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도발’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청와대와 NSC, 국방부 간의 엇박자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폭발 사고가 보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가 하면 국방부 장관이 주장한 보고 날짜와 청와대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간지들은 정부 내의 이러한 혼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다소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 조선일보 13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3일 1면 <‘뒷북’ 대한민국> 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 각 분야에서 이슈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이 터진 뒤 수습하기에만 급급한 ‘뒷북 정부’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도발 이후 군이 경계 병력의 시야를 가리는 수목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미 이전에 제출됐던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사건 발생 나흘 뒤에야 소집됐다는 점 역시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에 더해 정부가 대일외교에서 일본에 끌려다니고 있고 일본과 중국이 ‘통화 전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쫓아가기도 벅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정 전반에 리더십이 실종된 듯한 모습”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 조선일보 13일자 4면 기사

조선일보는 또 4면 기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에 4일 보고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5일 통일부가 북한에 남북대화를 제의한 점을 들어 “부처 간 소통 미흡을 드러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해당 보고가 5일 오후에 있었다고 해명하고 국방부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덧붙이면서도 사건 발생 4일 후인 8일에야 NSC 회의가 열렸다는 점과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및 11일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 장관 접견 등에서 대통령이 대북 화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에 대해 비판했다.

▲ 조선일보 13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모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토록 했고 통일부가 10일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 요청 등이 포함된 전통문을 북한에 수령해달라고 반복 요청한 점 등을 들어 “국가 안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할 청와대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NSC를 주재하지 않았고 국방부가 북한 소행임을 발표한 10일에도 표준시 변경에 대해서만 발언한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 7시간’까지 들먹이며 “최소한 안보만큼은 확실히 챙길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마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군이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가 문제라는 톤이다.

▲ 중앙일보 13일자 사설

중앙일보 역시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자랑스러운 수색대원 8인, 한심한 NSC와 군 수뇌부> 제하의 사설에서 “NSC는 사건 발생 나흘 뒤인 8일에야 ‘뒷북회의’를 가져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쳤다”라면서 “군의 조사결과를 기다렸다지만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청와대에 보고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다. 군 수뇌부 역시 국민의 뇌리에 먼저 떠오르는 건 군납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대한민국이 지켜지고 있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NSC나 군 수뇌부가 아니라 수색대원 8인 같은 용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이러한 지적은 조선일보에 비하면 한층 ‘톤 다운’ 돼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중앙일보는 1면에 북한군의 지뢰도발을 둘러싼 정부 혼선에 대한 기사를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3면에서야 청와대와 국방부의 보고 시점 착오에 대한 공방이 보도되는데 이 역시 사실관계를 건조하게 나열할 뿐 비판적 평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해당 내용이 포함된 기사의 제목이 <한민구 “DMZ 시야 확보 위해 GP 주변 수목 쳐낼 것”>인 것 역시 최대한 정부에 비판적인 맥락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노력으로 비춰진다. 조선일보와는 달리 사설에서 청와대 NSC와 군 수뇌부에 비판을 한정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동아일보 역시 중앙일보와 유사한 스탠스를 취했다. 동아일보의 이날 지면에서 이 사건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에 대한 지적이 포함된 기사는 6면에서야 등장한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기사는 청와대가 국회 국방위에서 정부를 앞장서 비판한 유승민 의원 등의 주장을 반박하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보고시점에 대한 발언을 바로잡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동아일보 13일자 사설

다만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는 청와대의 대응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북 도발에 갈피 못 잡는 靑, 보는 국민이 더 불안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이 4일 이뤄졌지만 다음날인 5일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했고 통일부는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으며 이희호 여사가 방북길에 오르는 등의 일정이 진행된 점을 문제 삼으며 “북의 도발이 일어났을 경우 대통령의 행사 참석이나 회담 제안은 일단 중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의 ‘엇박자’가 북한과의 대화에 계속 미련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벌어진 상황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도발로 큰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주장을 내놨다. 결국 동아일보의 경우 청와대를 비판할만한 상황이 분명하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사건을 다루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지금까지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병사들의 활약상을 미화하거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군이 지뢰 매설을 막아내지 못하는 등 경계 소홀 문제가 불거지자 보수언론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왔다. 결정적으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컨트롤타워’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언론은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지면은 이런 맥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이 문제가 결국 안보문제라는 점에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겨냥한 목소리를 낸 점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이 일부 보도나 사설에서 박근혜 정권이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시도하려 한 것 자체를 깎아내리는 것은 우려스럽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은 천안함 사건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원점 타격’이나 ‘국민이 시원하게 느낄만한’ 보복조치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고 이를 위한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우리 정부가 이번 도발에 대해 충분히 항의하고 공식적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얼마든지 보일 수 있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거부하는대로 이를 문제삼으며 현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연결시킬 기회도 있었다.

만일 정부가 이런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면 다소의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밟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여론에 휩쓸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인 게 결정적 패착이다. 그 결과는 언론과 국민여론이 남과 북이 서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들을 요구하고 지지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를 넘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도 결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없는 조건이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과 평화적 협력을 위한 설득은 대북정책의 큰 두 기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의 아마추어적 정책 운용과는 별도로 이러한 방향 만큼은 올바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투트랙 전략’이 한쪽에서 대화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남한판 ‘화전양면전술’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최소한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대화를 거부하거나 일부러 포기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언론이 이러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합리적 태도를 갖고 나서야지 국민을 선동하는데만 열중하거나 정권에 누가 될까 비겁한 침묵을 되풀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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