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6일 면접을 통해 KBS 차기 사장 후보 1인으로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전 KBS 보도본부장)을 선출했다. 여당 추천 이사 7명이 모두 고대영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결과였다. KBS 7대 협회는 고대영 후보에 대해 “KBS 사장 자격이 없다”며 투쟁을 예고했고, 양대 노조는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론시민사회에서는 “KBS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는 혹평이 나왔다.

KBS 7대 협회(경영·기자·방송기술인·아나운서·촬영감독·카메라감독·PD협회)는 27일 성명을 내어 “고대영은 KBS 사장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7대 협회는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당할 위기에 처하자 제 발로 걸어 나간 사람이다. 압도적인 불신임으로 본부장직을 내려오기도 했다. 기업체로부터 골프와 술 접대 논란도 있었다.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도 빈번한 연락책으로 이름이 등장한다”며 “그는 기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 26일 면접에서 KBS 사장 후보 최종 1인에 선출된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 (사진=KBS)
7대 협회는 “여당이사들의 몰표, 누군가의 뜻이 충실하게 관철되었으리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에 의해 임명된 사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기자가 아니었던 기자에게 사장의 허울을 씌워주는 순간 KBS는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꼴”이라고 말했다.

7대 협회는 보도와 인사 개입이 드러나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지난해를 언급하며 “어린 학생들을 깊은 바다 속에 묻고 얻은 기회였다.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쏟아낸 부모들과 시민들 덕에 부여잡은 기회였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싸우라고 준 기회에 싸우지 못했다. 온정과 방심 속에 보낸 1년 반. 오히려 고대영이라는 이름 석 자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 전선이 명확해졌다. 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26일 긴급 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 인정 불가 및 최종 임명 반대 △고대영 검증단 구성 후 검증 결과 적극 전달 △최종 임명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 등 3가지를 결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에 이어,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 역시 27일 특보를 내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대영 후보를 사장으로 불인정하며 최종임명에 반대한다는 새 노조와 달리 KBS노조는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KBS노동조합은 고대영 후보 선출에서도 여야 7대 4 구도가 유지된 것을 두고 “이사들은 KBS 주인인 국민의 대리인임을 망각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뽑아준 여야 정권에 충성한 것”이라며 “자유 의지도 없는 거수기임을 자인한 이사회를 해체하는 것이 KBS를 돕는 길”이라고 질타했다.

KBS노동조합은 고대영 후보에게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정치중립 방안 제시 △만성 적자를 해소할 KBS 미래 비전 방안 제시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 등 3가지를 요구했고,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자체적인 검증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권, KBS에 사형 선고 내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26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는 공영방송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고대영 후보는 정치적 독립과 중립은 물론 보도의 공정성, 제작자율성, 경영 전문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인사이자 도덕성과 공직자 자질에도 부합하지 않는 그야말로 권력 해바라기 언론인의 전형”이라며 “공영방송사에 재직 중인 언론인들을 자신의 인턴사원 정도로 여기는 청와대의 눈에, 도덕적 흠결과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치적 편향성을 겸비한 고대영이야말로 KBS의 최적격 사장인 셈이다. 이사회는 정확히 청와대의 눈으로 사장 후보자를 가려냈다”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정권은 족벌신문의 방송 진출을 발판 삼아, 공영방송에 이어 포털과 인터넷언론 규제 강화, 불공정 편파심의, 언론중재 대상 확대 추진 등으로 언론장악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왔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 ‘공론장’은 사실상 폐쇄 직전에 놓여 있다”면서도 “불통과 역행, 퇴행에 맞선 국민들의 심판은 이미 시작됐다. 언론노동자들 또한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오직 언론주권자 국민의 편에 서서 KBS를 제 자리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험난한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도 같은 날 성명에서 고대영 후보 사장 선출을 두고 “고대영 선임은 KBS ‘국정화’ 선언이다. 더 이상 민주적 공영방송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선포”라고 표현하며 “박근혜 정권이 끝내 공영방송 KBS에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고씨는 KBS 내부 구성원은 물론 시민사회가 최악의 부적격자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권은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을 통해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무참히 짓밟고, KBS 장악을 선택했다”며 “고대영에게 주어진 임무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에 ‘올바른’ 방송으로 KBS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KBS를 집권세력에 봉사하는 도구로 변질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7일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사장 선출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지시가 없었다면 이렇게 한 마음으로 특정인에게 몰표를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청와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청와대의 아바타로 만들어 여론을 확실하게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아무리 청와대를 위해 발 벗고 뛸 사람을 고른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인물을 국회 인사청문회에 낼 사장후보로 선출할 수 있는가?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과연 판단능력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대영 사장 후보 선출은 노동개악으로 노동자들을 권력과 자본에 복속시키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를 조작하는데 이어, 방송까지 확실하게 장악해 영구적인 집권연장을 꾀하기 위한 인사 쿠데타”라며 ‘고대영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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