이 활짝 피면 그윽함과 빛이 온 마음을 덮고도 남습니다. 수많은 꽃 중에서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무릉도원이라 부른 연유도 복사꽃이 지닌 그윽함 때문일 겁니다.

복숭아는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나무여서 열매와 꽃에 얽힌 사연도 많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죽을 때까지 다짐을 지켰던 결의도 굳이 복사꽃밭에서 한 걸 보면 복사꽃은 사람의 내면과 영혼을 나타내는 꽃인 듯합니다.

오늘 불어닥친 세찬 비바람으로 배꽃과 복사꽃은 흩날리겠지만 배꽃이 가진 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복사꽃이 가진 내면의 그윽함은 비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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