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여당 추천 이사 7명의 몰표를 받아 KBS 사장 최종 1인으로 뽑힌 고대영 후보가 면접 당시 ‘데스킹 강화’, ‘편성규약 개정’, ‘법과 원칙에 따른 경영’을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26일 KBS이사회 면접을 통해 KBS 사장 후보 최종 1인으로 뽑힌 고대영 후보 (사진=KBS)

이날 면접에 참여했던 여야 이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대영 후보는 방송 보도에 대한 데스킹과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사들에 따르면 고대영 후보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2014년 6월 11일 KBS <뉴스9> 보도), 광복 70주년 다큐 <뿌리 깊은 미래>(2015년 2월 7일 방송),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보도(2015년 6월 24일 KBS <뉴스9> 보도) 3가지 사례를 언급하며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뉴라이트 세력의 강한 비판을 받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받은 사례다.

A 이사는 “3개 보도에 대해서 데스킹 기능이 제대로 안 되어서 징계 받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B 이사는 “대부분의 후보가 현재 KBS 보도에 문제가 있고 데스킹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데스킹 강화 부분은) 유독 그날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록이 있고, 점차 높은 강도의 제재를 받은 게 있어서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C 이사는 “모든 후보들이 중간간부들이 제 역할을 잘 하게끔,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승만 정부 망명 보도, 문창극 보도 등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 고대영 후보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고대영 후보는 2004년 개정된 <KBS 방송편성규약> 개정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보도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노사가 논의하는 편성위원회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노사 단체협약에 규정된 공정방송위원회를 열도록 한 현재의 <편성규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C 이사는 “다섯 후보 모두 <편성규약> 개정을 언급했는데 고대영 후보는 취제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사장이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노조가 관여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편성위원회에서 결렬된 것은 노사 공방위로 올라간다는 부분을 가지고 노조가 관여한다고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A 이사는 “‘공방위는 현재 단협 상의 조항인데 방송법 취지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 (맞지 않다면) 손을 봐야겠다’고 하면서 공방위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D 이사 역시 “제작진의 의견을 듣되 결정은 사장이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편성규약 개정 언급은 제일 세게 발언했다”고 전했다.

“BBC의 경우 처칠, 대처, 블레어 때까지 항상 권력과 긴장관계를 구축했는데 앞으로 KBS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대영 후보는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또한 고대영 후보는 올해 3월 만들어진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BBC 제작 가이드라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D 이사는 “불신임 80~90% 나와서 직원들이 후보를 싫어하는데 앞으로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제가 3년 동안 반성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선 5명 모두 부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을) 하겠다고 했고, 고대영 후보의 경우 이사회와 직원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A 이사는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대화를 좀 더 해 보겠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차원이었다.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항상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제가 듣기에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섣불리 타협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 고대영 후보가 KBS의 데스킹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례로 거론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 해당 보도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등 각종 상을 석권하며 호평받은 바 있다.

기자들 반감 높은 가운데 데스킹 강화 의지 밝혀 파장 예상

고대영 후보는 특히 기자들의 반감이 높은 인물이다. 그가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축소보도, 천성관 검찰총장 스폰서 의혹 특종 불방 등 수많은 편파보도 논란이 벌어졌다. 그 결과, 보도국장 때는 93.5%, 보도본부장 때는 84.4%의 높은 불신임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고, KBS기자협회가 제명을 시도하자 스스로 기자협회를 탈퇴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장 후보 최종 1인을 뽑는 면접에서도 간부나 사장들의 권한을 더 강조하고,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편성규약> 개정 의지를 밝힌 것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정홍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편성규약>은 방송법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정했던 규약이다. 현재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예 규약을 부정하려는 것은 공정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어떤 인식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며 “<편성규약>도 방송법도 가장 큰 정신은 제작자율성이다. 기자나 PD가 저널리스트로서의 양심에 따라서 제작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틀인데, (사장 권한을 강조하며) 제작자율성을 무시하고 침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건 방송법을 오해하고 있거나 그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 역시 28일 성명을 통해 “고대영 후보는 KBS 뉴스의 부끄러운 변화를 시종일관 진두지휘해온 인물이었다. 그의 과거 행적은 그가 앞으로 KBS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할 사장으로서 어떠한 역량도 갖고 있지 않음을 이미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고대영 후보가 사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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