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뉴 페이스 기근에 허덕이던 KBO리그 마운드에 모처럼 돌풍을 몰고 오는 신인투수가 등장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사이드암 투수 신재영이다. 2012 시즌 NC 다이노스에 입단 했으나, 2013년 넥센과 NC의 트레이드 당시 송신영과 함께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친정으로 다시 복귀한 송신영의 그늘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넥센에 입단 이후 경찰청에 입대하여 군 문제를 해결하고 올 시즌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신재영은 이번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4승을 거두었다. 데뷔 이후 선발 4연승은 신재영이 최초이다. 그리고 26이닝을 던지면서 단 한 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신재영의 데뷔전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4월 6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신재영은 1회말 상대 이성열과 로사리오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을 하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은 그는 7이닝을 버티며 상대 타선을 3점으로 봉쇄하면서 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투구수 89).

이후 4월 12일 KT전 투구수 94, 6.2이닝 1실점, 4월 17일 KIA전 81구 7이닝 무실점, 4월 23일 LG전 93구 5.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4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등판일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넥센 코칭스태프는 철저하게 신재영의 등판간격과 투구수를 지켜주면서 신재영의 돌풍을 지원하고 있다. 투수 로테이션 및 분업화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요즘 프로야구에서 넥센 코칭스태프의 관리는 특별히 새로운 관리방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 KBO 리그 초반기 최고 돌풍 신인은 신재영이지만, 당초 개막을 앞두고 기대를 모은 신인투수는 따로 있었다. 똑같은 재영이란 이름을 지닌 한화 이글스의 김재영이었다. 공교롭게도 신재영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김재영은 시범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60을 기록하면서 이글스 마운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 밑에서 김재영은 1989시즌 태평양 돌핀스 돌풍의 주역인 잠수함 선발투수 박정현 못지않은 활약을 기대받기도 했다.

김재영에게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LG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 중 2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로저스, 안영명, 배영수 등 선발 투수 자원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신인 김재영에게 개막 시리즈 선발 한 자리를 맡긴 것은 그만큼 김성근 감독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4월 2일 LG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재영은 1회말 1실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이어진 2회초 공격에서 타선이 2점을 뽑아주며 리드를 잡았다. 2회말 수비에서 김재영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초반이라 위기를 넘기면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2사 후 김재영은 상대 하위 타순에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3루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아웃 카운트 한 개만 잡으면 이닝을 종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경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김재영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수가 42개에 불과했는데 다소 성급한 교체로 보였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퀵 후크 (선발투수 조기 교체)가 발동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구원 등판한 김용주, 장민재가 연달아 볼넷을 허용하면서 오히려 2-4로 역전을 허용하였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재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26000명의 대관중 앞에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 주눅 든 것으로 판단한 김성근 감독은 발빠른 교체를 통해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오히려 어린 투수들에게 자신감 상실의 역효과만 남긴 모양새가 되었다. 오히려 김재영에게 동점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최소 5이닝은 믿고 맡기겠다는 시그널을 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장면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그날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권혁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경기 초반이지만 데뷔 첫 등판한 김재영에게 스킨쉽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경기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4월 2일 1.2이닝만 던지고 물러난 김재영은 3일 쉬고 또 다시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공교롭게도 맞상대는 같은 이름을 가진 신재영이었다. 출발은 김재영이 더 깔끔했다. 비록 2사 후 안타와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김민성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신재영은 1회에 2실점을 하면서 대량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넥센 벤치는 꿈쩍하지 않았다.

1회 양 팀 투수의 내용으로만 볼 때 김재영이 좀 더 마운드에서 오래 버틸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재영은 2회초 수비에서 2사 후 1점을 내주고 곧바로 볼넷을 허용하자마자 또 다시 마운드를 내려왔다. 2-1 리드 상황이었고 2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운드에서 충분히 더 버틸 수 있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가차 없이 김재영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날 경기 이후 김재영은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후 구원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고, 언제 다시 1군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기약 없다.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포스트시즌을 연상케 하는 투수 운영을 펼쳤지만 한화는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다. 특히 4월 6일 경기는 한화가 연패를 끊고 반등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 역전패로 내주면서 결국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분수령이 되었다.

신인기근 현상이 심각한 KBO리그 마운드에서 신재영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영도 충분히 그럴 역량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의 과한 승부욕으로 인해 본인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말았다. 엇갈린 두 '재영'의 운명을 보면서 KBO리그의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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