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상에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하는 놀이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NAN 방송국’ 안상태 기자는 리포팅 현장에서 진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개그를 한다. 이른바 호소형 개그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앵커 : 네, 안상태 특파원 연결하겠습니다. 안상태 기자, 지금 미국 숲속에서 산불이 났다고요?

안상태 : 네, 저는 지금 미국 숲속 현장에 나와 있어서 대피 하려고 하고 있는데………

앵커: 안상태 기자? 안상태 기자?

안상태: 나안~ 산정상에 있고! 더덕 캐러 왔을 뿐이고! 더덕 다 구워지고, 나도 구워지고! 엄마 더덕 기다리고 있고! 나도 엄마 보고 싶고!”

▲ 개그맨 안상태. 개그콘서트 홈페이지 캡처ⓒKBS2
이쯤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다급한 상황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개그로 만든 것이다. 반전의 호소개그다.

이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안상태 기자가 대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블러그와 카페 게시판, 회사 게시판 등에는 ‘안상태 기자 놀이’가 번지고 있다.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누리꾼 한 명이 게시판에 ‘안상태 기자 놀이’라고 제목을 달고, 내용에 “전국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전국에 계신 안상태 기자분들 소식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전국의 누리꾼들이 댓글로 소식을 전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상상을 초월한다. 댓글은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위트로 승화한다.

“네… 서울에 있는 안상태 특파원입니다. 지금 서울은 구름 한 점 없는 밤이고 비올 기미도 안보이는데… 나안~ 지금 회사에서 나머지 공부 하고 있고! 눈은커녕 비도 안 오면서 바람만 이빠이 불 뿐이고! 점심 12시에 먹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플 뿐이고! 집에 못가 돌아 버리겠고!”

“네… 광주에 있는 안상태 특파원 입니다. 지금 광주는 소복히 쌓인 눈으로 인해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는데… 나안~ 밤사이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지 몰랐고! 늦잠 자서 부랴부랴 차를 가지고 출근하고 있는 것 뿐이고! 지각해서 팀장님한테 전화 장난 아니게 많이 오고!”

“나안~ 아침부터 전주로 출장갔고! 눈은커녕 햇빛 날 뿐이고! 어제 눈 왔을 뿐이고! 서울은 눈 온다길래 일후딱 끝내고 올라갔더니 서울은 눈이 비로 변했을 뿐이고! 눈이 나 피해 다닐 뿐이고!”

이러한 놀이는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혹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번 응용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개그맨 안상태는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가 (그런 놀이를) 본 적이 있다”며 “전국에 누리꾼들이 모두 ‘안상태 특파원’이 되는 놀이 아닌가? 내가 봐도 누리꾼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만일 힘든 일이 있으면 제 ‘~뿐이고’ 개그를 응용하시면서 힘을 얻길 부탁드린다”며 “항상 웃음을 잃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웃음을 잃을 필요는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웃음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집에 가기 전 한번쯤 게시판에서 응원의 ‘안상태 기자놀이’를 하면 어떨까?

다음은 개그맨 안상태와 전화 인터뷰한 내용이다.

-최근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가?
“최근 들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술먹을 때 옆에 테이블에서 ‘~뿐이고’라고 개그를 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또 어느날 스팸문자가 왔는데 “난~ 돈이 필요할 뿐이고”라고 돼 있어서 많이 놀란 적이 있다.”

-안상태 특파원 리플 놀이를 알고 있는가?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가 본 적이 있다. 전국에 누리꾼들이 모두 ‘안상태 특파원’이 되는 놀이 아닌가? 내가 봐도 누리꾼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안상태만의 웃음 코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우울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개그를 좋아한다. 또한 어려운 개그가 아니라 쉽게 하려고 한다.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개그가 정말 어렵지만, 가장 쉽게 할수록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느낀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모든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짤 때 가장 힘들 것이다. 고민이 많다. 그러나 가급적 재미있게 고민하려고 한다.”

-‘~뿐이고’ 개그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
“뉴스를 소재로 개그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뉴스를 클릭해 조사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웃기는 상황을 상상하고, 개그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뉴스를 살펴본다.”

-라이벌을 유세윤과 장동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자가 라이벌을 묻기에 없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한두명을 꼽아달라고 하기에 그냥 이야기한 것인데 뉴스로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지금 다시 말하는데 라이벌은 없다.”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서 배우 차태현씨가 ‘뿐이고’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아는 동생이 차태현씨를 알고 있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혹시 영역을 넓혀서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제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저를 써 주실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제가 약간의 대인 기피증이 있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순발력 있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만일 참을성 있게 오랜 시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참 재밌게 할 자신 있다. 저도 알고 보면 재밌는 사람이다.”

-아들이 개그맨을 하겠다고 하면 밀어줄 생각이 있는가?
“저를 웃기면 개그맨을 시킬 용의가 있다.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 안상태 특파원을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힘내시라고 응원 한번 부탁한다.
“추운 겨울 마음이 짠하다. 부디 의욕 잃지 마시고 힘내시길 바란다. 만일 힘든 일이 있으면 제 ‘~뿐이고’ 개그를 응용하시면서 힘을 얻길 부탁드린다. 항상 웃음을 잃지 말길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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