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재계와 협력해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쳥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대책이지만 사실상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28일 일간지들은 일제히 정부 대책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절벽에 선 청년을 '불안정 노동'으로 떠미는 건 '정책'이 아니다>

한겨레는 1면 톱 <청년 20만명 고용 추진 절반이 인턴·직업훈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대책에 대해 “20만개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이 3개월짜리 인턴 등 불안정한 일자리인 터라,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는 미흡한 응급처방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28일자 1면 기사

한겨레는 또 3면 <정부 ‘청년대책’ 10년째 매년 발표…기업들도 실효성에 의문> 제하의 기사에서 정부가 만들겠다는 공공부문 4만개 일자리가 교사 채용 확대,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명예퇴직 교사 확대는 누리과정 등으로 지방교육 재정이 어려워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도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썼다.

또, 한겨레는 “정부 대책을 두고 실제 질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최근 10년 동안 정부는 거의 해마다 청년대책을 발표하며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대기업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고 신규채용 규모를 줄였다. 이번에도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약속어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 한겨레는 민간부문이 만들어야 할 일자리에 대해서도 “인턴과 직업훈련도 정규직 일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썼다.

▲ 한겨레 28일자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도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볼 때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에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내놓을 이유는 충분하다면서도 이번 대책에 포함된 신규 일자리가 인턴 및 직업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문제라고 썼다. 한겨레는 “인턴과 직업훈련 기회 확대가 당장은 실업률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르나, 실제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공공기관조차 청년고용의무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청년 실업 문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이중구조를 깨는 게 중요하지만 정부 종합대책에서는 이 점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겨레는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빌미 삼아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거나 산학협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대학교육 기조를 뜯어고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면 더더욱 곤라하다”고도 지적했다.

▲ 경향신문 28일자 사설

경향신문 역시 이날 <총선·대선용 나쁜 일자리가 청년고용 대책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 대책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이익을 쌓아두고도 여전히 배 불리기에만 골몰하는 대기업이 스스로 청년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게 나쁜 일자리라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과 서민도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도 이미 ‘없음’으로 결론 났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6단체장을 불러 정부·경제계 협력선언을 발표하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기업이 앞장서주길 호소할 뿐 노동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처방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또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서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목표 시점을 2017년으로 잡은 데 대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겨냥한 임기응변식 대책임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단기 처방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본 정책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로 정부 대책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주목하는 포인트는 다르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대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청년일자리 창출은 결국 유연 안정성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는 노동 개혁을 이뤄내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면서 “민간기업에 향후 3년간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등의 평을 전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5면 기사에서도 정부 대책의 신규 일자리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질이 낮아 문제라면서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전했다.

▲ 조선일보 28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평사원보다 간부가 많은 기업’ 늘어나는 나라의 未路>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기업들의 인력 구조가 2~30대 젊은 인력보다 4~50대 중장년층이 더 많은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기업의 고령화가 사회 전체의 고령화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또 호봉제 체계에서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과 혁신 능력이 떨어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이런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정부가 27일 내놓은 청년 고용 대책은 과거의 대책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도저히 청년 실업과 기업의 기형적인 인력구조에 대처할 해법이라고 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서 “기업의 존망, 나라 경제의 영속성이 걸린 화급한 사안에 정부가 판박이 대책만 내놓고 있으니 국민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4면에 정부 대책을 설명하면서 한시적인 세제 혜택을 보고 기업이 고용을 늘릴지 미지수고 청년들이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를 반길지도 미지수라고 썼다. 또 중앙일보는 5면 기사에서 이번 대책에 중소기업 청년 고용 창출 해법이 빠져있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제 철폐, 노동개혁, 내수·서비스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했다.

▲ 중앙일보 28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날 <알바와 인턴으론 청년이 꿈꾸는 나라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 대책의 한계를 짚고 “저성장에서 벗어나 경제가 활력을 띠어야 해결된다”면서 “청년고용을 늘리면서 국가 경쟁력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장기적인 방안’은 노동개혁을 말한다. 중앙일보는 “노사는 노동시장 문제를 비용 절감이나 해고 방지와 같은 좁은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생산성을 높여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정국 주도권이나 표를 얻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도 금물이다. 교육 개혁을 통해 청년의 눈높이와 일자리를 일치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8일자 사설

동아일보 역시 정부 대책에 비판적이긴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절망 세대’ 청년들에 고작 단기처방 일자리 대책이라니> 제하의 사설에서 “공공기관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방만경영 해소’와 공공개혁에 역행한다”고 지적하고 명예퇴직 되는 교사의 퇴직금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한 것에 대해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정부에 맡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또 “정부는 청년고용률을 1.8%포인트 올리기 위해 청년의 연령 기준을 현재의 15~29세에서 15~34세로 올리는 꼼수까지 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결국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규제부터 폐지하는 것이 성장률을 올리는 빠른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언론의 비판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청년 고용 대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그것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보수언론 마저도 정부의 대책에 실망감을 표하는 것은 이번의 청년 고용 대책이 얼마나 부실하고 안이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보여준다. 가장 해결이 절실한 문제에 있어서도 ‘무능’만을 보여주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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