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이를 극복할 목적으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고 국회에 추경의 처리를 요구하며 ‘4대부문’에 대한 구조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처방’인지는 따져볼 부분이 많다. 특히 정부가 경기불황에 대해 메르스나 가뭄 탓을 하고 있는 부분은 더 그렇다. 2분기 성장률이 0.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전해진 24일, 주요 일간지들은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다양한 진단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이날 <저성장 탈출, 대통령과 정치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분기별로 성장률이 널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다가 곧바로 다시 주저앉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기초 체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24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올 2분기 성장 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 메르스 영향에 의한 소비심리 위축과 가뭄 피해를 언급하면서도 “그러지 않아도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위험과 그로 인한 소비 부진,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수출 감소 등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메르스와 가뭄이 없었더라도 우리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조선일보는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으로는 기초체력을 되살리기 쉽지 않다면서 “과감한 규제완화와 노동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단기처방에 더해 ‘구조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논리다.

중앙일보 역시 이날 1면 <2분기 성장 0.3% 쇼크 “구조개혁 늦출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은은 2분기 성장률 둔화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같은 일시적 요인 탓으로 돌렸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와 소비 정체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3% 성장 달성을 장담하고 있지만 단기처방엔 한계가 있다면서 “자칫하면 한은이 내놓은 2.8%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24일자 1면 기사

중앙일보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4대개혁 중에서도 특히 노동개혁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경제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길어야 2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또 중앙일보는 4면에 <청년층 64만 명, 학업 마치고도 취직 한번 못해봤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고 ‘취업절벽’을 논하며 “정부는 현재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데 틀린 얘긴 아니다. 하지만 청년 고용을 명분으로 기존 고용자의 처우만 하향조정해선 안 된다”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출산율 및 사회적 효율성 제고, 노동 및 교육에 대한 구조개혁 등이 필요하다면서 “기업과 노조 같은 이해관계자보다 국민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여야가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입장을 사설로 싣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2일 인천혁신센터를 마지막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마무리된 데 대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기업의 높은 호응이 시너지를 내면 창업 국가의 틀을 닦는데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계적인 지역배분, 대기업 할당제 등 태생적 한계를 이겨내야 한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개소식에 맞춰 대기업이 장밋빛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격려하는 모습이 되풀이되다 보니 혁신센터가 전시 행정에 그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면서 “번듯한 창업 인프라를 놓는 것만으론 안 된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정권이 끝나면 폐기될 전시사업으로만 사고하지 말고 민관이 협력해 창조경제 기업들의 경쟁력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적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 동아일보 24일자 1면 기사

동아일보 역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이 마무리 됐다고 전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3년 내에 창조경제 생태계를 완성해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지는 4면 기사에서 정부의 주선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엮여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가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이런 보도를 보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중소기업 육성이 향후 한국 경제 발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아일보는 노동개혁 등 정부의 역할을 재차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저성장 속 靑-기업총수 회동, 덕담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엄중한 경제 현실에서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협조한 총수들과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헤어지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박 대통령은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투자와 고용이 영향력이 큰 기업 총수들과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진솔하게 논의해야 한다.노동개혁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박 대통령과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또 양적완화와에 이어 파견근로자의 파견기간 제한을 없애는 구조개혁 등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예로 들며 야당을 설득해 경제활성화 입법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겨레 24일자 3면 기사

보수언론의 이러한 주장은 기업의 관점에서 경기를 판단하는 전형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한겨레의 이날 지면은 이들의 주장과는 다소 다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올 2분기 성장률이 저조한 데 대해 메르스와 가뭄 탓이 아니라 수출둔화와 내수부진이 성장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에 <가계소득 부진에 ‘구조적 저성장’…겉도는 정부정책이 병 키워> 제하의 기사에서 “민간소비 부진의 뿌리는 노동시장에 있다. 소비의 원천이 소득이고,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이 ‘임금’이기 때문”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러한 임금격차가 대기업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 진단하면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의 불균형이 꾸준히 심화돼 전반적인 가계소득 성장 자체가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활성화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가계소득 및 기업소득 불균형 해소,가계소득, 최저 임금 인상 등을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지난해 8월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로 경기부양을 시도했으나 가계부채만 증가하고 소비 증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4대부문 개혁 역시 리더십 부재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쉬운 해고’를 비롯해 노동자에 불리한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는듯 보인다면서 “실업과 해고의 충격을 완화해줄 사회적 보호막이 약할 뿐더러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우리 사회여건 에서는 더디더라도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썼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그리스 위기, 엔저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둔화와 내수부진이 겹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노동자·서민이 겪어야 할 고통의 형태와 규모가 달라진다. 보수언론의 관점은 결국 ‘성장엔진’인 기업보다는 노동자·서민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반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한겨레의 관점은 대기업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포돼있는 걸로 볼 수 있다. 관점의 차이라는 것을 존중해야겠지만 적어도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4대부문 개혁을 둘러싼 각축전을 눈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겨레의 관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은 칭찬보다 비판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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