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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노동자다, 모여서 이야기하자”[인터뷰] 방송작가 권리찾기 나선 이만재 활동가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자 아니기 때문”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3.16 16:32

“밤 12시가 돼서야 하루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전 매일 생방송 프로그램 담당이라 6시까진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곤 아이템, 원고 생각 뿐… 다른 작가분들도 마찬가지실텐데요. 내일 2시, 기자회견 생중계 동안만큼 30분 정도는 시간을 내려고 합니다. 우리가, 방송사마다, 사무실마다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요구사항 하나 전달 못하고, 휴가는커녕 아파도 쉬지 못하고… 혼자 고민만 했었죠. 이번만큼은 온라인상에서, 오프라인상에서 모여서 목소리를 내 봅시다! 우리, 당사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그 누가 대신 권리를 지켜줄까요. 노동 사각지대에서 2년뒤 해고되는 AD, FD, 그리고 프리랜서 PD나 그래픽 감독님들까지… 방송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권리는 소수만 누릴 수 있었는데요. 이런 방송 전반에 걸친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함께 얘기해 봅시다. 우리가 제작한 방송이 나갈 때의 그 보람 하나로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버틴 방송 작가분들, 이제 그 대가를 당당히 얘기해볼 때가 지금 아닌가요? AD, FD, PD님들까지! 화 이 팅입니다!!”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방송작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15일 밤 방송작가유니온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작가 64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작가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3.8시간이고 월 평균 급여는 170만607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막내작가의 평균 급여는 120만6259원에 그쳤다. 2~3년 이후 서브작가가 된다고 해도 208만원, 이후 5~10년 뒤 마침내 메인작가로 올라간다고 해도 282만원뿐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3880원(막내)→6801원(서브)→1만1106원(메인)이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6년 3월 16일자 <막내작가 시급 3880원, 수수료도 뗀다?>

▷바로가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보고서 전문

특히 방송작가의 절대다수는 ‘노동자’가 아니다. 4대 보험 가입률은 바닥 수준이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중 직장가입률이 가장 높은 것은 국민연금인데 단 2.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이 없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작가들의 연평균 수입은 1558만2376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수입이 아예 없고 ‘불방’ 됐을 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하고,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작가는 이제 ‘파견업체’ 소속에 초단기계약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가들의 임금은 파견업체가 챙기는 수수료만큼 줄어들 수 있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12월 21일자 <SBS보다 규모 큰 미디어기업은 ‘아웃소싱업체’>

작가들이 ‘유니온’, 나아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뭉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것’으로 봤다.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방송작가유니온을 조직하고 있는 언론노조 조직쟁의실 이만재 활동가는 16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작가들이 바꾸고 싶어하는 업무환경 6가지는 낮은 급여(24.3%), 강한 노동강도(19.5%), 고용불안(12.9%), 불방/결방 시 급여 미지급(12.9%), 사회보험 미적용(9.7%), 표준계약서 미비(8.1%) 등이다.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이니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방송작가가 노동자가 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며, ‘작가가 노동자가 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응한 작가의 81.1%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만재 언론노조 조직쟁의실 활동가 (사진=미디어스)

문제는 전국에 얼마나 많은 작가가 있는지 실태와 대략적인 근로조건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이만재 활동가는 “독립PD 실태조사를 할 당시인 지난해 방송작가들과 만났다. 통계청 통계로는 잘 잡히지가 않고, 기존 연구자들이 한 것은 협회를 통해서 한 것이라 실제 작가들의 실태를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 조사 결과, 85.2%가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았다. 서브작가와 막내작가를 최대한 많이 포함해서 조사해야 현실을 더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드러난 노동인권 실태는 예상을 빗나갔다. ‘열악한 줄 알았지만’ 말이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심했다. 이만재 활동가는 “작가들을 만나보면 임금체불은 여전히 만연해 있다. 메인작가들의 경우, 처우가 괜찮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몇 년 들어 처우가 오히려 나빠졌다는 작가도 많다. 빈익빈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30~40대 혼인 여부를 보자. 공식 통계로 35~39세 여성의 ‘미혼’ 비율은 12.6%인데 같은 나이대 여성작가들의 미혼 비율은 80.0%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간 때문에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탓”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여성작가의 경우,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순간 일이 끊긴다. 이후 재진입이 힘들뿐더러 하더라도 지상파에서 종편, 종편에서 외주사로 밀려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처우를 개선하려면 결국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만재 활동가 생각이다. 그는 “방송작가유니온 카페에서 가입하는 작가들의 70%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의사를 갖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조심스럽지만, 결국 지속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16일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방송작가유니온은 법적 단체는 아니지만 작가들이 자신의 현실을 고민하고 같이 논의하고 서로의 사정과 고민을 털어놓는 모임이다. 언론노조는 방송작가가 권리를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네이버(▷바로가기)와 페이스북(▷바로가기)에 있다. 전자우편(mediawriterunion@gmail.com)과 전화(1670-7286)로도 상담이 가능하고, 언론노조(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이만재 활동가(사진 참조)를 찾아도 된다.

 

   
▲이만재 언론노조 조직쟁의실 활동가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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