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이 우리 국방을 튼튼히 유지하고 우리 경제가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는 북한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9일 육군 제9사단 임진강대대를 방문 중 더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

“안 대표가 스스로 버니 샌더스나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고 김 위원장이 발언했지만 안 대표는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일부 평론가들이 무책임하게 만든 말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인용해 다른 야당 지도자를 공격한 것은 제1야당 최고 지도자의 처신으로는 너무도 가볍다.”

(지난 10일,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 논평)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연이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평가해보자면 국보위 전력을 두고 광주에 사과하고 무릎 꿇고 사죄한 것까지는 별 무리 없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처신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행보가 문재인 전 대표의 퇴임 이후 제1야당의 안정에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 대한 와해, 자멸, 괴멸, 궤멸에 이르는 발언은 김종인 위원장 개인의 극우적 대북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고 사실 확인 없이 안철수 대표를 조롱하듯 비판한 것 역시 김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을 허물어지게 한다.

일단 궤멸 관련 발언을 평가해 보자. 평생을 반공 또는 멸공의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대해 왔을 터, 그 세대의 일반적 특징으로 이해되지 않는바 아니다. 하지만 제1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발언과 김종인 개인으로서의 발언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지금은 어느 모로 보나 개인의 소신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위치가 아니라 정통야당의 대북관과 통일관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햇볕정책을 근간으로 평화와 화해를 통한 교류와 협력·통일이라는 기본골격 안에서 최근 불거진 북한 관련 이슈를 대해야지, 개인의 소신이나 감상 또는 70대 노인들끼리 하는 식사자리에 쉽게 함부로 떠드는 수준의 발언은 지지자들마저 경악하게 만든다. 개인의 소신이 곧잘 정치적 실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때, 즉 주제파악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장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대외적 발언은 조직적으로 철저히 통제 되어야 하고, 개인기는 당내문제로 한정돼야 하며 이것 역시 관리되어야 한다.

더불어 팩트 확인과정도 중요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직접 하지 않았다는 버니 샌더스나 스티브 잡스 관련 발언을 비난한 것은 매우 부절적하다. ‘일부평론가들이 무책임하게 만든 말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인용’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와 한 정당의 도덕성을 넘어 ‘실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찌라시성 정보와 첩보를 인용한 결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을 경우,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정보와 첩보의 수집, 검증, 분석, 재가공, 활용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수권정당으로서 향후 행보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김 위원장의 최근 대북발언이나 안철수 대표 비난 관련 발언을 보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아직까지 김 위원장을 조직적으로 보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할 정당조직이 비상대책위원장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대로 된 정보와 첩보 제공, 그리고 긴급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 따른 조직적 대처방안 등이 전혀 제공되지 않는 듯하다.

‘북한 궤멸 발언’이 나온 임진강 군부대 방문에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인사의 명단을 언론을 통해 확인해 보면, 군사전문가나 대북전문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설령 이런 전문가들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고 해도 이 문제에 대해 따로 조언하거나 보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 위원장 발언에서 전략적 고려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에 대한 조롱 및 비난 발언의 맥락과 내용을 짚어 봐도 사전에 준비된 발언이라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타이밍과 내용 상 매우 부적절한, 제2야당 대표를 향한 독설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급 인사의 실언과 망언 사이를 오가는 발언이 봄날 꽃씨같이 가볍게 돌출하는 광경을 보면 지지자들은 불안해진다. 김 위원장 스스로의 자제와 당 차원의 조직적 보좌가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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