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대통령은 초법적 존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 탓인지 돈을 끄는 자력마저 강력하게 발산하는 모양이다. 정권이 바뀌면 돈을 마구잡이로 먹다 체한 세도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이 그것을 말하고도 남는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여의도통신
군벌출신인 전두환, 노태우는 국권을 찬탈한 터라 돈 뺏는 수법도 남달랐다. 마피아가 자릿세 뜯 듯이 재벌들한테서 목돈을 갈취해서 청와대 금고를 채웠다. 민주투사로 알았던 김영삼, 김대중의 가신들이 돈 잔치로 흥청거리더니 아들들도 권력의 향연에 도취해 돈 바람에 녹아났다.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하던 노무현도 그 대열에 끼어 그한테서도 돈 냄새가 악취를 풍긴다.

김영삼은 대통령으로서 과단성을 발휘했다. 하나회를 해체해서 군벌정치의 뿌리를 뽑았다. 사정의 칼이 32년간 군부통치의 환부를 도려내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완강했기에 하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패의 온상인 금융차명거래를 없애기 위한 금융실명제 실시였다. 전두환, 노태우를 감방에 집어넣어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였다.

전두환, 노태우가 먹은 돈은 드러난 것만도 수천억원씩이다. 재벌한테서 정기적으로 상납 받고 이권사업을 허가한 대가로도 챙겼다는 것이다. 노태우는 그 돈을 다시 기업인한테 빌려주는 돈놀이까지 했단다. 나라를 먹자판으로 알았으니 밑에 무리인들 얼마나 먹었을까? 그 돈을 선거자금으로 써서 숱하게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것은 도둑의 무리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당정치(盜黨政治-kleptocracy)다.

김영삼 집권말기에 한보사태가 터졌다. 실세들한테 돈 상자를 돌리고 그 대가로 은행돈 얻어내서 무모한 사업을 벌인 사기극 같은 사건이다. ‘소통령’을 자처하며 국정을 농락하던 그의 아들이 거기에도 끼어들어 감방신세를 졌다. 부패척결을 외치던 아버지 뒤에 숨어 검은 돈을 수금한 셈이다. 선진국 놀음을 한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해 자본-금융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졌고, 그는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IMF 사태를 뚫고 4수 끝에 대통령의 꿈을 이룬 김대중은 전임자를 반면교사로 삼는 듯했다.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을 만든 데 이어 부패방지위원회도 설립해서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게이트’라는 이름의 권력형 부패사건이 밑도 끝도 없이 터졌다. 그 곳마다 가신들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돈맛을 봤던지 아들 셋이 열심히 그 짓을 따라 했다. 사람들은 돌림자 ‘홍’을 따서 ‘홍삼’사건이라고 말한다. 그 탓에 그의 치적이랄 남북화해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상고출신 변호사 노무현의 대통령 탄생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닫힐 줄 모르는 그의 입이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줬다. 그가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그의 형은 ‘봉하영감’으로 행세하며 이권사업과 지방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돈 먹으면 “패가망신시킨다”고 하더니 자신이 그 꼴이 날 판이다. 돈뭉치 챙기는데 본인, 부인, 아들, 형, 조카사위가 한 몫씩 했다니 말이다. 그것도 달러를 좋아한 모양이다. 그의 측근들도 감방행이 잇따른다. 남의 돈으로 집터를 마련하고 회사를 만들고 재단까지 만들려니 돈이 많이도 필요했을 터이다.

대통령들이 나라를 너무 어지럽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벼슬을 돈벌이로 아는 무리가 설친 탓이다.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이란 옛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도 벌써 쇠고랑을 차기 시작했으니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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