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그 무기력함을 넘은 배신행위를 보며 더 이상 민주당의 지금 지도부로서는 그 어떤 연대도 힘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이 앞선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자괴감이 드는 것은 현재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가 ‘전투’라고 규정한 정책정국이다. 각종 ‘반동적 법안’들이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의 골인 지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속수무책이 아니라 오히려 방조 및 동조현상까지 드러나고 있다.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권선택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에서 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여의도통신
웰빙야당으로 비난받아왔던 한나라당의 야당시절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지난 10년까지 볼 것 없다. 노무현 정권 시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진보개혁진영이 주창한 국가보안법, 신문법, 사학법, 과거사법 등 소위 ‘4대개혁법안’을 ‘4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집요하게 장외투쟁을 벌여 결국 국가보안법 개정은 무산시켰고, 신문법은 반쪽짜리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사학법은 누더기법안으로 만들어버렸다. 또한 과거사법은 어정쩡하기 그지없는 법안으로 끌어내리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치밀했고 끈질겼다.

걸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대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압박했고,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을 조성했다.

한데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뭘 하고 있는가?

그들은 추운 겨울이라서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 체질인 모양이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명동이며 동대문시장을 겨우 20~30명의 수행원만 대동하고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시민들의 그 차가운 시선도 묵묵히 견뎌내며 ‘그들만이 선이라고 생각한, 특히 사학법 개정 반대에 목숨 건 사람들’처럼 투쟁했다.

그런데 최근 종부세법부터 줄줄이 반동적 악법이 대가리 치켜 든 독사처럼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고, 부자들과 특정지역만을 위한 과다 과잉 편성된 예산이 줄을 잇고, 반대로 지역신문법 등 지역균형발전이나 급한 생계형 생존형 서민들을 위한 예산은 아예 삭감하거나 최소화시킨 예산안, 이런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논의 결정하고 통과시키는데 민주당은 ‘들러리질’밖에 한 게 없다.

의사일정, 법안심의 등 국회 내에서 저항할 수 있는 수많은 수단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최소한의 전술마저 고려하지 않으면서 달랑 카메라 앞에서만 조잘댄다.

▲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국회 의장실에서 지난 12일 감세법안 등이 직권상정 처리된 것에 대해 항의 방문한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집무실에 없자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에게 연락을 요구하며 김 의장을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통신
이제는 그들이 국회 안에 천막을 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민주주의 후퇴니 지역 말살이니 언론장악 음모니 하는, 카메라 앞에서 입으로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그런 야당이 아니라 몸으로 저항하는 모습, 그 저항 과정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내용이 옳든 그르든,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독재자의 딸이든 아니든, 야당시절 한나라당 박근혜 당시 대표의 행적에서 민주당 대표 정세균을 비롯한 지도부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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