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유럽에서 세계 1, 2차 전쟁이 발발해 지구적인 살육과 파괴가 벌어졌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그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국가간의 밀접한 경제협력이 전쟁억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통합체인 EU(유럽연합)가 바로 그 중심점에 서있다.

▲ 4월3일 SBS <뉴스8> 화면 캡처
오늘날 EU의 모태인 EEC(유럽경제협력)는 1958년 출범했다. 그 EEC는 시장통합을 목표로 1967년 EC(유럽공동체)로 탈바꿈했다. 그 EC는 1994년 회원국 15개국의 EU로 또 다시 거대한 변환점에 들어섰다. 단일통화 유로를 매개로 하는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금은 회원국을 전유럽 25개국으로 늘려 러시아 접경지역까지 확장했다. 세계대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냉전체제의 대립관계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웃나라끼리 경제관계가 돈독해지면 해질수록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 서로 손해 볼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개성공단은 경제적 관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협력관계가 미미하지만 그것을 키워나가면 장차 한반도의 안정은 물론이고 공존과 공영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은 2002년 남북간에 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아직도 100만평 규모의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현재 101개 기업이 입주했다. 북측 노동자는 3만8594명이다. 당초에는 2000만평 부지에 800만평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3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북측 노동자만도 40만명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2004년 첫 생산이 개시된 이후 지난 1월까지 5억4300만달러 어치를 생산했다. 북한 수입금은 토지보상비 1600달러, 인건비, 영업세, 식당수입금 등을 합쳐 7000만달러에 달한다. 노동자 1인당 임금은 월 70달러 선이고 달러로 지급된다. 북한당국은 이 중 50% 가량을 세금과 보험료로 징수한다. 나머지를 북한화폐로 환전해 노동자에게 준다.

남북 당국자들이 개성공단이 한반도 안정을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함부로 한다. 북한은 더 자극적인 언사로 대응하며 개성공단의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되풀이한다. 해외거래에서 납기는 가격, 품질 못지않게 중요하다. 납품기일을 자주 어기면 거래성사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생산차질을 빚는 행위를 반복하면 국제신뢰를 상실한다.

이제 남한기업의 입장에서 중국 진출은 매력을 잃고 있다. 임금도 높아졌지만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임금수준은 동남아에 비해 높지 않다. 여기에다 지리적 근접성의 이점이 크다. 화물수송 시간이 짧고 물류비용이 훨씬 싸다. 출퇴근이 가능해 중국 등지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 소통이 원활하고 기술지도도 수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산업화의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인력과 토지를 결합하면 어느 외국과의 제휴보다도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남쪽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이점은 북쪽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발전속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동족끼리 접촉으로 인한 사상적 오염을 걱정한다면 중국의 경제특구 선전(深汌)을 볼 필요가 있다. 30년전 철조망을 치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중국 전역이 선전이 되어 버렸다.

세계가 열려 있는데 북한이 언제까지나 빗장을 걸고 바깥세상과 등지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개성공단이 잘 돌아가야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