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상황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한나라당에게 농락당할 만큼 당했다. 예산정국에서 그랬고, 한미FTA 비준 과정에서 그랬다. 이제 민주당은 장기집권을 노리며 법제를 정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 법안, 미디어7대 악법마저 내주면 더 이상 정당으로서 희망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국면까지 몰렸다.

냉정하게 되물어 보자. ‘조중동TV’가 등장해서 뉴스를 하고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면 민주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어떤 내용이 주로 부각될까? 당연히 지금의 조중동 보도가 TV를 통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집권의 꿈을 접어야 한다. 정당의 목표 상실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허용한 최대야당에게 국민들은 준엄한 심판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임시국회 전략 관련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와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의도통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민주당이 지금 이런 상황, 이런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말은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하나, 그들의 행동과 전술에서 그 심각함을 찾아보기 어렵다면 과언일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민주당 현 지도부와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다. 적어도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한나라당 ‘방송장악 언론접수 기도’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문방위 소속 의원들만으로 중과부적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 의원 전체가 달려들어도 지금의 기세등등한 한나라당 170여명의 대군을 맞아 수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모든 것, 정치생명 즉 의원직을 걸지 않으면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제2의 예산정국, 제2의 한미FTA비준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민들에게, 금배지 욕심은 많지만 정작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무능한 정당 즉 ‘탐욕무능정당’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놓치고 있는 대목이다.

지금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면 할수록 마지막 국회의원 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여론 운운 말라.

더 이상 민주당의 지지율이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후부터 지금까지 1년 동안 민주당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을 거듭하고 있다. 어디가 바닥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지금처럼 10%대가 바닥인지, 아니면 더 나빠져 1%대로 접어들지에 대해서 아무도 모른다.

왜일까? 수많은 전문가나 국민들이 지적한 바, 민주당이 민주당답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 수많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헛발질에도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다.

하기야 지금 민주당 의원 83명 중 김대중 정권 이전의 ‘야당 경험’을 갖고 있는 의원이 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이 면피의 근거로 작동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노련한 9명의 야당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앞장서 야성을 회복하는 데 ‘주동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당 지도부에 바란다. 이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그것은 중과부적의 의원 수, 몸으로 막고 때울 수 없는 엄청난 저들의 힘의 정치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이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전쟁’을 선포했다. 민주당의 2배가 넘는 의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탑이 전쟁을 선포했는데, 민주당은 그 전쟁을 치를 최소한의 방어수단조차 꺼내들지 않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의원직 총사퇴 결의’다. 의원직 사퇴서를 민주당 지도부가 호주머니에 넣고 현재 ‘조중동TV로 상징되는 방송장악 언론접수 기도’를 분쇄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아니 전쟁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입술’만으로 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는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수준으로 오래 전에 가버렸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꺼내든 ‘전쟁’에서 살아남아 승리하려면 이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그의 집행부는 최후의 카드인 ‘의원직 사퇴서’를 소속 의원들로부터 받아내고, 그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싸울 때만 민주주의 전반의 붕괴를 가속화할 ‘방송장악 언론접수’를 분쇄할 수 있음을 간단히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당의 야성 회복, 즉 민주주의의 마지막 가치일 수도 있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서 지금의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자유 봉쇄, 여론조작의 제도화, 장기집권 기도’인 미디어 7대 악법 저지 전쟁은 민주당의 지지율 회복뿐만 아니라 내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다시 밖으로 끌어냄으로써 이 추운 겨울, 광장을 채우는 촛불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체하지 말고,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결의하라. 의원직 총사퇴를.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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