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까지 MBC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이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됐다. 당일 아침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했던 민경욱 전 KBS <뉴스9> 앵커에 이어 또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의 입이 됐다.

▲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 <100분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는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을 신임 대변인으로 발탁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임명된 민경욱 전 KBS <뉴스9> 앵커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5일 사직한 이후 공석이었던 대변인 자리가 20일 만에 채워졌다.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기 불과 5일 전인 지난 20일에도 <100분토론> 699회 ‘방미 이후, 한반도 정세는?’을 진행했고, 23일 MBC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는 게 없지만 많이 배우면서 하도록 하겠다”는 짤막한 소감만 전했다.

1987년 울산MBC 보도국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95년 경력공채를 통해 MBC 본사로 옮겨온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MBC <뉴스투데이>, <시사매거진 2580>, <카메라 출동> 등의 프로그램을 거쳤고 런던 특파원, 사회2부장, 보도국 취재센터장, 시사제작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 16일부터 <100분토론> 진행을 맡았다. 당시 MBC는 “정연국 진행자가 이끌 <100 분토론>은 ⧍현장성 강화 ⧍역동성 향상 ⧍친절한 토론을 모토로 기존의 딱딱한 진행 스타일을 탈피한다”고 밝혔다.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MBC가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진행한 책임을 물어 박성호 MBC기자회장을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전격 경질했던 2012년 당시, 대신 진행을 맡은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김재철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파업을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17일에는 이른바 ‘허리우드 액션’이라고 조롱 받았던 권재홍 앵커의 부상 소식을 <뉴스데스크> 첫 소식으로 알렸다. 이날 정연국 앵커는 “어젯밤(16일)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내정, 권언유착 우려스럽다> 논평을 내어 “권력의 잘못을 비판해야 할 책무를 가진 현직 언론인이 권력의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며 “더욱이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MBC의 공신력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민경욱 전 대변인에 이어 또다시 현직 언론인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도 자칫 잘못된 관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며 “권력에 유화적인 언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는 권언유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정연국 내정자 내정은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 SBS 기획본부장 출신인 김성우 홍보수석(왼쪽)이 발탁 5일 전까지 MBC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정연국 신임 청와대 대변인(가운데)과 육동인 신임 춘추관장(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는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윤두현 전 YTN 보도국장, 민경욱 전 KBS <뉴스9> 앵커, 김성우 전 SBS 기획본부장, 김진각 전 한국일보 부국장 등 정권 내내 현직 언론인들을 청와대로 모셔간 바 있다. 민경욱 전 앵커의 경우, 청와대 대변인 임명 발표가 났던 당일 아침회의까지도 현직 문화부장으로 참석해 논란이 일었고,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 확인돼 도마에 올랐다. <KBS 윤리강령> 1조 3항은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육동인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신임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에 임명했다. 춘추관장 자리는 전광삼 전 관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지난달 22일 사의를 표명한 후 33일째 공석이었다. 육동인 신임 춘추관장은 한국경제 뉴욕특파원, 논설위원 등을 거쳤고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