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피디수첩의 김보슬 피디의 약혼자 집까지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한국 검찰에 의해서 자행되는 무법천지, 그 무법천지에서 합법적인 공권력의 음주운전을 보는 듯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특유의 웃음과 툭툭 던지는 이야기에 어떤 때는 듣는 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하지만 어떤 때는 아주 엄숙한 분위기를 단번에 해체시켜버리는 입담으로 좌중들이 빨려들게 하는 사람이다.

3월26일 YTN 옆 건물에서 진행된 ‘언론자유를 석방하라’ 문화제가 끝난 후 이근행 위원장이 “우리 보슬 피디 결혼식이 4·19인데…” 하고 우물우물거린다.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이근행 위원장의 입술로 집중된다.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결혼식장을 촛불들이 아예 둘러싸서 진행하자… 어쩔 수 없이 MBC에서 해야겠네… 연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구구한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섞이며 오갔다.

이근행 위원장의 고민이 짧게 토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것은 젊은 여성으로서, 결혼을 목전에 둔 예비신부로서, 김보슬 피디보다는, 언제나 강단있고 물러섬 없이 지난해부터 일관된 언론자유 공영방송의 외침에만 익숙해진 주변 사람들과 언론들이 놓치고 있었던 문제다.

▲ 26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여의도 MBC본사 1층 민주광장에서 개최한 비상총회에 참석 중인 김보슬PD (오른쪽). ⓒ곽상아
결혼을 앞 둔 사람의 입장. 시어머니될 분이 혼자 있는 집에 도적같이 들이닥쳐 강행한 검찰의 압수수색보다, 시어머니될 분에게 김보슬 피디가 가질 민망함과 당황스럼이 먼저 떠오른다. 김보슬 피디의 개인사라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관계에서 보면, 예비신부와 시어머니 자리는 결혼식 당일까지 긴장의 연속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이 교차하면서 착잡한 심경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며 일어섰다. 김보슬 피디는 당당하고 여전히 할 일을 했을 뿐이며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발언이나 인터뷰 이면에 그 엄청난 마음 고생이 선하다.

왜 이런 상황이 1년 내내 연출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예비신부의 결혼식마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예측불능의 상황이 왜 초래되고 있는 것일까?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한 일이라면 또 어찌 이해해볼 만한 의지라도 생기지만, 물과 공기와 하늘과 땅과 같은 ‘언론자유’가 정치권력에 의해서 체포되고 구속되고 위협받고 있다. 언론자유를 몸소 실현해왔던 피디와 기자가 체포되고 구속되고 위협당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 아니 자연 그 자체가 정치권력에 의해서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속으로 4월을 기다리고 5월을 기대하며 6월의 한판을 준비하는 것이다. 분노를 속으로 쌓아가며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정치권력을 심판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또다시 6월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한 예비신부의 피눈물이 감춰진 ‘투쟁’이라는 맑은 구호를 우리의 마음 속에 쌓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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