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공발련)가 주최한 2월27일 토론회 ‘방송법 논란, 타개책은 없는가?’에서 윤석민 서울대 교수 등 3인의 공동발제문 ‘방송소유 규제완화와 여론독과점’을 읽었다. 윤 교수는 자신의 논리와 시각을 “중도적/합리적”이라고 규정하고, 나머지 언론장악 입법을 둘러싼 극심한 다툼 속에서 자신과 같은 “중도적/합리적” 사고와 시각이 설자리는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과 신문에 보도언론 기능을 지닌 방송(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소유를 허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감성적, 정서적, 반동적”이라고 단정했다.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발제문의 핵심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매체 이용시간과 광고비를 포함한 매체수입 등을 조합해 12개 기준을 적용할 때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지배력은 평균 50%로 높다. 반면, ‘조중동’ 3개 신문의 여론지배력은 14.2~22.1%밖에 안 된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소수 지배적 신문사들의 여론독점 강화”라는 주장은 잘못이다. 오히려 전체 여론시장에서 지상파방송 3사 여론독과점이 문제이지, 조중동의 방송 진출은 문제가 아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면, 재벌 대기업의 보도방송 소유는 사후규제로 충분하지, 자산 규모에 따른 소유규제 등 사전규제를 두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윤 교수 발제문을 일독한 뒤, 든 생각은 이렇다. “그래서, 뭐 어쨌다구?”라는 것이다. 이번 발제문은 매출액과 광고비 등에 대한 ‘가중치’를 사용해 매체시장을 통합해 여론지배력을 계량화했다는 게 새롭다. 계량화 결과는 기존의 통념과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 영향력(그것을 여론지배력이라 해도 마찬가지다)이 신문과 견줘 매우 높다는 분석은, 윤 교수의 주장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언론재단이 펴낸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전국 성인 남녀 50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영향력 면에서 KBS와 MBC가 각각 31.6%, 21.8%로 조선일보 4.0%, 동아일보 2.2%, 중앙일보 2.0%를 크게 앞질렀다. 이런 결과는 1, 2년 된 문제가 아니다. 2002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전체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은 66.9%로 전체 신문의 영향력 10.3%보다 월등히 높았다. 더 직설적으로는, 한나라당이 1997년과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를 지상파방송에 돌려왔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자의적인 가중치 설정, 춤추는 지상파방송 여론지배력

통합적인 여론점유율을 산정하는 데 윤 교수가 동원한 기법과 계량화는 첫 시도에 해당한다. 첫 시도인 만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몇 가지 진지한 유보를 달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첫째, 지상파방송과 관련한 이용시간 점유율이나 수용자 점유율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장르별 차이가 무시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여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보도(뉴스/시사/논평) 프로그램과 기타 오락/교양 프로그램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보/의견시장’과 기타 시장을 구분하지 않은 것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면, 통합적인 여론지배력을 산출할 때 지상파방송에 신문과 마찬가지로 1이라는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보다 낮아야 한다.

둘째, 지상파방송과 관련한 이용시간 점유율이나 수용자 점유율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무료방송인 지상파와 다른 유료매체의 차이가 반영이 안 됐다는 점이다. 곧, 무료방송인 지상파방송의 경우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는 모든 가구가 잠재적인 수용자가 될 수 있는 구조적인 특성이 시청률에 반영된다. 반면, 기타 유료매체는 이런 특성이 매우 약하다. 따라서 이런 차이를 반영할 경우, 통합적인 여론지배력을 산출할 때 지상파방송에 가중치 1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보다 낮아야 한다.

셋째, 윤 교수 스스로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영국미디어산업그룹(BMIG)이 텔레비전/신문, 라디오에 각각 부여하고 있는 가중치 1, 0.5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가중치를 적용함에 따라 나온 지상파방송 3사의 가중 수용자 점유율(이용자 수에 매체별 가중치 적용) 49.9%는 과장됐다.

매출액 가중치와 광고비 가중치의 황당한 격차

넷째, 윤 교수가 통합 여론지배력을 산출하기 위해 동원하고 있는 매출액 가중치와 광고비 가중치가 서로 모순된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매출액 가중치를 텔레비전 1, 라디오는 0.16, 신문 0.53, 인터넷 0.45로 전제한다. 이렇게 전제하는 구체적 근거는 없고, 단지 2007년 지상파 텔레비전 매출액 3조4천억원을 가중치 1로 전제하고, 라디오(5300억원), 인쇄매체(1조8천억원), 인터넷(1조5천억원) 매출액을 텔레비전 매출액으로 나눠 각각의 가중치를 산정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가중치가 라디오 0.16, 인쇄매체 0.53, 인터넷 0.45이다.

