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06시부터 선포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파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기자, 피디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보인 이전의 파업은 출근하지 않고 밖으로 놀러가거나 개인사에 몰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10%도 되지 않는 노조원들이 구속을 각오하고 회사에 나와 투쟁하는 양상이었다. 이는 실상 언론노조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조원들이 파업에 임하는 일반적인 행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고, 달라야 한다. 한나라당이 31일 상정예정이 ‘언론 장악 7대 악법’을 대하고 있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인 MBC, SBS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역신문들까지 합세하는 총파업은 말 그대로 이제껏 유례없는 파업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전 조합원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파업은 지도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집회, 그리고 가두행진 등이 주를 이루었으면, 이번에는 집회와 가두행진 등 고전적인 파업 중 실천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절에 걸맞은 새로운 기획이 준비되고, 이에 대한 파업 노동자들의 창의력이 포털 등 인터넷 여론과 결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파업은 놀러가는 사람, 개인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어려운, 전면적인 파업, 전 조직원들이 동참하는 파업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기억할 것이다.

6월의 그 뜨거운 거리에서 활활 타오르는 촛불…. 그 촛불에 대한 수많은 평가 영역이 있었지만 언론의 영역에서 보면 개인미디어, 소수집단의 미디어가 그 현장을 지켰고, 그 현장을 중계했다. 그리고 그 현장은 다시 이들 소수집단 개인미디어에 의해서 힘을 받고 동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저항 구조를 형성해 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집에서 개인미디어 소수집단이 중계하고 해설하는 인터넷을 통해서 그 현장을 보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댓글 지지를 밝히며 표현하다가 갑자기 이명박 정권의 주구 어청수의 명에 따라 경찰이 무력진압을 해 올라치면, 지체없이 광화문으로 달려 나오는 서울시민들이 상상외로 많았다는 점. 그리고 지친 이들은 컴퓨터 쪽으로 이동해서 경찰에 당한 경험담을 다시 글로 올리고, 끌려가는 시민들을 뒤따라가며 카메라에 담아 중계하고, 중계진들이 다시 경찰에 얻어맞고 끌려가고, 이를 보고있던 시민들을 다시 광화문으로 달려나오고….

세계 최초의 시민저항이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시민저항이었다.

지난 5~7월의 뜨거운 촛불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산별노조 단위 총파업, 세계최초 한국최초의 디지털 파업이 준비되고 있다. 특히 언론노조 총파업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7월의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중계였고, 동영상이었고, 구성이었으며, 한편으로 실험이었고, 다른 한편으로 프로수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실천이었다. 즉, 아마추어들의 자발적인 취재 제작 보도의 선순환이 지난 6월의 촛불이었으면, 이번에는 ‘선수들’ ‘프로들’, 즉 지상파 방송사의 PD 기자 엔지니어 등이 직접 제작, 유포함으로써 프로와 아마추어의 협업을 통한 세계최초 디지털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디지털 파업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다.

시민들과 파업노동자들이 수많은 기획으로 아고라를 뒤덮고 블로거뉴스를 채워내는 그 광경을 이미 어제부터 우리는 보고 있다. 조중동 등이 일방적으로 친정부 친자본의 대리인으로 자청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폄훼하고 비난하는 선전 선동이 이번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바로 디지털 파업이기 때문이다.

외롭고 고립된 투쟁, 시민들로부터 질타당하는 투쟁, 언론들의 반노동적 친정권적 선전 공세에 무릎꿇는 투쟁이 아니라, 함께 하는 투쟁, 지지받는 투쟁, 그리고 거리에서 같이 달리는 투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와 동호인, 프로와 아마추어의 진정한 결합이 가능한 디지털 파업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노골적인 방송장악 언론통제 기도’를 통해 조중동과 재벌에게 ‘정치적 보은’을 그리고 한나라당 정권과 보수집단에게 ‘장기집권의 토대’를 깔려고 하는 이 엄청난 반 민주적 배신행위에 한국 최초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현장을 채우고 지키며, 투쟁의 열기를 뿜어내며, 장면 장면 하나 하나 기록하고 촬영하며, 편집하고 유포하고, 댓글달고 퍼나르고, 아이디어 내고 한나라당 압박하고…. 디지털 파업, 노동자와 시민이 결합한 새로운 운동의 전형이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에서 기틀을 다질 수 있게 협업의 현장을 한번쯤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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