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을 알리는 12월 25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신경민 앵커 :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박혜진 앵커 : 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습니다.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_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중

파업이 예고됐다. 9시 뉴스는 한 사회의 형식과 질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엄숙함의 최후이다. 그 형식, 그 중에서도 마지막 코멘트를 통해 박혜진 앵커 아니 ‘조합원’은 당분간의 작별을 고했다. 뜨거울 이별은 시작됐다.

조금 앞선 시간 SBS 뉴스는 많이 아쉬웠다. SBS 8시 뉴스의 클로징 코멘트는 해머와 소화기가 난무한 상황이 되풀이될까 염려스럽다며 국회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평소라면, 무난한 선택이었을 테다. 하지만 지금은 무난한 것이 미덕일 수 없는 시기이다. 비상한 상황이다. 존재를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타개할 수 없다. 묻어가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차라리 아니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파업은 MBC만의 파업이 아니고, 결코 그래서도 안 된다. 고립된 MBC를 각개격파하는 것으로 이번 언론 총파업을 몰아가는 것이야 말로 ‘조중동 방송’, ‘삼성, SK방송’을 꿈꾸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염원이다. SBS, EBS, CBS 구성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파업에 대한 애꿎은 상상, 그 불안에 영혼이 잠식당하는 것은 최악이다. 이러저러한 파업에 대한 불안을 존재적 실천으로 뛰어넘을 때만 파업의 의미와 목적을 전할 수 있다.

MBC와 이별에 대처하는 네티즌의 폭발적 자세는 이번 파업에 대한 방송사 밖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한다. 어제(25일) 뉴스 클로징 코멘트에만 수십 개의 지지, 응원 댓글이 달렸다. 같은 현상은 무한도전 게시판에도, 포털의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해보면, 이번 파업은 그 어느 파업과 비교해도 최악의 조건이다. 사상 최악의 경제적 위기이고, 방송법에 미래의 밥그릇이 달려있는 조중동은 파업 시작 전부터 맹렬한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그럼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지지와 응원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무얼 말하는 걸까? 그렇다. 분위기는 흡사 촛불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이어진 언론 장악 국면의 누적된 불만이 언론 총파업을 계기로 상식의 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아고라에선 10만명을 목표로 “MBC, SBS, EBS, YTN, CBS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청원이 시작됐다.

오늘 아침 6시, 박상권, 이정민 앵커가 빠진 MBC 뉴스투데이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 풍경은 이명박 정권 1년 동안 확연히 늙어버린 세상과 같았다. 이렇듯, 방송은 위력적이고 직접적이다. 언론 노동자가 사회의 노화와 맞설 결심을 하니 세상의 모습이 확연해졌다. 이제 시작이다. 방송을 멈춰, 세상에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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