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심어진 벚나무에 흰 꽃이 하나 둘 피더니 지금은 활짝 피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벚꽃은 봄꽃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4월초면 여러 곳에서 벚꽃 축제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벚꽃이 유명한 지역을 찾아 꽃구경 나들이를 합니다. 벚나무도 잎보다 흰 꽃을 먼저 피우기에 이른 봄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나무입니다.

길옆에 많이 심어진 벚꽃이 무리지어 피면 봄바람 맞으며 꽃구경하러 다니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산에도 벚나무가 꽤 많습니다.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와 조금 다른지 산에 자라는 벚나무를 ‘산벚나무’라고 합니다.

산에서 자라선지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보다 며칠 늦게 흰 꽃이 피는데 산길을 가다가 또는 찻길을 가다가 무심코 먼 산을 바라보면 숲에서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산벚나무는 굵고 키가 크기 때문에 꽃이 피면 멀리서도 바다위에 떠있는 섬처럼 눈에 확 띕니다. 지금껏 본 벚꽃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숲에서 섬처럼 빛나는 산벚나무꽃입니다.

4월 숲은 흰 꽃으로 시작합니다. 매화, 벚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돌배나무, 야광나무, 조팝나무 등 흰 꽃이 온 산을 덮습니다.

흰 꽃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매화입니다. 남쪽에서는 2~3월에 피어 지금쯤 질 때가 되었지만 산중에서는 3월말이나 4월초에 활짝 핍니다. 매화는 심어 기른 나무인 것 같습니다.

▲ 매화나무
언제 들여와 심었는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에 사군자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보면 꽤 오래전부터 심어 기른 나무 같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선지 매화는 이름도 여러 개입니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설중매, 쓰임이 많은 열매를 준다고 매실, 아름다운 꽃을 가졌다고 매화….

사과나 자두처럼 열매를 먹을 수 없음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보면 매화엔 어떤 기품이 있나봅니다. 열매는 먹을 수 없지만 6월에 푸른 매실을 따 매실효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실의 쓰임이 많다보니 지난해 매화 두 그루를 집 근처에 심었습니다. 올해는 운 좋게도 눈 속에 핀 매화를 보았습니다. 매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설중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화와 구별하기 힘든 나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화와 사촌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화보다 꽃은 조금 늦게 피지만 잎 모양도 꽃으로도 구별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고향의 봄 하면 생각나는 꽃, 살구나무입니다.

▲ 살구나무
고향마을엔 살구나무가 꼭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빨간 앵두를 따 먹고 기다리는 건 시디신 자두와 노란빛으로 익는 살점 많고 신맛나는 살구였습니다.

다른 과일나무보다 꽃이 일찍 피는 이유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열매를 일찍 주기 위해서인지 모릅니다. 그런 마음씨 때문인지 살구는 여름에 먹는 맛있는 열매였습니다.

마을에서 500여미터 위쪽에 오래된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마을 아이들에게 열매를 실하게 나누어 주었는지 지금은 열매가 겨우 몇 개만 달립니다.

열매는 몇 개밖에 달리지 않지만 여전히 고향의 봄을 피우고 있는 이 살구나무는 사람들 마음속에 봄을 피우는 삶을 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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