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망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도록 신규채용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대기업 총수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면서 한 말이다. 정부는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계획인데 22일 인천을 마지막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이 마무리됐다. 24일 오찬은 이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여기서 재벌들에 청년채용을 다시 주문한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영상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청년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통계를 보면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실업자가 지난달 115만여 명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의 2배가 넘는 23%로 나타났다. 4명 중에 1명이 실업 상태인 셈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실업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은 결혼은 포기했다고들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핑계를 대는 게 보통이다.

청년층의 실업은 대기업이 신규채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불안정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의 경기둔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그리스 재정 위기 등이 주요한 대외리스크로 꼽히고 있고 메르스 사태와 가뭄으로 인한 내수 불황도 대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힘든 처지를 노동개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개혁을 하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일 노동개혁에 대해 한 말이다. 김무성 대표는 노동개혁을 하반기 최우선 현안으로 꼽으면서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장담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21일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닌 미래를 위한 필수 개혁”이라며 김무성 대표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여당 지도부의 이런 발언들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하반기 국정과제로 4대부문 개혁 특히 노동개혁을 언급한 이후, 고위 당정청회동을 통해 당청관계가 복구되기 직전의 시점에 나온 것이다. 이런 모양새를 보면 청와대의 관심사항을 여당이 앞장서서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태로 훼손된 정치력을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노동개혁을 완수하면 차기 대권주로서의 입지도 강화될 수 있다. 2013년 철도파업 때도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노사를 설득한 바 있다.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이런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불통’에 지친 국민들도 이런 모습은 좋게 볼 것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을 하려면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 “일방적 밀어붙이로 노동개혁을 하려고 하면 실패를 면치 못할 것”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난 23일 발언이다. 결국 노동계와 합의하지 않으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합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은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 해소,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등 고용유연성 제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다. 양대노총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올해 초까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다가 4월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도부가 여의도에서 농성 중이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결국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대노총의 공공부문, 제조업부문 노동조합들은 총파업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 자율’ 원칙을 언급하며 약간 톤다운을 하고 민주노총이 여야 정치권, 정부, 노사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국회 논의기구를 제안하고 있어 대화의 창구는 아직 열려있지만 쉽게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 “윗물이 썩어서 문제인데 왜 아랫물에 침을 뱉느냐”

노동문제 전문가인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의 말이다. 여기서 윗물은 대기업이고 아랫물은 노동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공약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가계로 흘러들게 하겠다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에 손을 대겠다고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러면서 노동자들을 개혁으로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다.

올해 초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유보금이 500조를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현금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는 것은 무턱대고 사람을 뽑았다가 위기가 닥쳤을 경우에 자르지 않으면 골치가 아프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걸로 생각된다. 차라리 사내유보금을 다른 데 투자하고 지금 고용해놓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일을 더 많이 시키는게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윤은 오로지 대기업만이 잘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대기업부터 자기 몫을 내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의 고용유연화와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에 편승할 게 아니라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도 아랫돌 빼서 윗돌에 올리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완성도 없는 정책을 주문하면서 세대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대기업을 좀 더 압박해서 불평등완화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위의 내용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주말 진행 윤지나)에서 방송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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