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위 해체’를 주장하다 사퇴한 조대환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이헌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헌 변호사는 뉴라이트 성향의 변호사 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7일 이헌 변호사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세월호 특위)의 부위원장에 내정됐다고 단독보도했다. 경성고, 중앙대 법대 출신인 이헌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및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변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의 변호사 단체로,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 왔으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를 다룬 MBC <PD수첩> ‘광우병’ 편을 만든 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에도 “국민의 법 상식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2010년 1월 21일 KBS <뉴스타임>에 출연한 이헌 변호사

그런데 정식 임명도 되기 전에 과거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시변은 ‘불법’이라며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헌 변호사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듭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이헌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하자 “자기 자식이 맞았다고, 그 부모가 때린 놈을 응징하는 것은 원시사회다. 공정성과 중립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정부의 배·보상처리를 거부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그들의 막무가내 식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가 속해 있는 시변은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의 불법 가설물을 즉각 철거하라>는 성명을 내어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시변은 “직접적 사고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진행 중에 있고, 유족 측이 요구한 진상 조사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까지 제정되어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 중에 있다”며 “이미 세월호 유족 측의 요구조건은 대부분 수용되었다”고 밝혔다.

시변은 “우리 국민은 너나 할 것이 없이 어린 학생들의 억울한 희생을 가슴 아파하였고, 유족들을 달래기 위해 희생자 일인당 3억 원씩 돌아가도록 위로금을 모았다. 정부가 가해자들을 대신하여 지급하기로 한 배상금 4억 2천만 원과 보험금 1억 원을 합하면 8억 2천만 원에 이른다”며 “어린 자녀를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돈으로 위로할 수야 없겠지만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일찍이 없었던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이다.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고작 4천 만 원인 점을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시변은 “세월호 농성 단체는 무엇을 더 요구한단 말인가? 이제는 문화공간인 광화문 광장을 다수 시민들에게 돌려줄 때가 아닌가? 우리는 지난 정부 때 불순한 정치세력이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광우병 위험을 날조하여 시민들을 선동하고 촛불시위로 국력을 소진시킨 일을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농성 단체 역시 진상규명을 핑계로 광우병 때와 같은 사태를 노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성단체는 이제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 △서울시는 정상적으로 법을 집행해 광화문 광장의 불법가설물을 즉시 철거할 것 △유족단체를 선동하는 정치세력은 이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것 등 3가지를 촉구했다.

정부 시행령으로 특별법 취지가 빛바랜 상황에서 예산 배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특위를 겨냥해 “세금도둑”,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체’를 주장한 조대환 부위원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조대환 부위원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시절 법질서·사회안전 전문위원을 맡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을 맡아 과거 전력을 비판받았으나, 도리어 민변 회장 출신인 이석태 위원장의 편향성을 지적하다가 자진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 요구를 막아서는 새누리당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전임 조대환 부위원장과 비슷한 특위 활동 방해인사를 이대로 임명한다면 새누리당은 물론 대통령까지 세월호 진실규명 의지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헌 변호사와 같은 부적격한 인사에 대한 부위원장 내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파기하고 유가족을 폄하한 뉴라이트 단체의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를 내정한 것은 부적절한 인사”라며 “여당 추천 부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사무처장까지 겸임하게 되는 중책이다. (이헌 변호사를 앉히는 것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위 부위원장 선출은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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