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선정된 서울시 브랜드가 내내 화제다. 초반에는 최종 후보작 3개에 대한 대중적 논란이 먼저였다. I.SEOUL.U, SEOULLING, SEOULMATE라는 최종 후보작은 각각 ‘영어가 아니다’, ‘서울의 진행형이 어색하다’, ‘실제 사용하는 의미가 좋지 않다(쏠 메이트라는 의미)’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영어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브랜드 명은 불가피하게 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과 같이 시민참여형 공모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사실상 ‘영어다움’이라는 요소는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브랜드 명을 두고, 영어가 맞느니, 맞지 않느니 하는 쟁점은 사실상 내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브랜드 명 논란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영어다움이나 의미에 놓인 사항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과정과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행태에 대한 조금은 맥락적인 측면이다. 솔직히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박원순 서울시정이 가진 약점과 한계를 다시금 확인했다. 왜 이럴까라는 의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도시브랜드란 것이 왜 필요한가

아무래도 초기 혼란의 대부분은 도시브랜드의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도시브랜드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시브랜드는 일반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그대로 차용한 것에 가깝다. 이를테면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하고 다른 도시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맥락이다. 그렇게 본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는 ‘그렇게 보여지는 것’에 대한 답보다는 ‘그렇게 보여지길 바라는 것’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하지만 도시가 일반 상품과는 다르게 그 사용 가치가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를 정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서울시는 이번에 도시브랜드를 바꾸는 이유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서 기존의 ‘하이 서울’ 브랜드에 대해 (1) 2014년 4월, 전문가 FGI 결과 ‘하이 서울’은 서울만의 특색을 나타내지 못하며, 주체가 없는 비문으로 그 뜻이 모호하고 관 중심의 관점이 느껴진다는 의견 (2) 2014년 8월, 서울 거주 온라인 패널 2,165명 대상 조사결과, 새로운 서울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해 약 79%가 동의 (3) ‘SOUL OF ASIA’의 경우 중국 정부 측에서 사용을 제한해 중국내에서는 이 슬로건을 활용한 홍보가 불가하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런데 '하이 서울'과 같은 브랜드 명의 선호가 전반적인 도시즈랜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름이 촌스럽더라도 실제 품질이 좋으면 판매가 되는 이치와 같다. 실제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시브랜드 지표에서 부랜드 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뉴욕시의 사례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브랜드명이 있지만 '아이러브뉴욕'은 70년대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시작해 911년 테러시기 도시의 연대성을 강조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가 충첩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 영국언론 가디언지가 2014년에 발표한 세계 도시브랜드 순위 결과. 이 조사에서는 기후, 도시인프라 등 도시자산의 경쟁력이라는 측면,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언급되는 빈도수라는 측면을 고려해서 선정했다. 자체 SNS 망을 사용하는 중국과 동경에 비해 서울은 ‘버즈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지난 해 <가디언>지가 조사한 도시 브랜드 순위에서 4위에 랭크되었다. 놀라운 순위였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요인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회자되는 유명세였다. 중국의 도시인 상하이나 베이징은 도시 인프라 등 자산 항목에서 서울보다 높았으나 온라인 망의 폐쇄성으로 인해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 '하이 서울'이 가지고 있던 한계가 얼마나 컸는지 몰라도 이 때문에 서울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거나 가치절하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지금 논란에서 서울시가 억울한 측면이 있겠으나 그것은 '하이 서울'의 입장에서 보면 자초한 셈이다. 새로운 도시브랜그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단순하게 기존의 브랜드명이 취약하다는 것에서 찾은 것, 즉 비문이었고 교체 의견이 많았다는 점에서 찾은 이상 똑같이 비문이고 별다른 대중적 호응이 없는 브랜드명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논란의 불가피성이 있늘 수 밖에 없다. 사실 하이 서울과 비교해서 도찐개찐이지 않은가.

서울시 도시마케팅, 누구를 위해?