반면, 매체별 매출액의 핵심을 차지하는 광고비 가중치의 경우, 텔레비전 1, 라디오 0.41, 신문, 4.22, 케이블 0.55, 인터넷 0.74이다. 인쇄매체의 매출액 가중치가 0.53인 반면, 핵심 인쇄매체인 신문의 광고비 가중치가 4.22로 급상승하는 게 흥미롭다. 텔레비전 광고비 가중치가 1이고 신문이 4.22라는 것은, 윤 교수 표현대로라면 “신문 구독시간은 텔레비전 시청시간보다 4배의 가치가 있다고 광고주가 평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광고비가 핵심을 이루는 매출액 가중치가 인쇄매체는 0.53으로 확 감소한다. 윤 교수 논리대로라면 ‘매출액 기준에서 신문 구독시간은 텔레비전 시청시간과 견줘 50%의 가치밖에 없다’는 황당한 뜻이 된다. 매출액과 그 매출액의 80~90%를 이루는 광고비가 왜 이런 황당한 격차를 내는지 가방끈이 짧은 필자는 도저히 모르겠다.

매출액 가중치의 자의적인 전제, 여기서 비롯하는 매출액 가중치와 광고비 가중치의 현격한 차이가 주는 황당한 함의는, 여론지배력 계산에 그대로 반영된다. 윤 교수가 설정한 12가지 기준에서 자의적인 매출액 가중치를 적용한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지배력만이 63.9%(수용자 수치에 매출액 가중치 적용), 68.8%(이용시간 수치에 매출액 가중치 적용)로 높게 나온다. 물론 이 수치 역시 공정거래법상의 독과점 기준(1사 50%, 3사 75%)에는 턱없이 밑돌지만 말이다. 이용시간에 광고비 가중치를 적용한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지배력은 44.8%에 불과하다. ‘조중동’이 자의적인 가중치 설정이 낳는 높은 수치를 신나게 이용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신뢰도 높은 방송이 영향력 높으면 오히려 바람직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지배력이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오는 윤 교수의 여론지배력 측정 기준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수용자 수치에 영향력 가중치를 적용해 나온 67%가 그것이다. 이 수치는 그 수준에 관계없이 환영받을 일이다. 왜? 지상파방송에 대한 신뢰도가 신문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신뢰도 높은 텔레비전방송의 영향력이 높은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고 오히려 바람직스럽기까지 하다.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서 텔레비전을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꼽은 비율이 60.7%, 인터넷 20.0%, 신문 16.0% 순이었다. 신뢰도 높은 매체의 순서는 KBS(30.1%), MBC(21.3%), 네이버(13.7%), 조선일보(5.2%), 다음(3.3%) 등이었다. 윤 교수에게 “So What?”이라고 묻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0년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매체’는 TV(48.4%), 신문(19.9%), 인터넷(8.5%) 순이었고, 중요성에 있어서도 TV(51.3%), 신문(17.6%), 인터넷(13.5%) 순으로 들었다. 매체의 유익성과 관련해서는 TV(45.7%), 인터넷(18.8%), 신문(16.3%) 등으로 2008년과 그리 다르지 않다.

윤 교수는 여론 독과점을 “여론시장에서 특정한 미디어가 과도하면서 일방적인(편파적인) 여론 형성 효과를 행사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개념 정의에 동의하며 묻는다. “과도하다”는 게 어느 수준인가? 40%, 50%, 60%, 70% 어느 수준인가? 언론운동세력들은, 신문법 제정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 ‘1사 50%, 3사 75%’ 규정은 여론시장에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이를 낮출 것을 주장했고, ‘1사 30%, 3사 60%’라는 기준을 신문법에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신문법을 언론탄압법이라고 저주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헌재는 공정거래법과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며 ‘1사 30%, 3사 60%’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묻는다. 지상파방송 3사가 여론 독과점 상태에 있는가? 윤 교수의 영향력 측정 결과만 봐도, 공정거래법 기준에 조금도 해당되지 않는다. ‘조중동’이야 정권이 바뀌면 광우병 위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백치 수준의 기억력을 갖고 있는 탓에 ‘지상파방송 3사 여론독과점’이라고 지면을 도배질한다고 해도, 학자의 기억력은 이 수준을 뛰어넘는 게 옳을 듯싶다.

