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국회의원, 언론사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고소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적반하장식 고소남발”이라며 고소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김성균 언소주 대표,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국장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 100여개 시민단체는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적반하장식 고소남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앞에서 열었다. ⓒ곽상아
한국여성단체연합,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 100여개 시민단체는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적반하장식 고소남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앞에서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조선일보 기자님들, 사주가 자랑스러우세요? 우리는 우리 대표가 자랑스러운데(민언련 활동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조선일보의 적반하장식 고소를 규탄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조선일보는 1차고소와 김성균·박석운 대표와 나영정 국장에 대한 추가고소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며 “경찰과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하고 국민 앞에 진상을 공개하고, 국회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법을 통과시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못하면서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특정 임원’의 일에 ‘조선일보사’가 고소의 주체가 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무리 ‘족벌신문’이라지만 개인 차원의 문제를 전사(全社)적으로 발벗고 나서 수습하는 행태가 참으로 꼴불견”이라며 “지난 8일 조선일보 앞에서 개최된 여성·언론·인권단체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런 지극히 당연한 주장에 발끈해 국회의원, 언론사 대표, 시민단체 인사를 가리지 않고 고소함으로써 제 얼굴에 먹칠을 하고, 제 발등을 계속 찍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 참석자가 들고 있는 조선일보 관련 피켓들 ⓒ곽상아
이들은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의 ‘장’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날뛸수록 국민들은 뭔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하지 않겠는가”라 되물으며 “조선일보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명예훼손 고소’를 밀어붙이겠다면 우리도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이 사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조선일보의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에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고 장자연씨의 사건을 둘러싸고 조선일보가 보여준 행태를 통해 거대족벌언론의 권력화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지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조선일보가 방송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실로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생한 사례로 국민들에게 알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로부터 고소를 당한 진보신당 나영정 국장은 “기사 같지도 않은 기사에 내 이름이 올라가있어 굴욕스러웠다. 가해자들이 유력 권력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수사조차 안되고 있는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진실을 알도록 조선일보가 오히려 우리를 부추기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으로 싸워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언소주 김성균 대표 역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이 고소를 일삼아도 우리는 결코 겁먹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힘이 막강하지만 머지않아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 정연우 공동대표는 “‘조폭’이라는 말은 조직폭력배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조선일보 폭력집단’을 의미하는 것 같다. 둘다 범죄집단이자 폭력집단이라는 점에서 조폭과 조선일보는 다를바 없다”며 “조선일보는 언론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사주보호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있는데 이렇게 고소를 남발하면 장자연 리스트가 덮어질 것으로 착각하는가”고 물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