기본적으로 도시브랜드를 시민참여로 만든다고 했을 때 필요한 것은 ‘서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서울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었어야 타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브랜드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점이다. 즉, 내부자의 도시에 대한 공통감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시민 연대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고 외부자의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를 촉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번 도시브랜드를 설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편리한대로 도시브랜드의 위상을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그동안 서울시가 추진해왔던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번 서울브랜드 논란은 다소간 ‘의도적인 초점 흐르기'가 작동한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2001년 6월 30일에 서울시는 공공기관 최초로 도시마케팅 추진반이라는 일종의 프로젝트 기구를 행정1부시장 직속으로 출범시킨다. 이 기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에 발맞춰 설치한 것으로 2002년 12월까지 존속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취임한 직후 서울시 브랜드 공모에 나서는데 시민공모작 7,283건이 접수되었다. 이에 대해 서울 마케팅 자문위원들의 1, 2차 심사가 진행되었고 서울시 출입기자단의 선호도 조사와 여론 조사를 진행하여 최종 선정작으로 ‘하이 서울'을 뽑는다. 4개월 정도가 걸린 셈이다. 이렇게 뽑힌 하이 서울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음에도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높인다. 서울시가 발표한 인지도 결과를 보면 2002년 30.6%에서 2004년 10월에 90%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선호도도 브랜드 선정 2년 만인 2004년에 84%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사실 도시브랜드라는 것이 브랜드명보다는 브랜드의 본질인 도시 가치에 따라 형성된다는 상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시 서울시는 해당 브랜드명 개발의 취지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브랜드명이 하이 서울로 확정된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본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시장은 도시브랜드의 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먼저, 서울을 기업하기 편리한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대기업 본사에 부과되는 과밀부담금을 완화하는 등 서울소재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고, 테크노빌딩 건립,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의 추가지정과 지원확대 등 기업하기 편리하도록 산업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새 슬로건인 「하이 서울(Hi Seoul)」을 서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제품의 공동브랜드로 활용하여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및 신용대출 지원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2002.11.20. 제6대 제159회 제1차 서울시의회 본회의)

그리고 2004년 서울시산하 기관인 서울산업통산진흥원(SBA)는 하이서울을 통합브랜드로 제공하면서 기업지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2014년 현재 200개 중소기업사가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하이서울이라는 도시브랜드는 국제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도시브랜드를 통해서 보충함으로서 마케팅에 우위를 제공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 서울’이냐 ‘아이 서울 유’인가라는 것은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실질적인 가치다.

▲ 서울시는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발을 개최하면서 보아에게 서울의 빛이라는 서울 주제곡을 맡긴다. 또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서울시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하이 서울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발을 개최하면서 보아에게 서울의 빛이라는 서울 주제곡을 맡긴다. 또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서울시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하이 서울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2006년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2007년을 ‘서울브랜드 마케팅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존의 40억원 수준의 예산을 400억원 규모로 늘렸다. 바로 ‘디자인 서울'이라는 일련의 흐름이 나타난 시기다. 이를 위해 당시 서울시는 서울시민 및 국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등 총 2,3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베이를 실시해 브랜드 서울 자산현황을 조사했다. 그리고 독일월드컵에 대비한 서울시 홍보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Hi Seoul 브랜드만으로는 서울시의 정확한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청계천 사진을 배경으로 한 ‘Refresh Seoul’을 메인 메세지로 사용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도시브랜드를 수단으로 하는 도시마케팅은 적어도 모든 서울시장의 주요한 사업 중에 하나였다.

이러던 것이 박원순 시장 출범 이후인 2014년 10월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가 22명으로 출범하고 11월에 서울브랜드 시민참여단이 구성되면서 다시 시작된다. 이 시민참여단의 역할은 브랜드명의 공모과정에서 제시할 주요한 키워드들을 마련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서울얼굴가꿈단, 청소년참여단, 외국인 참여단 등 120여명이 참여하는 서울 도시브랜드 제1차 시민회의가 올해 2월에 개최된다. 여기서는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정체성은?’, ‘서울 도시브랜드 구축과에서 시민의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뒤이어 수도서울에 대한 이미지, 대표시장에 대한 사항 등 주요한 서울의 장소성 혹은 정체성에 대한 시민참여행사가 진행되었다. 최근 서울브랜드를 둘러싼 논란에서 많이 회자된 전종현씨가 허핑턴포스트에 쓴 <I.SEOUL.U는 정말 시민이 만들었나>는 이런 시민참여 과정의 허와 실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들은 최종화 단계에서 '여유있는', '배려하는', '트랜디한', '열정적인', '공존하는' 5개의 키워드로 압축되며 의미가 묘하게 변질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트랜디한'은 '열정적인'에 반영 가능하고, '배려하는'은 '공존하는', '여유있는'에 반영가능하다는 이유로 최종 키워드는 '공존', '열정', '여유'로 정해져버렸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서로 공존하며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열정도시, 서울'로 둔갑한 것이다. 이렇게 압축된 3개 키워드가 바로 공모전의 컨셉으로 발표됐고 서울의 최종 도시 브랜드를 가늠하는 잣대로 쓰여 지금의 당선작을 만들었다.”

▲ 서울시가 2015년 1/4분기 시민제안 성과 실적으로 보고한 자료 중 일부로, 서울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이야기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단편적이고 궁극적으로 이런 개별적 의견이 어떻게 도시브랜드로 수렴되어 추상화되었는지를 알아볼 수는 없다.

