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하는 프로그램은 제작 못하겠죠. 이런 거 보면 방송은 남자가 불리해”
“하도 예능 오락 프로에 저런 유형이 많고, 심각하게 거부반응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던 듯”

남성에게 가해지는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는 심의 결과가 또 나왔다. 2일 오후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 이하 방송소위)에서는 여성 출연자 개그우먼 이국주가 남성 출연자 가수 조정치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불쾌한 발언을 한 SBS <나를 찾아줘>(2월 8일 방송)를 두고, 경징계인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국주는 조정치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제가 만졌어요. 만져 보니까 (엉덩이가) 처지긴 하셨더라고요”라고 말했고, 이에 항의하자 “제 손은 누가 보상해주나요”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해당 방송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 올랐다.

2월 8일 SBS <나를 찾아줘> 방송 일부

그러나 대다수의 심의위원들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하남신 위원은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의 엉덩이를 꼬집었으면 성희롱으로 받아들였을 소지가 더 컸을 것 같다. 이건 반대 케이스인데 저급하고 유치한 설정인 건 맞다”면서도 “하도 예능 오락 프로에 저런 유형이 많고 심각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종의 ‘개그성’이라고 본다. 이어, “장면 자체가 길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는 작은 부분이어서 시청 흐름상 크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는 아니었다”며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함귀용 위원은 “반대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마 제작 못하겠죠. 이런 거 보면 방송은 남자가 불리하다”며 “적절한 방송은 아닌 것 같지만 농담을 다큐로 받기는 뭐하다”며 똑같이 권고 의견을 냈다.

장낙인 위원만이 “저는 의견이 다르다. (피해자가) 남자니까 양해하고 넘어가자는 것은 양성평등에 맞지 않다. 이국주라는 사람의 (캐릭터) 역할이 있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부인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남녀 역할이 바뀌었어도 저는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라며 의견진술을 요청했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이 장낙인 위원 의견에 동조하지 않아, 결국 ‘의견진술 요청’ 의견이 달린 채로 권고(전체 참석 위원 4명 중 3명)로 의결됐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25일에도 비슷한 취지의 심의를 한 바 있다. 현직 군인의 신체 부위를 보고 “엉덩이가 화가 나 있습니다”라고 하고 이를 CG 작업과 자막을 통해 강조한 MBC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방송을 심의할 때도, 심의위원들은 “나에게 그랬다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난 재밌게 봤다”, “법정제재를 가야 하느냐”면서 사안을 가볍게 판단했다. (▷ 관련기사 : MBC ‘진짜 사나이’, 심의 자체가 성희롱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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