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예정을 이틀이나 앞당겨 국정교과서 확정고시를 강행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내일(4일)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구성 및 편찬 기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 3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YTN 생중계 캡처)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했다. 황교안 총리는 “저는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며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는 △6·25 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기술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기술 △북한의 반인륜적 군사도발 등을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 사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실 왜곡과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 내용을 올바르게 고칠 것을 요구해도 상당수 역사교과서 집필진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총리는 교과서뿐 아니라 문제집 역시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총리는 “일부 지도서에는 김일성 일대기를 소개하고, 김일성 헌법 서문을 그대로 알려주며, ‘6.25전쟁은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이자 민족 내부의 갈등이 얽혀 발발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라고 가르칠 것을 지도하고 있다. 또, 일부 문제집에는 주체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사상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 김일성 주체사상을 답하도록 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황교안 총리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다수는 특정단체, 특정학맥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새 교과서가 발행될 때마다 매번 집필진으로 반복 참여하고 있다”며 “결국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양성이 실종된, 사실상 1종의 편향 교과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정 교과서의 최종 승인은 정부가 맡은 것임에도, 현행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 책임을 집필진에게 돌린 것이다.

황교안 총리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0%대의 채택률을 기록한 교학서 교과서를 거론하며 “현행 교과서 선택권은 개별 학교가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20여 곳의 학교는 특정 집단의 인신공격, 협박 등 집요한 외압 앞에 결국 선택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에 약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그 중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 그들은 다양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가장 편향성 논란이 심했던 교학사 교과서를 거부한 대다수의 고등학교 선택에 ‘편향’ 낙인을 찍은 셈이다.

황교안 총리는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는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친일·독재 미화’의 역사왜곡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성숙한 우리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러한 역사왜곡 시도들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황우여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 및 편찬 기준, 내일 발표”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새 국정교과서에서 △상고사 및 고대사 부분 보강 △일제의 수탈과 그에 항거한 독립운동사 충실히 기술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과 및 한계를 객관적으로 서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서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같은 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YTN 생중계 캡처)

황우여 장관은 “행정 예고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해 주셨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제출된 의견에 대한 검토결과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 건의내용은 교과서 개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를 국정교과서 책임기관으로 지정했다. 황우여 장관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11월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하고 학계의 명망 있는 우수 학자와 교사를 모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할 것”이라며 “집필진 구성 및 편찬 기준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11월 4일 국사편찬위원회가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내용에 대한 사실 오류나 편향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로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심의를 추진할 것이며, 전문기관 감수, 전문가 검토, 교사연구회 검토, 웹 전시를 통해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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