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민자 철도 활성화 방안으로 인해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 의료 민영화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 3세미나실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철도민영화저지범대위 주최로 '민자(철도) 사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시작부터 날카로운 문제 제기한 야당 의원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토론회 인사말부터 민자사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인사말에서 정동영 의원은 "민자사업은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기획 단계의 부실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등 정부의 졸속 추진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며 "특히 입찰과 건설 단계에서는 민간 업자간 경쟁 없는 수주로 국민세금을 낭비해 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민자 사업은 재정 지원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세금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투자자에 의해 조성된 SOC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국민을 속이고 공공에 부여된 권한을 민간 제안 방식을 통해 민간에 넘긴다면 그것이 정부의 무능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그럼에도 정부는 민자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민자 철도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20조 규모를 투자한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민자 사업은 세금낭비, 비싼 공사비, 경쟁 부재, 단계별 검증 부재, 비밀주의 등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음에도 계속 확대해야 옳은 것인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의원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는 정부의 부족한 재원으로 인해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보조적인 존재로서의 그 역할을 인정받아 왔지만, 한편으로는 요금 문제, 적자 보전 문제, 안전 문제 등 끊임없이 폐단이 지적돼 왔다"며 "국가채무가 국내 총생산의 40% 수준을 넘은 지금 민간 투자는 보조적 역할로서 의미가 있을지라도 그 동안 제기돼 온 민자 사업의 폐해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우리 철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계획을 추진중"이라며 "민간사업자가 선로 유지보수 사업에 참가할 수 있고, 민간사업자가 개발한 선로를 이용하는 코레일 열차에게도 사용료를 받으며, 요금도 급행열차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더 높게 받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100% 아니 200% 민영화"라며 "정부는 즉시 민영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민자사업 정말 괜찮은 걸까

발제를 맡은 정희창 변호사는 "지금 시대에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국가적인 사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봐도 절실히 필요한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다분히 개선이나 개량을 하고자 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그 의의는 필요성 보다는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에 그칠 수 있고,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기반시설의 설치에 있다기 보다 국가경제의 진흥 등과 같은 목적에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국회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자(철도) 사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정희창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정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민간투자 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데, 크게 국가지정사업과 민간제안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민간제안사업은 민간투자법 제9조 1항 '민간부문은 대상사업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업으로서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희창 변호사는 "국가지정 사업이 민간투자법 제7조, 제10조 등에 따라 민간투자 사업기본계획의 수립 및 공고를 거치고 제8조의 2 등에 따라 민간투자대상사업을 지정·공고해 진행하는 것과 달리 민간제안사업은 민간투자법 제9조로만 중요절차를 규율하고 있다"며 "제9조 6항에서는 '제안된 사업의 추진절차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어 거의 모든 중요한 절차를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간제안사업에 대해서는 탈법이나 부정부패의 소지가 더욱 큰 것이기 때문에, 적은 규모 이하의 소규모 공동체를 위한 공사에 대해서만 적용하거나 그 폐해를 생각해 아예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6월 29일 철도산업위원회가 2020년까지 철도안전종합계획을 최종확정했는데 계획서에 '철도안전 분야의 민간투자는 스크린도어 등 일부 사업에만 적용돼 미미하다. 민자 수익모델 개발, 시범사업추진 등을 통해 안전산업의 민자 활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돼있다"며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는 민간투자 사업과 외주화의 문제였고, 서울시는 이에 직영전환을 선언했는데 국토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전국을 구의역으로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흥수 위원은 "모든 설계가 재벌의 수익보장으로 귀결되면서 철도 이익이 사유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최소운영수익보장제(MRG) 폐지에 따라 민간투자 사업에서 정부가 재벌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만든 비책이 바로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철도역세권 개발 사업 등 각종 인허가 특혜를 통해 개발이익을 재벌에 넘길 궁리도 하고 있다"며 "피해는 원주민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돌아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것은 교육, 의료, 에너지, 교통 등 사회적 기반이 공익성을 기초로 튼튼히 자리 잡아야 한다"며 "사회기반시설은 재벌이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저수지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재벌을 위한 철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공철도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측, "사익추구 절대 아냐…국민 위한 일"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김탁경 KDI민자사업관리팀장은 "우리가 필요 없는 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당장 급한 시설이라는 확신이 서면, 예산에 대한 부분을 따져보고, 이것을 또 민자로 할 것인지 재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그런 고민의 과정을 하고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강석원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 서기관은 "정책의 추진방향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기숙사 비용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기숙사도 현재 7개가 지어져있는데 민자가 아닌 재정사업으로 진행을 했다면 아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지금쯤 1개정도가 착공됐을 수준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더 나은 방안을 찾으려 노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태형 국토교통부 민자철도팀 서기관은 "사익 추구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필요한 사업인데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자 사업을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유리해서 하는 것"이라며 "역세권 개발의 경우도 역세권 개발 수익으로 운임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강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민자 사업은 민영화로 가는 길"

정부 측 인사들의 민자 사업에 대한 해명에 선대인 선대인연구소장은 "정부나 KDI에서 오신 분들 입장을 들어보니 민자 사업이 좋은 건데 평가를 안 해준다. 이해해달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며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순히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측 분들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선 소장은 "민자 사업은 당연히 민영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민자 사업은 민영화로 가는 스펙트럼 중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며 "단순히 공공이 통제하니 걱정마라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대인 소장은 "한국의 실상은 건설투자를 과도하게 해서 우리 건설업 비중이 OECD평균의 2배에 이른다"며 "이제는 건설업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이 맞고, 그것으로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수요 증가에 대비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 소장은 "민자 사업에 왜 공공이 돈을 대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 민간에게 맡길 것이면 책임지게 하라"며 "정부가 왜 국민들에게 민자 사업에 대해 이해를 못 받는지 마음 깊이 새겨보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선대인 소장에 따르면 이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를 찾았지만, 해당 토론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 소장은 이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응하는 자세부터가 어떤 지 보이는 것 같다"며 정부의 자세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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