실제로 시민회의의 논의 과정은 상당히 개방적으로 진행되었고 제시된 의견 역시 정제되거나 수렴되기 보다는 파편적이고 나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기능은 불가피하게 관련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이 맡을 수 밖에 없다. 즉 광범위한 시민의 참여는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공모의 가이드라인이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용역기관의 과도함을 지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구체적인 공모가 확정된 것이 2015년 5월이었고, 최종 선정은 10월이었다. 즉, 5개월의 시간이 있었을 뿐이다. 이 과정이 과연 이명박 전시장이 추진했던 ‘하이 서울’ 선정과정과 달랐는가? 문제는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시민이 뽑았나 뽑지 않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이 효과적이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는 마치 ‘하이 서울’의 과정은 시민참여가 부재한 방식인 반면, 이번 ‘아이서울유’의 과정은 혁신적이고 더 시민참여적인 것이라 강변한다. 문제는 그 강변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논란에 대처하는 서울시의 자세

이 와중에 <한겨레> 음성원 기자가 쓴 <서울 새 브랜드 ‘I.Seoul.U’…비판만 받을 일인가요?> 는 현재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특유의 음지 양지론(모든 일은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이 있죠, 그런데 과도하게 잘못된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하는 태도로, 진의와 상관없이 문제를 문제로 볼 수 없게 만든다)으로 포장된 이 기사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브랜드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의 정당성과 그렇게 선정된 브랜드의 확장성이다. 이 둘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시민참여 만으로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오세훈 전 시장의 ‘플로팅 아일랜드(지금은 세빛섬이라고 불린다)’ 사례를 곱씹어 볼 만하다. 해당 사업은 시민 사업제안 플랫폼인 천만상상오아시스에 제출된 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즉,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제안 사업 중 하나였다. 결국 선택은 행정이 한 것이라 이번 서울시 브랜드 선정과는 다르다고 반론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사례가 가지고 있는 유사성이 갖는 위험성을 놓치게 만든다. 그것은 시민제안 혹은 시민참여가 행정에 의해 활용 혹은 이용당하는 부분이다. 즉, 행정의 책임회피를 위한 수단으로서 시민이 방패막이가 되는 형태를 말한다.

이 기사가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가 10월 26일자로 올린 <서울브랜드, ‘알고’ ‘보면’ 생각이 바뀝니다!>라는 글을 보자.

“최근 싱가폴, 도쿄, 암스테르담, 베를린도 기존 도시브랜드를 교체하여 국내외로 상당한 브랜드 가치와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Hi Seoul’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약화되어도 좋다는 생각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새로운 서울브랜드가 서울답지 않다고 비판하시는 분들 중에는 과정에 대해선 전혀 관심도 없이, 개인의 취향으로 서울다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서울브랜드 추진위원회, 2015. 10.26.)

실제로 앞서 언급한 서울 정체성을 둘러싼 일련의 시민참여과정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생각과 실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한 서울시,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브랜드 간에는 불일치가 보인다. 즉, 시민참여라는 과정이 사실상 적극적으로 조정되거나 협의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과정 상의 정당성 만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었나라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논란에 대해 ‘약화되어도 좋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라고 윽박지르거나 혹은 ‘과정에 대해선 전혀 관심도 없이' 운운하고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번 도시브랜드 과정이 실패한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시민참여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줄 순 있어도 결과의 효과까지 보증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행정에게 있다.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오는 반론들을 적극적인 공론의 장으로 껴안으면서 다시 재론의 장을 만들면 된다. 더 좋은 안이 있다면 수렴하면 될 것이고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방어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하이 서울’을 재브랜딩하는 것이 가장 적절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민공모 과정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단순히 많이 참여하거나 혹은 최종 선택의 권한을 부여했다고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의 의지다. 아예 백지를 들이밀 것인가, 아니면 적절한 예시를 뽑아내되 이것의 변용을 용인할 것인가는 접근 방법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번 도시브랜드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서울시 행정의 실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고 번번히 논란이 되고 있는 시민참여형 사업의 초라한 모습이 또 다시 반복된 것이다. 시민참여는 전적으로 시민들의 결정에 내맡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참여의 진정한 뜻은 행정과 끊임없이 갈등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본다. 즉, 전문가의 논의와 행정의 필요성, 그리고 시민의 숙의 과정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상호간 토론하고 논쟁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민 참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브랜드 논란을 대처하는 서울시의 태도는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전문가들이 참여한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의 해명글은 과거 관주도라고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전 시장의 서울 마케팅 자문단이나 오세훈 전 시장의 디자인서울위원회를 떠올리게 한다. 과정이야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기왕에 제기된 논란에 대처하는 서울시를 보니 절로 질문이 나온다. “정말 이것이 최선입니까?”라고 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