방송 3사의 여론 동질성=조중동의 여론 동질성, 이거 맞아?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곽상아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을 윤 교수가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동질적’이라고 간주했을 경우에도, 여론 독과점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물며, KBS, MBC, SBS의 여론을 동질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가? 윤 교수는 “방송의 입장에서 ‘조중동’이 편파적이라면, ‘조중동’의 입장에서 방송이 (자신들처럼) 편파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상파방송 3사가 ‘조중동’과 똑같은 집단이라는 것이다. 글쎄 이건 필자가 반박할 일은 아니고 ‘조중동’이 소유주가 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인 지상파방송 3사 구성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조중동’은 대단히 동질적인 논조를 띠는 극우적인 족벌신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소유구조나 논조에서 매우 동질적이라는 근거는 수북이 쌓여 있다. 그래서 묻는다.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이 동질적이라는 근거를 정확히 대라. 윤 교수의 작업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조중동’과 동질적인 만큼, 지상파방송 3사의 논조가 동질적이라는 근거를 대지 않는 이상,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독과점 운운하는 윤 교수의 주장은 ‘앙꼬 빠진 찐빵’이다.

KBS가 관제 국영방송으로 전락하기 전, K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MBC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서로 경쟁적으로 한국사회의 몰상식과 비합리, 부패와 추문 등을 들춰내는 것을 두고 윤 교수가 ‘초록의 동색’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주장이다.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두고 여론이 동질적이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번지수를 잘못 짚은 주장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몇 백 년 전 흘러간 이슈를 다루는 ‘역사추적’이나 ‘역사스페셜’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시공간에서 역사추적이나 역사스페셜을 제작하는 것에 해당한다. 거기에 찬양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세력에 동조하는 것은 그리 점잖은 일이 아니다. 기자 저널리즘과 피디 저널리즘에 만리장성을 쌓는 것도, 언론학자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신문의 탐사보도팀이 하는 일이나, 방송의 시사고발 피디가 하는 일은 저널리즘의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지상파방송 여론독과점, 어떤 기준에서?

윤 교수가 어떤 목적에 동원되고 있는지 지난 2월23일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폭로된 KISDI가 보고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의 내용이 잘 말해주고 있다.

“(보고서에는) “특히 최근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송보도채널의 다양성 및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 특히 이 보고서는 프로그램 ‘편향성’의 예로 대통령 탄핵 사태와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양한 관점의 보도 콘텐츠를 제작․편성함으로써 한국사회 내 지상파방송의 막강한 여론 독점력을 견제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료방송 보도전문채널의 도입이 필요하다 … 지상파방송과 경쟁할 수 있는 채널 브랜드를 갖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대기업,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진입 및 소유제한 규정으로 인해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본과 보도채널 제작의 전문성을 유료방송 시장 내로 인입하는 데 제약이 있다 …”(미디어스, ‘한나라당, 지상파 ‘주인교체’에서 ‘힘빼기’로’, 2009년 2월24일)

놀라울 정도로 윤 교수의 논지와 유사하다. 윤 교수에게 묻는다. 재벌과 대기업, ‘조중동’에게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게 하면 여론다양성이 높아진다는 증거를 대시기 바란다. 이들 신문에 방송채널 1개씩 줄 경우 여론다양성이 높아진다는 합리적 추론을 펼쳐봐라. 사후규제로 달성이 가능하다는 식의 순진한 소리는 사양한다.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이 ‘조중동’처럼 동질적이라는 전제를 입증해 보라. 입증 책임은 제도를 바꾸려는 당신들의 몫이다. 지상파방송 3사의 여론독과점을 증명하는 윤 교수의 ‘원대한’(?) 작업은 실패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윤 교수의 발제문을 2시간 꼼꼼히 읽으며 낸 필자의 결론이다. 언론장악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반동적” 운운하는 주장은 ‘입증’이 이뤄질 때까지 창고에 고이 모셔둘 것을 권고한다.
입증이 어려우니, 혹시 아예 지상파 여론독과점이라는 신화를 사실이라고 우겨넣기 위해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뜯어고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무슨 짓은 못 하겠는가? 언론장악을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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