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정의당 대전시당 홍보국장인 홍진원 씨는 지난해 11월 25일 대전지방경찰청으로부터 두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다. 1차 민중총궐기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14일 밤 10시 28분 경, 서울 세종대로와 서린로터리 등에서 밧줄을 이용해 경찰버스를 파손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그러나 홍진원 씨는 당일 어머니 생신이어서 대전에서 가족들과 머물렀다.

사례2) 민중총궐기 참가를 문제 삼아 소환됐던 유모씨는 경찰이 보여준 채증사진에 페이스북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에 올린 알바노조 기자회견 사진도 채증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 강모씨 역시 수사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담당 수사관은 강모씨의 트위터 닉네임이 무엇이냐고 묻는가 하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까지 들어 있는 조서를 보여주며 “찾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이하 조사단) 주최로 <경찰의 과잉 수사를 파헤친다 : 민중총궐기를 수사하는 경찰 대응의 문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무리한 수사를 벌여 각종 인권침해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 1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국가폭력 조사단 주최로 <경찰의 과잉 수사를 파헤친다 : 민중총궐기를 수사하는 경찰 대응의 문제>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 단양군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유문철 씨(가운데)가 경찰의 과잉수사 피해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스

충북 단양군에서 9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문철 씨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경찰들이 집으로 와 ‘집회 참석 여부’를 묻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문철 씨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 설치된 ‘백남기 선생 쾌유 농성장’에 갔다. 농성장에 갔던 소회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기사로 송고하자, 정보과와 수사과 형사들이 찾아와 집회에 참가했느냐고 물었다.

유문철 씨는 “14일 대회를 갔느냐 안 갔느냐 물었다. (그들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봤다고 했다. (거기에) 못 갔다고 썼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더라. 그러면서 제 채증사진이 내려왔는데 (참석 여부를 이야기를 해 줘야) 자기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 전 가지 않았기에 채증사진이 있을 리가 없었고, 갔다 안 갔다 이야기 역시 공적으로 만난 자리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합법적인 집회에 민주적인 시민이 참가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될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조직에 속해 있는 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박배일 수석부위원장은 “제가 오늘 사무실에서 나올 때만 해도 159명이었는데 지금 보니 소환자가 161명이 됐더라”며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노조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는 조상수 위원장 등 임원 9명 전원과 사무처 주요 간부들이 포함됐고, 이 중 4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2명은 구속 상태다. 노조 사무실뿐 아니라 문자발송업체까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박배일 부위원장은 “161명을 소환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과잉수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소환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있다. 채증 사진을 잘못 판독해서 엉뚱한 사람을 소환하거나 페이스북에 집회 관련 사진을 올린 것을 곧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소환했다. 출석 요구와 별도로 채증 사진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거나, 단순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도 체포영장 발부를 운운하며 위협하는가 하면, 친구를 사칭해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회사 노무팀에 집회 참가자 명단을 요구하고, 소환장도 없이 전화나 문자로 출석을 독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잉수사 행태에 대해 박배일 부위원장은 “조합 활동에 상당히 위협이 된다. 처벌을 받으면 회사에서도 징계를 받고 노사관계도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 같다”고 바라봤다.

“집회 참가자들,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발생해도 공포감 때문에 혼자 감당”

<집회 참가자를 찾기 위해 사생활을 감시하는 공권력 : 유형별 수사피해 사례 소개 및 이후 대응> 발제를 맡은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집회 참가자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돼 있어서 증언자를 섭외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널렸을 텐데 하나하나 자신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피해가 오래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박진 활동가는 우선, 경찰이 ‘1차 민중총궐기’라는 단일 사건에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수사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 보도(동아일보 지난달 12월 6일)에 따르면 경찰은 1531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해, 585명에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박진 활동가는 “경찰이 관련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조사단이 수집한 사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파악된 자료만으로는 민주노총 소속이 가장 소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10일 기준으로 민주노총에서는 확인된 전체 소환자가 434명이었고, 이 중 피의자로 소환된 사람이 423명이었다. 한상균 위원장 등 3명, 건설산업연맹 5명, 공공운수노조 2명, 공무원노조 1명, 금속노조 4명 등 총 15명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다.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자연히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박진 활동가는 △집회 미참가자들 무차별 소환 △과도한 정보수집과 무리한 소환 △경찰과 회사 협력 아래 노조원 소환조사했다는 의혹 △사생활 침해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찰’도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이 다수 증거로 제출됐고, 경찰은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감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채증이 증거로 활용됐고, 소환된 사람이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알고 있는 것 등으로 미루어 광범위한 온라인 사찰이 벌어졌다고 유추할 수 있다.

“폭력은 기획됐고, 집회는 폭력의 기회로 허용됐다는 관점으로 수사 진행돼”

<경찰의 인권침하 수사, 무엇이 문제인가? : 인권의 관점으로 본 경찰수사의 문제점>의 발제를 맡은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무엇보다 경찰의 수사 방향 자체가 어긋났다는 점을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일반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 물리적 충돌이 어떻게 벌어졌고 그 행위자가 누군지를 확인하는데, 집회가 과격했거나 연속해서 일어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누군가 지시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민중총궐기 수사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애초부터 폭력이 기획됐고, 집회는 단지 폭력의 기회로 허용됐다’는 관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정부-여당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당시 시민들이 물대포에 맞고 있는 모습 (사진=공무원U신문)

박주민 변호사는 “해외 출장 등으로 아예 참석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사람들도 소환해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소환자를 늘리기 위해 (경찰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 “민주노총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를 급속도로 공개한 것도 특이할 만한 부분이다. 압수수색 과정 중에 기자들에게 압수수색된 물건을 공개하겠다고 말했고, 수색 종료 후 1시간쯤 지나서 압수물을 공개하고 보도자료를 냈다. 수색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끝났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압수수색 결과를 이렇게 빨리 공개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9년 만에 부활한 ‘소요죄’ 적용 역시 경찰의 무리수로 지적됐다. <형법> 제155조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회 시위와 관련해 소요죄가 적용된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 당시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5·3 인천항쟁 참가자들에게 대한 판결뿐이어서 ‘군사정권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거셌다.

박주민 변호사는 “소요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한상균 위원장은) 이미 특수공무방해치상죄가 적용돼 기본적으로 3년 이상 형에 처해진다. 그래서 소요죄를 적용한다 해서 처벌 수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하려고 했던 것은 민중총궐기가 결국 폭력행위였다는 것을 이미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일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장은 “경찰의 소환조사는 궁극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최대치로 제한해, 국가의 정책에 대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주장을 최소화하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그 소환조사의 두려움 때문에 집회 참가가 제한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결국 민주주의 실현을 후퇴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향후 집회 미참가자들에 대한 소환 근거를 밝혀 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고,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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