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오바마 당선자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 나이로비의 국립극장에서는 ‘오바마 뮤지컬’이 상영되어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링크). 오늘, 오바마 당선자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 며칠 전, 미국에서도 색다른 연극이 하나 공연되고 있군요.

바로 <Obama Drama-A Political Theatrical Spectacular>입니다. 제작은 ‘CREATIVE DESTRUCTION’, 1월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45st street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 공연은, 오늘(17일) 저녁 공연에는 댄스파티까지 곁들여진다고 하네요. 입장료는 15달러…. 뭐, 공연기간과 입장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바마 취임식 축하용 공연입니다. :) (관련 페이지 링크)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1시간 20분동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기성극단의 연극과는 많이 다를 듯 합니다. :)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입니다.) 그래도 이런 연극이 올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네요. 연극을 통해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한다라…. :)

조금 부러운 것은, 이 공연이 성사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일종의 지원 시스템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럭션’은 실험연극집단이며, 이 연극은 비영리 예술 서비스 조직 ‘Fractured Atlas’의 후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연장인 ‘TANK’는 행위예술 및 실험적 예술을 위해 제공되는 비영리 공연장입니다. 출연배우의 절반은 배우협회의 협찬을 통해 섭외되었습니다.

문득, 우리에게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에는 예술계도 “성과를 보여야 후원을 받을 수 있다”라는 압력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데… 이렇게 되면, 실험적인 예술은 성장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예술이 원래 배고픈 거다-라고 주장할 사람도 있겠지만… 배고프고 뭐고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일단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예술을 놓쳐버려서는 안됩니다. 영혼이 말라버린 인간의 배부름 따위, 짐승과 다를 바 없는 까닭입니다.

니네들이 좋아하니까 길거리에서든 어디서든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결국 하지 말란 소리와 다름 없습니다. 예술 하나 하기 위해 대단한 각오를 해야만 하는 세상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이렇게 연극하고 노래하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언젠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오바마 취임식 축하를 위한 연극 공연 안내를 바라보며, 엉뚱하게 든 생각입니다.

* 참, 이 연극의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예일대 드라마스쿨에 있는 장지연씨라고 합니다. 어찌됐건, 이런 데서 한국인 이름 만나니 괜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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