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 자살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수사당국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이러한 의혹들이 제기됐으나 속시원한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전행정위원들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시신이 발견될 당시 국정원에 의해 현장이 훼손되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 관계 당국을 집중 추궁했다. 경찰이 이를 위해 현장에서 배제된 정황이 있다는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은 당시 소방대원들이 임모씨의 시신을 발견하는데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고 경찰이 시신 수색에 참여하지 못한 점,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먼저 투입된 정황이 있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소방이 경찰에 연락해 화산리 77번지에 대해 말하면서 앞에 ‘산’자를 붙이지 않아 경찰이 현장과 560m나 떨어진 곳으로 갔다”며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소방을 국정원이 장악하고 경찰을 빨리 오지 못하게 이리 저리 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남춘 의원도 “사건 당일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50분 빨리 현장에 도착해 임모씨의 시신상태와 마티즈 차량 등 현장을 살펴봤다”면서 “경찰만 뒤늦게 따돌림 당했는데 이런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처음 위치추적이 된 곳이 화산리 34번지인데 산 77번지와 거리는 불과 200m로 화산리 34번지를 갔다면 즉시 시신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용인 동부경찰서가 출동했으면 20분이면 도착하는데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것을 보면 경찰이 먼저 현장을 접수하면 안 되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신명 경찰청장이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자살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조정을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산 77번지’를 ‘77번지’로 오인한 것에 대해 긴급구조표준시스템과 지리정보시스템 상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강신명 경찰청장 역시 “경찰이 소방과 8번이나 핸드폰 통화로 위치를 확인할 정도로 현장이 어려웠다”고 말해 혼선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건 당일 용인소방서 소속 소방대원이 사실상 국정원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소방대원들이 구조회의를 하던 중 임 과장의 회사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과 접촉했고 이후 무선으로 3차례 통화하고 위치를 파악하게 했다”면서 소방대원과 국정원 직원이 나눈 대화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급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소방대원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소방당국이 사건 현장 인근까지 도착했다가 갑자기 2km나 떨어진 낚시터 근처를 수색했다”면서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송래 본부장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 부인과 통화를 했는데 낚시터를 자주 간다고 해 수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신명 경찰청장 역시 “신고자가 ‘제가 찾아보겠다’고 하니 그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즉시 출동을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 경찰이 더 정확한 위치추적을 할 수 있음에도 신고자 요구에 의해 임모씨에 대한 추적을 하지 않았던 데 대한 해명이다.

당일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 역시 경찰이 아닌 국정원 직원과 사건에 대한 논의를 한 데 대해 “수색을 하다 보면 동료 직원이나 가족에게 알릴 일이 생긴다”면서 “저는 국정원이라는 걸 몰랐고 동료 직원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진행된 국가정보원 직원 자살 관련 현안보고에서 사건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건 당시 임모씨가 이용한 마티즈 차량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마티즈 차량이 사건 다음날 폐차된 것에 대해 “부검도 안 끝났는데 사망 당일에 차량을 유족에게 넘겨줘 폐차시켰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부실수사, 엉터리 수사”라며 수사당국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이 처리한 최근 차량 내 변사사건 10건 중 당일에 차량을 인계처리한 사례가 8건, 다음날 인계한 것이 2건이다”라면서 “사건 당일 6시간 반에 걸쳐 정밀 감식을 실시하고 차량을 유족에게 인도한 것이 현장의 판단이었고 그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소방당국이 찍은 시신 사진과 경찰이 찍은 사진의 시신 자세가 달라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은 “소방당국의 사진은 시신이 조수석쪽으로 완전히 누워 얼굴이 보이지 않고, 경찰 사진은 시신이 운전석 쪽으로 완전히 올라와 있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면서 “누군가 와서 시신을 만졌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청래 의원은 최초로 마티즈 차량의 문을 연 소방대원의 지문이 차량에서 나오지 않았고 17개의 식별 불능 지문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복수의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17개의 지문에 대해 ‘쪽지문’이라며 “일부만 남아 있어 누구의 것인지 판정이 안 되는 지문”이라고 설명하고 시신이 움직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소방당국이 찍은 사진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일 사건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거미줄 치겠다”며 무전 대신 휴대전화를 사용해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이 나타난 것에 대해 조송래 본부장은 “현장에 출동을 할 때 간단한 것은 무전으로 하지만 상세한 것을 주고받을 때는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지형이 양쪽 산에 둘러 쌓여있어 무선 교신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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