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몇몇 신문기사에서 제시되었듯이 2016년은 미디어의 빅뱅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작년부터 주목받았던 미디어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3월 15일 한·미FTA가 발효되었고, 10월 말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발표가 있었으며, 12월 20일 한·중FTA가 발효되었다. 또한 올해 1월 7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한·미FTA 발효로 눈에 띄는 실효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FTA와 연계되어 올해에는 글로벌 자본으로 성장한 중국자본(차이나머니)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결과 역시 유료방송 시장의 개편을 야기할 것이다.

몇몇 기사를 통해서 제기된 2016년 우리나라 미디어시장 시장의 위기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글로벌 자본으로 성장한 중국자본은 우리나라의 미디어관련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서 글로벌 미디어시장 진출의 교두보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진하고 넷플릭스는 중국 진출을 위해서 우리나라를 교도보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글로벌한 중국자본과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 그리고 우리나라 방송사업자가 경쟁하는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자본과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의미를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글로벌 콘텐츠 산업 차원의 해외 기업 인수나 인력 스카우트는 언제나 있는 일로 특별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나머니의 국내 침투에 불안해하고 극도로 긴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방송콘텐츠산업의 자본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해서 인력, 기획력, 기술, 작업의 노하우를 높게 평가받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독립(기획)제작사는 차이나머니의 타깃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과 비교해보면, 방송 산업의 자본(조달)력 또는 자본유입구조는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양문석) 주최로 <중국 콘텐츠산업의 굴기(崛起), 한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토론회 ⓒ미디어스

최근까지 한국 방송콘텐츠의 수입 시장이었던 중국은 정책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본의 투자와 인력 흡수를 통해서 콘텐츠 수출국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의 발효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제작사 경영권 인수나 지분 참여, 국내 제작 핵심 인력 스카우트, 공동 제작 등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 중국자본의 지속적인 국내 유입 및 국내 고급 제작인력과 제작 노하우가 중국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된다면,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 자체가 중국자본에 잠식되어 어느 순간 중국의 방송콘텐츠 제작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의 대표적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우리나라의 미디어산업을 충분히 술렁이게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해외 플랫폼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국한된 기업이 아니라, 미국 에미상을 받으면서 거대 콘텐츠제작사의 대열에 들어섰다. 현재 넷플릭스는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OTT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플랫폼 제휴 및 콘텐츠 제작 등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최근에도 지속적인 전략이 발표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에 대응할 만한 미디어 기업이 우리에겐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차원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한류 효과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제2의 한류를 추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차이나머니, 넷플릿스 등과 경쟁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왔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착잡한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중국자본과 넷플릭스에 의한 효과가 가시화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진입효과는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우리 미디어산업시장의 구조를 흔들어놓을 것임에 틀림없다. 2016년에는 차이나머니의 공격은 더 정교화 될 것이고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중국자본·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자본, 콘텐츠 등)경쟁력 증대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정책과 법·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즉, 중국자본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자생적인 자본유입 또는 투자 시스템이 마련되기 위해 정책 및 법·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며 동시에 방송콘텐츠 제작 시스템 구축과 기획의 꽃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자본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격전장이 될 우리나라 방송콘텐츠 시장의 생태계 보호와 확립을 모색하기 위한 방송정책 관련 청사진이 시급한 상황에서 SKT와 CJ헬로비전 합병은 우리나라의 방송자본과 콘텐츠 경쟁력 확대를 위한 단초를 제공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아닌 사업자의 행위 또는 요구에 의해 유료방송관련 법·제도와 시스템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료방송산업의 획기적인 변혁을 야기하는 합병이 눈앞에 있으며 현재 유료방송시장의 1위 기업인 KT와 SK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꽃 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LG와 다른 케이블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유료방송의 구조개편이 자생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현재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많은 이유 중에 대표적인 이유는 통신기업이 방송산업에 진출한 IPTV 사례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즉, 케이블을 제치고 조만간 유료방송 1위 사업자군으로 급격히 성장하였지만, 방송콘텐츠산업 발전에는 전혀 기여를 못했다는 것이다. 통신 산업의 미끼상품으로 방송산업이 이용되고 있다고 평가다.

지금까지 신문방송 겸영과 통신사업자의 방송산업 진출 등이 우리나라의 방송콘텐츠산업 육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방송콘텐츠산업 환경은 지상파방송과 소수 제작사의 방송콘텐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개선되지 못하였다. 최근 CJ E&M과 JTBC 등의 투자로 유료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기는 하였지만, 그 밖의 유료방송사업자의 콘텐츠 경쟁력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였다.

지난 MB정부 시기 미디어정책 슬로건이었던 글로벌 미디어 육성이라는 슬로건을 곱씹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내 방송산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업계의 변화 그리고 정부정책 변화에 대한 방향성은 거의 정해진 듯하다. 즉, 차이나머니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방송콘텐츠 산업의 자본 경쟁력 확대,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인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방송콘텐츠 경쟁력 확대 등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종편·유료방송·통신 등 업계의 이전투구 논리에 정부정책이 사로잡혀 이도 저도 아닌 미디어정책 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방송산업이 변화를 맞이한 상황이다. 이 속에서 대내적인 요인인 SKT와 CJ헬로비전 합병이 국내 방송 또는 미디어 산업의 자본 및 콘텐츠 경쟁력 확대를 추동하는 단초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책임감 있는 기업의 투자와 유료방송산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정책 결정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한·중 FTA 세미나 때 언급했던 ‘한류(韓流)’가 ‘한류(漢流)’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방송산업 발전(자본경쟁력), 글로벌 미디어 그룹(콘텐츠 경쟁력) 육성이라는 이루어지기 힘든 꿈(유료방송 구조개편, 방송정책 청사진 마련 등)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 올해 마련되기를 바란다.

박상호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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