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는 풀HD에 비해 4배(4K) 또는 8배(8K)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 음향을 제공하는 초고화질 방송서비스이다. 국내에서 UHD방송은 지난 2014년 4월 유료방송이 먼저 시작했다. 유료방송의 UHD상품 가입자는 금년 2월 130만 명을 넘어섰고, 연내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를 앞두고 정부와 지상파방송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정부는 2015년 7월 지상파 UHD방송용 주파수 배분을 확정했으며 같은 해 12월 지상파 UHD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2017년 2월 수도권부터 지상파UHD 본방송을 개시하여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고, 2027년에는 HD방송 종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BS 홈페이지 캡처

UHD는 디스플레이 시장, 장비시장, 콘텐츠 시장, 서비스 시장 등 관련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에게 IT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 정부는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IPTV 등에 UHD방송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8년 4K를 뛰어넘는 8K UHD 본방송을 개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UHD 방송에 대한 앞선 기술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관련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지상파 UHD 본방송을 통해, 일본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지상파 UHD방송 기술표준 확정에 따른 후속이슈가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7월 26일 북미식(ATSC 3.0)을 지상파 UHD방송 기술표준으로 확정했다. 북미식이 유럽식(DVB-T2)에 비해 최신 기술이고 성능이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미식이 확정되기 전, 지상파방송사는 2012년부터 유럽식 표준으로 실험방송을 실시하였고, 정부도 2014년 10월 UHD 실험방송 표준을 유럽식으로 잠정 결정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 판매된 UHD TV는 유럽식 표준을 적용해 왔다. 그런데 기술표준이 북미식으로 결정되면서 유럽식 표준에 맞춰 UHD TV를 제작한 제조사나, 이를 구입한 시청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별도의 튜너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미국식 표준이 적용된 지상파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식 표준에 맞춰진 UHD TV로도 미국식 지상파 UHD방송을 시청할 수 게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내장 안테나를 둘러싼 이슈이다. 지상파방송사는 지상파 UHD방송 수신환경 개선을 위하여 UHD TV에 수신 안테나가 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TV제조사는 이런 주장에 부정적이다. 수신 안테나가 내장된 TV를 판매한 전례가 없고, 안테나를 내장하더라도 지상파 UHD방송신호가 안정적으로 수신된다고 보장하기 어려우며 지상파방송 직접수신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UHD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대립은 결국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TV제조사는 내장 안테나 설치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을 우려하고 지상파방송사는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수신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TV를 판매하는 제조사가 한국시장에서의 수요만을 위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낮은 현실도 지상파방송사 주장의 설득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설령 모든 UHD TV에 안테나가 내장되더라도 그 비용은 시청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청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해관계자간 충분한 논의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상파 UHD방송 콘텐츠 암호화도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지상파 UHD 콘텐츠에 암호를 부여하여 불법적인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일본의 경우 B-CAS카드 형태로 암호화를 하고 있는데, B-CAS카드 삽입을 위해서는 TV설계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일본 가전사는 자국 시장만을 위한 TV를 생산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암호화가 허용될 경우 국내 TV제조사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 콘텐츠 암호화는 불법유통을 차단하는 근본대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적 측면에서 지상파 콘텐츠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는 만큼 누구나 접근하여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작한 지상파 콘텐츠가 불법유통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불법유통으로 지상파방송사가 입는 피해 그리고 암호화로 인해 시청자, TV제조사 등이 입는 피해를 면밀히 비교하여 암호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상파방송사의 UHD방송 재원조달이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의 UHD방송 투자액은 2016년부터 2027년까지 총 6조 7,902억 원(콘텐츠 투자액 5조 8,298억 원)이며, 이는 방송사 자체 조달이 원칙이다. 또한 지상파방송사는 2017년 5%에서 2027년 100% 편성비율을 달성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UHD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UHD방송에 투자할 비용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것이다. 물론 HD콘텐츠 제작비가 점차 UHD콘텐츠 제작비로 대체될 것이지만, UHD콘텐츠에 대한 순증 제작비가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런데, 광고시장에서는 UHD방송이라고 해서 광고주가 더 비싼 광고비를 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 광고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광고물에 노출되는 시청자 규모와 이들이 가진 구매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사는 UHD방송을 통해 시청자 규모를 확대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강화하여 더욱 촘촘한 재원조달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지상파방송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지상파 UHD방송 도입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풀HD 영상도 상당히 고화질인데 이보다 더 좋은 영상을 제공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고 있는 시청자도 있다. 특히, 정부는 2027년 HD방송 종료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시청자는 그 전에 HDTV를 UHDTV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상파 UHD방송의 활성화를 위해, HDTV에서 UHDTV로 성공적 전환을 위해 정부와 지상파방송사는 지상파 UHD방송이 왜 도입되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시청자가 얻게 되는 편익이 무엇인지 설득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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