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방송된 EBS 5부작 다큐멘터리 <문명과 수학>은 201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2012 대한민국과학문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12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다큐멘터리 박람회 MIPDOC에서 바이어가 관심을 보인 프로그램 9위(전체 작품 1222편 심사)를 차지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뛰어난 완성도 덕이기도 했지만, ‘수학’을 중심소재로 한 영상 콘텐츠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명가로 불리는 EBS가 또 한 편의 ‘수학 다큐멘터리’를 내놓았다. 2일부터 2주간 방송되는 5부작 수학 대기획 <넘버스>는 <문명과 수학>을 연출한 김형준 PD의 신작이다. <넘버스>는 수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5개의 수 π, ∞, x, 0, i를 통해 수학의 본질과 역사를 담아냈다.

▲ 2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되는 EBS 5부작 다큐멘터리 '넘버스'

π, ∞, x, 0, i는 5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문명과 수학의 역사를 이끌어 온 수로, 수학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우선 π, ∞, x는 각각 기하학, 해석학, 대수학을 대표하는 수다. 0은 현재의 산술계산과 수 체계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허수 i는 현대 수학과 물리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다.

1부 ‘하늘의 수, π’(11월 2일 오후 9시 50분)는 ‘원과 사각형의 면적을 같게 하라’는 5000년간 인류를 괴롭혀온 문제를 소개한 후, 원주율 π를 구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추적을 철저한 고증과 함께 다뤘다. 2부 ‘천국의 사다리, ∞’(11월 3일 오후 9시 50분)은 무한에 접근하기 위한 갈릴레오의 사고 실험을 재연하고, 칸토어가 무한의 세계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정리하는 등 무한한 수의 세계에 도전한 사람들의 드라마를 그렸다.

3부 ‘상상의 수, x’(11월 4일 오후 9시 50분)는 1~5차 방정식을 정복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고군분투를 다뤘고, 4부 ‘신의 손짓, 0’(11월 9일 오후 9시 50분)은 인류문화사의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0’의 역사를 조망한다. 마지막 5부 ‘천공의 수, i’(11월 10일 오후 9시 50분)는 한때 쓸모없는 수로 여겨졌던 허수 i가 오늘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고, 수의 영역이 어떻게 복소수까지 확장되었는지를 되짚는다.

국내외 저명한 수학자, 수학 역사학자 고증과 조언을 바탕으로 수학의 본고장 이란, 중국, 그리스, 독일 등 총 15개국을 방문해 수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내용을 4K UHD 화면에 담아낸 것도 <넘버스>만의 특징이다.

또한 <넘버스> 제작진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라는 말이 흔히 쓰일 정도로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겨지는 수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하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은 서울대학교 김홍종 교수의 자문 아래 이루어졌고, 지난 2010년 수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예로 여겨지는 필즈상을 수상한 세드릭 발라니 등 국내외 석학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높였다. 지난해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만난 석학들과의 인터뷰도 담겼는데 특히 스티븐 호킹과 함께 ‘특이점 정리’를 완성한 이론물리학자 펜 로즈의 인터뷰는 주목할 만하다.

<넘버스> 제작진은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수학을 최고의 학문으로 칭송했던 건 사고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는 이유였다”며 “수학은 논리와 사고의 학문이며 이는 다른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확장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수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투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도 어느새 수학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넘버스>의 내레이션은 배우 신구가 맡았다. 신구는 “오랜만에 수학을 새로 공부하는 느낌”이라며 “수학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EBS 5부작 수학 대기획 <넘버스>는 2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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