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는 700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외에도 현행 금융 규제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금융기업들도 스스로 위험관리의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개혁 논의는 금융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보다 표피적인 수준의 위험관리 방식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금융제도의 부분적인 위험관리는 사실상 금융화의 중단이 아니라 지속 또는 심화를 의미합니다. 위험관리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화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반면 세계 사회운동은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전혀 다른 접근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아탁)은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2008.10.15)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아탁은 주류에서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단지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비판하고,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참고하여 금융을 억압하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필요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습니다. ① IMF, 세계은행, WTO를 해체하고 새로운 무역·금융체계를 구축해서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②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통화거래를 포함해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의 창출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에너지·철도와 같은 인프라에 대한 사유화 중단과 연금 사유화 중단 등이 포함됩니다. ③ 투기적 금융상품을 전면 금지하고, 공공은행을 강화하고, 신용등급기관을 공적으로 통제하고, 모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금지하고, 파생금융상품의 장외시장 거래를 금지하고, 역외금융센터(非거주자간의 거래를 위해 조세, 외환 관리 등에서 각종 우대 조치와 그 영업 거점을 제공하는 지역)와 조세회피국을 없애는 등 금융시스템 전반을 운영원리를 바꿔야 합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IMF 이후 10년 동안 전면적인 금융시장 개방이 단행되었습니다. IMF 이후 추진된 전면적 금융개혁,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에 따라 한국경제는 세계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30% 이상을 외국자본이 잠식하고 있으며, 적대적 인수합병, 구조조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IMF 이후의 금융개혁,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는 전면 재검토하고, 금융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산업분리 완화, 한미FTA 비준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자본은 위기 부담을 전 사회에 떠넘길 것이며, 특히 노동자에게 해고와 임금삭감 형태로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번 위기의 부담이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기며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정규직에게 공격의 칼날이 겨눠질 것입니다. 상여금 삭감, 통상임금 동결을 통해 임금총액이 삭감될 것입니다.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삭감이 상당할 것입니다. 또한 대 사업장 정규직을 공격하기 위해 해고의 완전 자유화를 위한 노동법 개악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방패막이 구실을 했다면, 현재의 경제위기 수준은 그러한 것조차 불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며 노동조합은 비상한 각오로 기존 활동방식을 대폭 바꾸어야만 합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단결하여 임금과 고용을 지키고, 노동자 간 격차를 축소시키기 위한 연대투쟁을 전국적으로 조직해야 합니다. 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경제위기를 발생시켰음을 폭로하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기업 사유화,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후퇴 등을 막기 위한 투쟁도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IMF 이후 취해진 각종 자유화 조치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것이나 국제적으로 전면적인 금융억압을 실행하자는 제안은 정세적인 문제제기입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해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세계화의 본질을 폭로하고, 사태의 원인이 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그러나 파국적 위기를 낳는 금융메커니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자본주의 경제가 안정과 번영을 구가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가 그 뿌리에서부터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의 이윤율은 장기 하락 추세에 놓여 있으며, 특히 2007~2008년 금융위기 아래 이윤율은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던 1974~75년 이윤율 수준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이윤율 저하에 따라 금융화를 단행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의 일시적 해결책마저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자본주의의 헤게모니 성립기, 이윤율의 성장기에 가능했던 케인즈주의적 대안이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곧 자본주의의 위기를 뜻합니다. 우리는 금융억압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요구를 매개로 투쟁을 전진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 노동자통제, 대안세계화와 같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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