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비밀 TF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더해 국가기간방송사이자 공영방송인 KBS의 3년을 책임질 차기 사장 선임 작업 역시 청와대의 개입 우려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사회적 의견 수렴, 사장추천위원회 및 특별다수제 도입 등 야당 추천 이사들과 언론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여당 추천 이사만 모여 14명 중 이몽룡, 강동순, 홍성규, 고대영, 조대현 등 5명의 면접 대상자를 가려냈다. 이들은 전부 KBS 안팎에서 차기 사장감으로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다.

KBS이사회는 오늘(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면접을 진행해 오후께 최종 1명을 결정한다. 물론 인사청문회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지만 여론과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기에, 오늘 결정되는 1명이 사실상 차기 사장이 된다고 보면 된다. 오늘 이사회에는 19일 이후 이사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던 야당이사들이 복귀했다.

▲ KBS의 운명이 결정되는 26일 오전 10시, 청와대 부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4대 협회(기자·경영·방송기술인·PD)가 주최하는 <청와대는 KBS 사장 선임에서 손을 떼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디어스

KBS의 운명이 결정되는 26일 오전 10시, 청와대 부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4대 협회(기자·경영·방송기술인·PD)가 주최하는 <청와대는 KBS 사장 선임에서 손을 떼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청와대 지시로 보도와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던 지난해 5월 이후 KBS 내부 구성원들이 1년 5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 앞에 선 것이다.

KBS노조 이현진 위원장은 “인적 청산보다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며 “KBS노조는 지속적으로 특별다수제를 주장했지만 법제화를 통해 특다제를 실현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이제 여야 이사들이 특다제 정신에 입각해 사장을 결정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통령은 후보 시절 KBS에 관여할 수도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더 이상 선임 과정에 손을 떼고 여야 이사들이 특다제를 통해 사장 선임할 수 있는 길을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노조 권오훈 본부장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고 KBS를 일종의 정권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 바로 오늘의 요구”라며 “지금 이 시각 KBS 본관에서는 5명의 사장 후보를 놓고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벌써 청와대가 사장 후보를 점찍었다, 강동순 고대영 2배수로 압축했고 두 명 중 한 명이 사장 후보로 제청되며, 오늘 이사회 면접은 이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청와대 각본대로 밀어붙이기 위해 여당 추천 이사 7명이 자신들 마음대로 1차 후보를 뽑고 청와대 낙점을 받은 1명을 임명제청하려 한다면 KBS 구성원들은 끝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며 “청와대에 마지막으로 요구한다. 대선공약 이행하십시오. KBS에서 손을 떼십시오”라고 전했다.

“KBS 사장 후보 5명, 정권 입맛대로 보도 좌지우지할 가능성 커”

“시청자 여러분들한테 공정한 방송, 신뢰 받는 KBS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KBS PD협회 안주식 협회장은 “KBS 사장 자리는 참 중요하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지위는 한 국가의 저널리즘과 언론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정말 비정상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선임되고 있다”며 “이번엔 더욱 더 개악됐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사장 선임과 관련된 토론이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주식 협회장은 “최근 몇 년 들어 최소한의 민주주의, 최소한의 합의가 계속 부정되고 있고, 이런 현상이 KBS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나온 후보 모두 저희 PD협회로서는 한 순간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격사유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다. (이사회가) 최소한의 결단을 내려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S경영협회 김우진 협회장은 “국가기간방송, 공영방송 사장을 정말 잘 뽑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후보를 뽑겠다는 원칙을 가장 멀리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후보들 전부) 문제가 다 많다. 누가 더 문제가 많고 적으냐를 따져야 해서 우울하고 슬프다. 이사회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원칙에 따라 최악만은 피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전했다.

KBS기자협회 이병도 협회장은 “오늘 면접을 보고 있는, 볼 예정인 후보 다섯 명 전부 인정할 수 없다. 정치 독립, 보도 독립과 하등의 상관이 없는 후보들이며, 정권의 입맛대로 정권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KBS 보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면서 “7개월째 방송 내지 못하고 있는 훈장 아이템은 오늘 어떤 사람이 사장 후보로 되어도 방송 못 나갈 것이라고 본다. 정치 독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국장 책임제 역시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자협회는 앞으로도 KBS 보도 독립을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 이승만-박정희는 금기? KBS ‘친일과 훈장’ 불방 위기)

▲ 윗줄 왼쪽부터 조대현, 홍성규, 고대영 후보. 아랫줄 왼쪽부터 강동순, 이몽룡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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