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맷 데이먼은 미국에서 엄청난 투자를 받는 배우이다. 왜냐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1개 중대가 투입되었고, 첩보 영화 '본' 시리즈에서는 비밀리에 국가 정보기관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련을 받고 최정예 특수 첩보요원으로 거듭난다. 지구상에서 모자라 이번에는 화성에 고립된 그를 구출하기 위해 NASA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다. 그가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인용하여 시중에 돌고 있는 우스갯소리이다.

영화 '마션'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특히 영화 팬들 기억에는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 등의 SF장르의 영화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SF영화들은 상당히 세기말적인 우울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지배하여 더욱 강렬한 기억을 선사해왔다.

▲ 영화 <마션> 스틸이미지
하지만 '마션'은 보다 보면 이 영화가 과연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영화의 재미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긍정적인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기 때문이다.

화성 탐사를 나섰다가 모래폭풍으로 인해 조난당하고 대원들은 모두 지구로 떠난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지구에 있는 모두에게서 죽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상황이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산술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여일뿐이다. 지극히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크는 포기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물학 지식을 총동원하여 살길을 찾기 시작한다. 마크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의 결정체는 다름 아닌 감자였다. 남아있는 인분과 감자 종자 그리고 우주 탐사선의 산소를 활용하여 마크는 화성에서 감자를 심고 마침내 수확하는 데 성공한다.

일용할 양식을 발굴한 마크는 한 발 더 나아가 지구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지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장치를 찾아내고 마침내 지구와 교신하는 데 성공한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의 과학적 지식(사실 여부를 넘어서)과 창의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영화 <마션> 스틸이미지
하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화성의 이미지는 이전에 선보였던 필립 K. 딕 원작의 SF영화 '토탈리콜'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대조점을 구분 짓는 설정은 바로 산소이다. 영화 '토탈리콜'에서 그려진 화성은 잠시라도 밖에 노출되는 순간 동공을 비롯한 신체의 모든 부분이 팽창하여 급기야는 순식간에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 버리는 잔혹한 공간 그 자체이다. 하지만 영화 '마션'에서 보여지는 화성은 절망적이지만 삶에 대한 희망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이다.

물론 두 영화 ('토탈리콜', '마션')의 분위기가 원체 다른 탓도 있겠지만 영화 '마션'이 보여주는 화성은 모든 것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화성을 빠져나와 그를 찾으러 온 동료들과 도킹하는 장면은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역경을 이겨내는 설정은 감동적이다. 2013년 '그래비티', 2014년 '인터스텔라'에 이어 또 다른 유형의 우주를 공간으로 선보이는 SF영화가 선보였다. 하지만 '마션'은 전작들과 달리 우주 지향적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의지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그래서 오히려 2001년에 선보였던 톰 행크스 주연의 무인도 표류생활 탈출기 '캐스트 어웨이'의 느낌에 더 가깝다.

영화는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말로 마무리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선사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들려오는 노래가 이 노래의 분위기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고 흥겨움을 안겨준다. 바로 그 노래는 너무도 유명한 'I will survive'이다.

리들리 스코트의 새로운 변신이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은 영화 '마션'은 '캐스트 어웨이'의 화성 버전으로 기억에 남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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