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나의 조국 새마을의 대합창> 앨범 중 새마을 노래 1절

기쁘다. 온 나라에 긍정의 기운이 차고 넘친다. 이 모두를 함께 기뻐하자. 이 모두는 아마도 월요일 아침마다 그 분께서 라디오 가라사대 복음의 말씀을 시작하신 덕분일 테다. 내일 모레면 IMF를 체결한 지도 벌써 11주년이 된다. 특히, 올해는 8년 만에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뀌어 나라에 달러가 마구 들어오고 있으니 어찌 희망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연한 기쁨이다. 희색을 감추지 못한 정부는 애써 반어법으로 “순채무국,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고 했다. 기쁘다 달러 오신다. 빚이 늘어난다.

▲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블로그
모두 그분 덕분이다. 언젠가 그분이 말씀 하셨다. 올해 안에 주가가 3000 치고, 임기 안에 5000 칠거라고. 오늘 주가는 달랑 1000이지만 어떠랴, 아직 올해는 한 달이나 남은 것을. 임기는 또 4년이나 남은 것을. 지금 주식 사면, 1년 안에 부자 된다. 그 분은 언제나 남다르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청년들을 위해 7500억 원을 특별히 쏘시겠다는 화끈한 약속을 하셨다. 눈물겹도다. 그 분 오셔서. 대통령의 발언, 전혀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세상은 넓고 나쁘게 볼 일 아닌 일은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긍정하라. 희망하라.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여의도통신
유인촌 문화부 장관처럼 나쁘게 볼 일 아닌 게 많은 분도 드물다. 정권 초입에선 좌파 적출 완장질을 하더니, 베이징 가서 태극기 거꾸로 흔들고, “정말 성질 뻗쳐서, 씨~ㅂ”를 외쳤지만 나쁘게 볼 일 아니다. 사람이 꾸밈이 없고, 그래 좀 부족해서 그런 것 뿐이다. 주변에 어디 부족한 사람이 그 뿐이겠는가. 양촌리에 오래 사신 이 분께서 “부자 감세가 근본적으로 서민은 위한 정책”이라고 하셨다. 부자 감세, 나쁘게 볼 일 아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여의도통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정말 나쁘게 볼 일 아니다. 이 분을 나쁘게 보기 시작하면, 방송 통신 전체가 나쁘게 보이기 시작한다. 끔찍한 일이다. 이 분은 ‘애향심’이 특히 뛰어난 분이다. 지방분권시대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어른이다. 나라 전체 공사비의 40%가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 집중되고 있다. 포항이 집중 발전되니 좋지 아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포항 지역 고위 관료들의 향우회인 ‘영포회’에서 이 분이 참으로 문학적인 표현을 하셨다. 대통령을 일컬어 ‘영도자’라 표현했다. ‘영포회’란 모임의 풀네임이 ‘영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설이 있는데, 그렇다면 ‘영도자’란 ‘영 포기해야 하는 지도자’의 줄임말이 틀림없다. 방통위원장이 대통령을 이렇게 갈구어도 되나? 후덜덜하다. 최 위원장의 동네 사랑 나쁘게 볼 일 아니다.

▲ 구본홍 YTN 사장 ⓒ송선영
구본홍 YTN 사장도 나쁘게 볼 일 아니다. 그 분은 현재 초유의 사장실 사수 농성을 엿새째 진행 중이시다. 도전의식과 모험심이 강한 성격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재밌는 놀이이다. 그분의 남다름은 이번만이 아니다. 격무로 인해 일상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낙하산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등장하시더니, 이후에도 쭉 직원들의 놀이 문화 증진에 힘쓰고 계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 ‘월급 안 주기’ 놀이, 1박2일의 YTN 버전인 ‘3박4일 사장실 여행’ 놀이를 비롯한 각종 놀이 개발에 매진하고 계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고만고만한 뉴스 때문에 고민스러운 직원들을 위하여 직접 기사거리를 만들고 계시기까지 하니, 정말 나쁘게 볼 일 아니다.

너무 행복하다. 나쁘게 볼 일이 아닌 일이 너무 많다. 리만 브라더스가 힘주어 결단코 그럴 리 없다지만, 행여나 국가부도가 난다고 해도 결코 나쁘게 볼 일 아니다. 도움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는 법. 다른 나라와 투기자본들이 반드시 도와 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경제위기도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공공성에 대한 복잡한 공부 필요 없이 ‘방송=나라 꺼’의 단순 암기만 하면 되니 KBS 뉴스가 점점 관제화되는 현상도 나쁘게 볼 일이 아니고, 내가 사는 동네가 포항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 마구잡이 부동산 규제 완화도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아, 희망의 새벽종이 메아리치는 풍경이여, 밝아오는 새아침이여. 나의 조국에 드리운 새마을의 기운이여.

근데, 12월 첫날 월요일 아침부터 잔뜩 웅크린 이 날씨는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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