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들이 사회현상에 눈 뜨고 있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의 말이다. 성주 군민들은 성주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난 뒤 매일 같이 촛불집회 열고 있다. 성주지역 주민 2000여명은 21일 오후 서울역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성주군민을 변화하게 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 정부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성주군민의 반대 여론을 지역이기주의로 몰고간 언론 때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해명하는 자료를 내놓고 여당 의원이 사드 레이더 앞에서 성주 참외를 먹겠다고 말했지만,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개최한 '사드 배치 논란 긴급 토론회' (언론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1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성주군 사드(THAAD)배치 논란 보도, 누구의 눈으로 보고 있는가?> 토론회를 열고 일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를 비판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동 농민회장은 "오늘 (서울역 집회에) 오시는 성주군민들 중에도 오늘 와서 과거에 외면했던 세월호 천막에 가보고 내려가겠다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 성주 군민들이 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투쟁을 하면서 사실은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다"며 "촛불집회에 매일 같이 2000여명의 주민들이 온다.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철회투쟁을 하면서 국민 의식이 높아지고 이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언론에서 사드 배치가 성주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성주군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는 성주 뿐만 아니라 이 한반도 땅 남쪽에도 안 된다.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이 됐다. 사회현상에 대해 성주군민들은 투쟁을 통해 눈뜨고 있다. 더욱더 열심히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한반도 평화가 오고, 동북아 질서가 평화적으로 흘러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윤호 성주군민은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뒤에 경제가 마비됐는데, 이걸 님비라고 말하면 되나"라며 "언론이 현장을 취재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성주 주민들 아픔을 치료해야 하는데, 언론이 상처난 데다 소금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윤호 성주군민은 언론은 병든 사회를 치료할 수도 있지만 사회가 병들기 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 된다며 "지금 언론이 병든 사회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왼쪽)과 배윤호 성주군민(오른쪽) (언론노조)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순수 유가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건 바로 세월호 유가족이 아닌 사람은 빠지라는 말이었다. 밀양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외부세력 개입 논란은 성주 군민들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주민들을 고립시킨 이후에는 성주군민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저런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익숙한 프레임"이라며 사드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이 전자파 유해성, 사드 효용성 등 각종 쟁점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 대신 이를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치부하는 한편, 반대 움직임에 대해 '외부세력 개입' 등으로 몰아세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사드 관련 언론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고 언론의 사드 보도는 '정부와 국방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쓴 것'과 '사드 배치 반대 주체를 비난해 합리적 의혹제기를 봉쇄하려는 것'으로 나뉜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앙 방송사와 일간지들이 지역의 구체적이고 절박한 문제를 왜곡 보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매일신문 언론노조 권성훈 지부장은 “이번 사드 배치 관련 중앙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중앙언론들이 얼마나 중앙집권적 사고로 지방언론을 매도하는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권성훈 지부장은 “중앙과 지방, 서울MBC와 대구MBC씨가 다른 논리로 보도를 한다”며 “이럴 거면 독일처럼 연방국가로 가자. 차라리 자치권을 가져서 세금 걷어 사는 게 낫다”고 개탄했다.

대구MBC 언론노조 도건협 지부장은 “서울 MBC와 대구 MBC의 사드 관련 보도를 비교하는 기사를 봤을 때 당혹스러웠다”라며 “지역 언론의 입장에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보도를 했을 뿐인데, 서울에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으니 도드라져 보이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도건협 지부장은 “MBC는 서울과 지역이 네트워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서울에서 아예 정부와 미군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보도하고, 사드가 배치돼 운용되고 있는 교가미사키 취재도 서울에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구MBC는 사드가 운용 중인 일본 교가미사키에 특파원을 파견해 "진행 및 결정과정 문제,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조사해 보도했다.

도건협 지부장은 “언론의 왜곡 보도 원인은 정부와 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방송을 하기 위해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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