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14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중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정종섭 장관이 선거지원사무를 관장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중립 의무가 강하게 요구됨에도 이를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강력한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종섭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중선관위가 독립기구라는 점과 야당 추천 위원도 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중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세종대왕이 창시한 한글 문법에도 맞지 않는 언어도단”이라며 반발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럴거면) 선관위에서 아무런 문제를 삼지 말아야지 정종섭 장관에게 강력한 주의를 촉구한다는 말은 뭐하러 붙이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면서 주의를 촉구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의원은 “정종섭 장관은 선거 사범을 단속하는, 경찰을 지휘하는 사람인데 무슨 명분으로 선거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하겠는가”라면서 “여당, 보수언론, 시민단체 등이 부적절했다고 하고 본인도 부적절했다고 사과를 하고 있다. 거기에 따른 응당한 처벌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3·15 부정선거 때 행자부의 전신이었던 내무부 장관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선거에서 중립 의무가 사라지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설 수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4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선거법 위반이 되려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행위를 했느냐가 나와야 한다”면서 “(연찬회 자리에)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만 있었고 일반 국민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과 자꾸 비교하는데 당시는 4월 총선 바로 직전 2월 말에 그런 행위가 있었다. 정치적 중립성이 엄정히 요구되는 시기였다”면서 “지금은 (선거가) 8개월이나 남아있다”고도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중앙 언론사 정식 기자회견장에서 반복적으로, 그것도 선거 바로 한 달 앞두고 계속 열린우리당을 도와야 된다. 열린우리당을 도와야 된다. 무슨 일이든지 내가 하고 싶다, 본인의 의사가 반복적이고 아주 능동적이고 계획적으로 표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민식 의원은 “(정종섭 장관의 경우) 부적절한 처신은 맞지만 정말로 이 사람이 선거운동을 할 의사였느냐, 아닌 것이 뻔하지 않는가”라면서 “선거법 위반으로 감옥을 보낼 일이냐, 아니면 사과를 받고 그냥 끝날 일이냐라는 판단은 국민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150명 새누리당 의원들 앞에서 얘기한 것은 국민 전체에게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내용이 결국은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들까지 다 전달이 된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가 된 것까지 (장관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의원은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1년 전에도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결국 사과를 했다”면서 “국회를 해산해야 된다는 말은 야당이 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발목잡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종섭 장관이 반복해서 여당에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청래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례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분명히 말씀했다”면서 “선거법 등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으로서 여당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안이 아닌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박민식 의원은 “굳이 하려고 하면 정종섭 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요구하는 게 맞다”면서 “탄핵소추한다고 해도 과반수가 되어야 하는데 발의조차도 안 된다. 통과 가능성이 제로인데 굳이 해임안 대신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그야말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해임안을 내든 탄핵안을 내든 그건 저희 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참여정부 시절)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내 시위를 못 막았다는 이유로 당시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서 해임됐는데 이 사안은 더 엄중하기 때문에 탄핵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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