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 이후에도 지구상에 남은 분단국가는 중국과 한반도이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관계는 새해 들어 경제·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작년말 중국이 군사교류까지 제안해 양안에 감돌던 전운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화평이 찾아왔다. 이와 달리 한반도는 화해의 상징인 금강산·개성관광이 지난해 끊긴 데 이어 새해에는 긴장관계가 더욱 결빙될 듯하다.

세계적 경제위기가 양안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작년 12월 21일 중국에 진출한 대만기업에 대한 10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큰 골자는 1300억 위안(24조5000억원 상당)의 금융지원이다. 자국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세제·금융 우대조치를 대만기업에도 적용키로 했다. 대만 전자업체의 평면디스플레이를 20억달러 어치 구매한다. 대만기업의 대륙투자는 7만5000건이 넘는다.

▲ 한겨레 2008년12월16자 14면
대만이 제안한 ‘종합경제합작협의’도 받아들일 방침이다. 중국과 홍콩의 ‘경제협력관계’처럼 교역장벽을 최소화해서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체제간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일종의 FTA(자유무역협정)의 형태이다. 양안이 세계적 경제위기를 공동대처하자는 큰 의미를 지녔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아서 경제침체를 막자는 중국정부의 정책의도가 깔렸다.

새해부터는 대중문화의 문호도 활짝 열린다. 중국 가수가 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중국 탤런트가 대만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그동안 대만 가수가 대륙 무대를 장식한 데 대한 호혜적 개방이다. 작년 12월25일 대만은 고위공무원의 대륙방문을 허용하는 한편 중국 정당인의 대만방문의 길도 열기로 했다. 작년 7월에는 59년만에 하늘 길도 열렸다. 매주 금요일, 월요일 직항 전세기를 띠우고 있다. 현재는 대만이 대륙 관광객을 하루 3000명, 체재기간 10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항공업계는 단계적으로 양안간의 여행이 상시화·간편화·정기화할 것이란 기대에 차있다. 그동안은 직항로가 없어 4대 명절에 한해 홍콩, 마카오 등지를 거치는 임시 항공기를 운행해 왔다.

작년 11월에는 이른바 ‘3통’(三通)이라고 일컫는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우(通郵)가 실현됐다. 전면적인 교류협력시대가 전개된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구랍 31일 적대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상을 달성하자며 대만에 군사교류를 전격 제안했다. 또 그는 하나의 중국을 전제로 대만의 WHO(세계보건기구) 가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남북한 관계는 새해 들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쇼독재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세력”이라며 남쪽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에서 벗어나라고 쐐기를 박았다. 급기야 북한은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남북관계의 기조는 ‘상생과 공영’이다. 그러나 고위책임자들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예사롭게 내뱉는다. 대화할 용의가 있으니 먼저 버릇부터 고치라는 투이다. 식량지원만 해도 북한이 요청하지 않는데 줄 수 있느냐, 지원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따위가 그것이다. 받고 싶으면 손을 내밀라는 소리다. ‘우리식 사회주의’를 말하는 그들이 느낄 굴욕감도 생각해야 한다.

대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 선제공격을 발언함으로써 대립을 자초하는 꼴이다. 중국의 군사교류 제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냉전적 사고이다. 개성공단이야말로 ‘상생과 공영’의 상징물이다. 한쪽이 아닌 양쪽이 경제적 이득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개성공단 2단계 확장불가 발언이 튀어 나오더니 체류인원 감축, 화물철도 운행중단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경제공영과 전쟁억지를 지향하며 EEC(유럽경제공동체)로 출범한 EU(유럽연합)는 경제통합을 넘어 정치통합을 향해 달린다. 경제교류가 늘어날수록 서로 입을 경제손실이 두려워 긴장관계를 조성하지 않는다. 남한의 체제우월성은 경제성과로 이미 입증되었다.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도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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