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역사왜곡 노동개악 저지하고 공정언론 쟁취하자-언론노조 전국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함께 기울어진 공론장을 반드시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역사왜곡 노동개악 저지하고 공정언론 쟁취하자-언론노조 전국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김환균 위원장은 “노동개악, 언론장악, 역사교과서 왜곡의 문제는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노동개악 핵심은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고, 언론사 노조를 무력화시켜 민주언론을 마비시키고 비판언론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이 다음 노리는 게 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며 “이게 실현될 경우 우리 사회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묶여진다. 정부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서 모든 의제에 시민단체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최전선에 나서서 힘껏 싸우겠다. 이후 세대들을 위해서,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 언론과 노동의 문제를 같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과거 공보처 산하기관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던 KBS가 공영방송이 되면서 국민들을 대표해 공영방송을 감시하고 대표하는 이사회를 구성했다. 그 이사회가 사장을 뽑도록 제도도 바꿨다. KBS를 공영방송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이사회의 존재 때문”이라며 “그런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KBS를 다시 국영방송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어제(21일) 여당이사 7명이 모여 일방적으로 사장 후보를 뽑은 행위는 바로 공영방송 KBS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반쪽짜리 사장은 결단코 KBS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여당이사만으로 청와대 입맛에 맞는 반쪽짜리 사장을 뽑고, 이 사장으로 하여금 다시 KBS를 장악하려는,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만들려고 하는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반드시 실패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거치면서 우리 언론인들이 해고당해 길거리에 내쫓겨 있고, 교과서마저도 진실을 가르치고 배우지 못하게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한다. 교과서를 장악하고 언론을 장악해 박근혜 정권이 하려고 했던 건 ‘극단적인 양극화’”라고 지적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에 저항하는 자들은 저성과자로 만들어 쉽게 해고하고, 비정규직도 필요하면 4년, 6년, 8년, 10년까지 연장하는 안이 발표돼 있다. 임금피크제를 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면서 정규직 노조를 공격하지만 내용을 보면 완전히 사기를 친 것”이라며 “이 모든 것들이 삶과 진실과 직결돼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해서 투쟁과 연대의 모범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서로 힘내서 총체적 퇴행을 함께 막아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1만 2천 언론노동자들은 국민과 함께 역사왜곡, 노동개악 막아내고 기울어진 공론장을 반드시 바로 세울 것이다.

왜 저들이 그토록 ‘언론장악’에 목을 맸는지 그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 중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편향 기술이고 교육 현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면서 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선동만 하고 있다. 국정화 추진의 실질적 의도를 따져 묻는 외신기자들의 상식적인 질문에는 답변도, 자료도 내놓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집필진과 연구자 등 학자, 현장의 교사, 청소년과 학부모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실질적인 당사자들은 모두 배제한 채 의회의 존립 근거를 무력화하며 비상 상황에 써야 할 정부 예산을 끌어와 강행 중이다. 국민들이 피땀으로 일군 저항과 민주주의, 인권의 역사를 기어이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해마다 100만 명이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800만이 넘는 나라에서,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 기간과 분야를 더욱 늘리겠다는 처방을 노동개혁이랍시고 내놨다. ‘청년’, ‘청년’ 노래를 부르더니 정작 제대로 된 청년고용대책은 하나도 없다. 수십억의 국민혈세만 정부광고에 쏟아 붓고 있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뺨때려 내쫓으며 나가서 기다리라 한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의 피켓 ⓒ미디어스


역사왜곡과 노동개악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권의 전사회적 퇴행화 기도의 정점에는 바로 언론장악을 통한 ‘여론 통제’가 위치해 있다.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 청부 인사들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내려 보냈다. 종편은 정권의 특혜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공영방송은 추락과 몰락을 거듭했다.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저항하는 노조는 처참히 깨부수고 방송을 권력의 주구로 삼고자 했다. 언론장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층적으로, 전방위적으로 자행됐다. 포털과 인터넷언론에 대한 규제와 검열기구를 통한 공안심의를 대폭 강화하고 언론중재대상을 확대해 국민의 눈과 입을 빈틈없이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주류 언론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여야간 정쟁이나 보수-진보 간 이념 대결로 규정하고, ‘노동개악’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라는 오래된 노랫말만 틀어댈 뿐이다. 공영방송 이사장이 국민을 상대로 사상감별사를 자청하며 망언과 허언을 쏟아내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일도 보통이 되어버린 시대, 한 마디로 ‘역행’과 ‘퇴행’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역사왜곡과 노동개악을 정당화, 합리화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술책은 거침이 없다. 방송법을 위반해가며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밀실 논의를 통해 공영방송 KBS 특보사장-관제사장-낙제사장에 이어 집권 중후반기 여론통제 청부 사장을 앉히려하고, 역사 왜곡에 앞장 선 학자가 교육방송 EBS 사장후보로 거론되는 등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공론장이 아무리 기울었다 할지라도 민주주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들의 열망은 한 치의 부족함도 없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은 시민사회운동을 넘어, 교수와 대학생, 청소년과 학부모들에 이르기까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청년 신규 고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없는 노동개악의 실체가 드러나며 이를 폐기하라는 노동자-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왜곡과 노동개악은 서로 다른 의제가 아니라 국민을 철저히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이기에 함께 맞서 싸우고자 한다. 바야흐로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인 역행과 퇴행에 맞선 범국민 저항운동이 아래로부터 불붙고 있다.

1만 2천 언론노동자들은 이제 역사왜곡과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려 한다. 이미 15일간의 전국대장정을 통해 현장 언론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확인하고 모아냈다. 박근혜 정권의 역행과 퇴행의 정점에 선 ‘여론 통제’의 진실을 국민들께 다시 알려 나가려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역사왜곡 반대 현업언론인 시국선언을 긴급히 조직해 발표하고 KBS·EBS 청와대 청부 사장 선임 저지를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10월 29일 전국간부수련회를 통해 총력투쟁을 위한 언론노조 조합원 총투표를 결의하고, 11.14 민중총궐기와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다. 국민과 함께 기울어진 공론장을 뒤집어 민주주의와 역사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다.

2015년 10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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