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일간지들은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 및 일본 위안부 문제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동아시아 외교의 향방을 말하기 위해 대북관계를 유력한 변수로 놓고 사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정부의 비판을 그치지 않게 하고 있다.

▲ 조선일보 14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북 도발 원점 타격’ 못 할거면서 큰소리는 왜 쳤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정부가 ‘도발 원점, 지휘 세력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 등을 경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뢰 도발 사건 이후에도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방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원점을 특정하기 모호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데 대해 “군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도 어뢰나 지뢰 공격으로 아무리 많은 국민이 죽어도 원점이 모호하니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면서 원점 타격 방침을 차라리 공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온 천하에 밝히고 실행을 못 하면 허풍이 된다. 우리의 허풍이 북을 저토록 제멋대로 날뛰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 동아일보 14일자 사설

군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동아일보도 가세했다. 동아일보는 <북 도발에도 “남북대화” 외치는 박 대통령 의도가 궁금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가 사건 당일 북한 소행일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보하지 못하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대면보고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남북관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계획으로 ‘북한 도발 대처’와 함께 대화 메시지를 보낸다는 관측이 나온다”면서 이 때문에 대통령이 분위기에 안 맞는 태평스러운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신문이 지적하는 대로 청와대와 국방부의 엇박자나 아마추어적인 조직 운용으로 인한 혼선 등은 백번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원점타격’ 등의 보복조치나 남북대화에 대한 사실상의 포기를 주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결국 군사적 대결구도를 강화해 더 큰 도발과 더 큰 보복조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은 북한이 국군 장병을 지뢰로 죽이든 말든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그들에 대한 군사적 보복행위로 물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먼저 폭발사고가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었음을 투명하게 밝히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 기간 동안 북한에 제의한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하였더라면 보수언론과 지지층에게 비판받았겠지만 최소한 ‘얼빠진 정부’라는 비난은 받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도발에 대해 책임지라는 취지의 대화 테이블에 북한이 참여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제안은 어떤 경우든 거절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우리 정부로서는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아 강경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다. 상황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면 최소한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올지라도 최소한 뭔가 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정부라는 인상을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부가 한 것은 폭발사고를 일으킨 북한의 목함지뢰에 대해 물에 떠내려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보도 유예를 요청한 후 술을 마시거나(물론 이 지뢰는 종종 물에 떠내려 온다) 청와대에 4일에 상황보고를 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국방부 장관을 윽박질러 날짜를 잘못 기억한 사람으로 만드는 등의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러니 어떤 측면에서든 혹독한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아마추어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은 처음도 아니다.

▲ 중앙일보 14일자 사설

이런 측면에 좌절하고 있는 것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이날 <얼빠진 정부 안보라인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과연 이 정부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의 난맥상을 보면 대답은 ‘아니오’다”라면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해 사태를 키웠던 정부가 국가의 존위가 걸린 안보 문제에서조차 허둥대며 적절한 대책은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튼튼한 안보의 반석 위에서만 평화가 가능하고 숱한 위기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해야만 통일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얼빠진 NSC 핵심 안보 지휘라인으로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교체 여론에 슬쩍 발을 올려놓은 것이다.

보수언론은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에 대해서도 비판여론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특사 기준, ‘대통령 재량’에만 맡기지 말고 법으로 정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면은 정부가 나름대로 기준과 원칙을 정해 사면 대상자를 골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전 LIG 회장 등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어쨌든 범죄를 저질러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사면한 것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근본적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 사면의 기준과 원칙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법치 훼손된 광복 70년 ‘고무줄 사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기업인 사면을 최소화하고 정치인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한 점은 어쨌든 평가할 만하다”면서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잦은 사면이나 무더기 사면은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면에 음주운전 교통사범 22만명이 포함됐고 4대강 및 고속철도 사업에서 입찰 담합으로 적발됐던 대기업 건설사의 제제까지 풀어준 점 등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14일자 3면 기사

그러나 이 보수언론들은 사설이 아닌 보도에 있어서는 광복 70주년 사면의 긍정적인 점을 더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3면에 정치인과 공직자가 사면 대상에서 아예 빠지고 기업인은 엄격하게 선별됐다며 ‘민생 사면’이라는 점을, 4면에는 대통령이 법무부 사면심사위 원안을 그대로 결정했고 정탁으로 특정인을 끼워넣는 ‘쪽지사면’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 역시 2면에 이번 사면이 사회 지도층에 엄격한 잣대를 통해 이뤄졌고 정치권의 사면 청탁도 먹히지 않은 원칙을 지킨 ‘절제된 사면’이라는 점을 평가하면서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킴으로써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과거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사례처럼 원칙을 벗어나는 특별사면을 원천 봉쇄하려 했다는 설명”이라고 전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이날 2면과 3면 기사를 통해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중앙일보 14일자 3면 기사

이들의 이런 태도는 한겨레가 1면에서 대통령의 ‘비리 기업인 사면’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고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 제한을 공약한 것과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면을 비판한 것 등에 비춰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평을 내놓은 것과 명백하게 비교되는 관점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보수언론이 그야말로 최소한의 명분만 주면 언제든 정부를 옹호하고 칭찬할 준비가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뢰 도발 대응 문제에 있어서는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사실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 보수언론이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던 대부분의 경우가 마찬가지였다. 임기 반환점을 열흘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언제 이 정치적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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