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인근에서 낚싯배 ‘돌고래호’가 전복돼 1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사건이 벌어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이 없이 해상사고에 대해 여전히 안이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정부와 당국의 실책을 거론하기보다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개인에 보다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7일자 1면에 사고 당일 해경과 해군이 35척의 함정을 동원해 밤샘 수색을 벌였지만 생존자를 단 1명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생존자들은 다음날 새벽 지나는 어선이 구출했다. 형식적인 구조활동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작은 세월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7일자 1면 기사사

또,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도 “해경은 돌고래호가 항적 기록에서 사라졌지만 사고가 접수되기 이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해경 추자 출장소는 사고 접수 이후 사실을 확인한다며 23분간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상황센터로 사고 사실을 알렸다. 밤샘 수색에 수십척의 함정이 동원됐지만 10시간 가까이 생존자 구조와 어선을 찾는데 실패하며 사실상 허탕을 쳤다”며 “수색 구역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등 해경의 수색활동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7일자 3면 기사

경향신문은 3면에 <“해상 1시간 내 구조”는 헛말…세월호 후 달라진 건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안전처가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사고 발생 1시간 이내에 특수구조대가 해상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했다면서 “국민안전보다는 경제논리가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해경이 돌고래호에 탑승한 승객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낚시어선어법이 안전관리 주체를 어선업자나 선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1년 5개월 만에 대형해난사고가 재발한 것은 세월호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7일자 1면 기사

동아일보도 경향신문과 비슷한 관점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 <세월호 겪고도…달라진게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승객들이 악천후 속에서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2면에 해경이 돌고래호와의 연락이 두절된 지 한 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구조 활동을 시작했고 야간투시장비 없이 전조등만 갖추고 있어 효과적인 수색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잘못된 위치 예측을 했다면서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였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7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세월호 빼닮은 낚싯배 참사, 정부는 뭐가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 개조’를 부르짖으며 해양 경찰 조직을 ‘해체’해 편입시키는 식으로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 해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안전처가 존재하는지 국민은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돌고래호와 같이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달린 배에는 긴급 조난 버튼이 있는데도 같이 출항한 돌고래1호가 신고할 때까지 해경이 사고를 몰랐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는 돌고래호가 7년간 안전점검을 받은 일이 없고 선박기술공단이 ‘휴가철 해양 안전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는데도 사고가 났으며 탑승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고 기상 악화에도 출항을 강행했다며 “해경은 ‘수많은 낚싯배를 일일이 점검하기 힘들다’고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민간 선주들은 성수기 돈벌이에 급급해 탑승자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고도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유사한 관점에서 사태를 다루고 있다. 한겨레는 2면 <해상 안전관리 또 구멍…세월호 이후 안전대책 ‘헛구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돌고래호 사고는 주먹구구식 승선 인원 확인, 구명조끼 미착용, 선주에게 맡겨진 선박관리 등 허술한 해양안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지고, 숱한 안전대책이 쏟아졌지만 국민안전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썼다.

한겨레는 이날 <또 해상 참사, 세월호 이후 바뀐 게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해경이 실종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언급하고 “아무리 조직을 확충하고 제도를 정비해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려진다면 어디서든 참사의 씨앗은 자라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세월호의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고 안전을 체질화하는 일”이라면서 “정부는 그동안 얼마나 이런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7일자 3면 기사

중앙일보 역시 이날 3면 <엉뚱한 해역서 돌고래호 수색…밤새 헤멘 해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해경이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가 끊긴 지점을 수색했으나 성과가 없어 140억을 들여 개발한 ‘표류예측시스템’을 활용했는데도 수색에 실패했고 승선자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정확한 승선인원 파악에 실패하는 등 해상 안전 사고 대처가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주먹구구식 승선관리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승선자들이 호우와 강풍에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면서 “안전은 당국과 개인이 모두가 지킬 때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고를 보도한 언론 중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사고 소식을 사실관계 위주로 건조하게 전한 후 10면에 이르러서야 어선 운영·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악천후에 出港… 연락두절 11시간 만에 海警 아닌 어선이 발견>이란 제목의 이 기사에서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돌고래호가 출항한 점, 돌고래호 선장이 승선명부를 엉터리로 작성한 점,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점 등에 집중했다. 해경의 대응 문제는 마지막 두 문단에서만 등장한다.

▲ 조선일보 7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기본 안 지키면 참사는 계속될 것>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해경의 구조 실패나 세월호 참사 이후의 안전대책 등에 대한 지적은 최소화하고 사고 희생자들의 책임을 보다 부각시키는 행태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최근 들어 대형 여객선에 대해서는 운항 안전 점검과 승객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소규모 어선 등에 대해서는 규정이 있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당국이 감독하기도 쉽지 않다”고 쓰는가 하면 “정부 대책만으로는 곳곳에 도사린 위험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사고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스스로 안전을 위한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후진적 참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태도는 이번 사고가 ‘제2의 세월호 참사’라는 등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이날 지면을 보면 다른 언론들이 이번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비견하는 것과 달리 ‘세월호’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그러나 조선일보 스스로가 이러한 형태의 해상사고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개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1등신문’을 자처하는 언론이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우리 국민의 삶이 보다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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